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끝난 자리에서

김과장을 보고 난 뒤의 하루

by 하얀 오목눈이

드라마 한 편이 끝나고 나면

늘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화면이 꺼지고,

나는 다시 내 하루로 돌아온다.


김과장의 웃음이 사라진 자리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실이 남아 있다.

일은 여전히 버겁고,

사람은 여전히 어렵고,

세상은 갑자기 친절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

똑같은 현실인데,

내가 서 있는 자세가 달라져 있다.


김과장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는 내 인생의 답안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드라마를 보고 나면

나는 다시 하루를 시작할 힘을 얻게 된다.


아마도 그 이유는

그가 끝까지 현실을 부정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웃기지만, 가볍지는 않았고

유쾌하지만, 진실을 숨기지는 않았다.


그래서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그의 말들이

하루 중간중간 떠오른다.


사소한 실수 앞에서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려 할 때,

괜히 나만 뒤처진 것 같을 때,

그럴 때마다 나는

김과장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말해본다.

“그래, 이 정도면 오늘도 잘 버티고 있다.”


그 한 문장이

하루를 망치지 않게 해준다.

모든 걸 잘해내지 않아도

오늘을 포기하지 않게 해준다.


김과장은

웃음으로 도망치지 말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웃음을 들고 현실로 다시 들어오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그 여운을 안고 산다.

크게 변한 건 없지만,

분명히 덜 무너진 상태로.


어쩌면 위로란

현실을 바꿔주는 게 아니라

현실로 돌아갈 용기를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완벽하지 않은 하루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웃을 수 있는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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