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이 가르쳐준 또 하나의 존엄
김과장을 보고 있으면
그가 늘 웃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농담을 던지고, 상황을 비틀고,
어떤 순간에도 가볍게 말하는 인물.
하지만 그 웃음은
가벼워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서
선택한 표정에 가깝다.
김과장은 현실을 정확히 안다.
열심히 한다고 인정받지 않는 구조,
정직한 사람이 가장 먼저 손해 보는 시스템,
그리고 침묵하는 다수가 얼마나 많은지까지.
그래서 그는
분노 대신 웃음을 택한다.
체념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으로.
나는 그걸 보며
‘웃는다고 해서 진지하지 않은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끝까지 진지하기 때문에
웃음을 놓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걸.
김과장은 늘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다.
희생을 강요하지도,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그는 그저
오늘을 무사히 넘기려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태도가
이상하게도 나에게 큰 용기가 되었다.
나 역시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다짐보다는
오늘을 잘 버티고 싶은 날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김과장은 말한다.
“이렇게라도 살아야지, 별수 있나.”
그 말 속에는
포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존엄이 담겨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아무렇게나 무너지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그래서 나는
김과장의 웃음을 보며
나 자신을 덜 부끄러워하게 되었다.
웃으면서 버티는 나날도
충분히 성실한 삶일 수 있다는 걸
그 드라마가 조용히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김과장이 내게 준 가장 큰 위로는
“잘 살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이렇게 살아도 된다”는 허락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허락 덕분에
나는 오늘도
조금 덜 무거운 마음으로
현실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