웃음으로 버텨낸다는 것

김과장이 내게 가르쳐준 현실을 사는 방법

by 하얀 오목눈이

힘들 때마다

나는 일부러 웃긴 드라마를 찾았다.

눈물이 날 것 같은 날에는

괜히 더 진지한 이야기를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럴 때 자주 꺼내 보던 드라마가

남궁민 배우가 출연한 〈김과장〉이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이게 뭐지?” 싶었다.

조폭 경리로 살아온 인물이

대기업 경리과장으로 들어가다니.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설정 같았다.


하지만 몇 화를 지나며

나는 그 드라마가 웃기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김과장은 늘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회사에서는 이용당하고,

조직에서는 눈치 보며 살아야 하고,

결코 쉬운 선택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다.


그 긍정은

현실을 부정하는 웃음이 아니었다.

오히려 현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웃음을 선택한 사람의 태도였다.


김과장은 말한다.

세상이 다 그렇다고.

부조리하고, 억울하고,

열심히 살아도 손해 보는 날이 많다고.

그걸 부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위로가 되었다.

괜히 “다 잘 될 거야”라고 말하지 않아서,

괜히 희망을 강요하지 않아서.


그 대신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지”라고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드라마 속 김과장은

조폭 경리로 살아온 과거도 숨기지 않는다.

부끄러워하지도, 미화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 시간이 자신을 만들었다는 걸 인정한다.


그 모습이

내가 살아온 시간들과 닮아 있어서

나는 더 쉽게 웃을 수 있었고,

더 오래 버틸 수 있었다.


웃음은 도망이 아니었다.

김과장의 웃음은

현실을 직시한 사람이 선택한 또 하나의 생존 방식이었다.


그래서 힘든 날,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은 날에도

나는 다시 그 드라마를 틀었다.

크게 웃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걸 느끼면서.


김과장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세상이 웃기지 않아서 웃는 게 아니라,

웃지 않으면 너무 버겁기 때문에 웃는 거야.”


그 말 덕분에

나는 오늘도

조금 더 현실을 살아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