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게 말하지만, 다 진심이었다

김과장의 말들이 나를 버티게 한 이유

by 하얀 오목눈이

김과장의 말들은 늘 웃음으로 시작한다.

툭 던지는 농담 같고,

장난처럼 들리는데

이상하게도 그 말들이 오래 남는다.


아마도 그가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김과장은 자주

“세상은 원래 이런 거다”라는 투로 말한다.

그 말은 체념처럼 들리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포기의 문장이 아니다.

현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의 문장이다.


그는 늘 손해 보는 위치에 있다.

정직하게 일하면 바보가 되는 구조,

윗사람의 결정에 휘둘리는 하루,

열심히 해도 돌아오는 건 책임뿐인 상황들.


그런데도 김과장은

자기 자신을 비웃지 않는다.

대신 세상을 비튼다.

그게 그가 선택한 생존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정상인 척 사는 게 제일 어렵다”는 뉘앙스의 말이

나에게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나는 그동안

정상처럼 보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감정을 숨기고 살았던가.


김과장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늘 허술하고,

가끔은 겁도 많고,

자기 이익을 챙길 줄도 아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의 말이 더 믿을 수 있었다.

영웅의 대사가 아니라

현실을 사는 사람의 말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라도 웃지 않으면 못 버틴다”는 식의 말들이

그저 웃기려고 넣은 대사가 아니라는 걸

나는 힘든 날에야 알게 되었다.


웃음은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여유가 없을 때 선택하는 마지막 방법일 수 있다는 걸.


김과장은 늘 말한다.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비열해지지는 말자고.


그 미묘한 선을 지키려는 태도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나는 그 드라마를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웃기게 살아도 괜찮고,

다만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고.


김과장의 명대사들은

인생을 바꾸는 문장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루를 넘기게 해주는 말들이었다.


그리고 어떤 날에는

그런 말 한 줄이

인생의 절반만큼 큰 힘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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