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가까워질수록 손이 느려지는 이유
이상하다.
글을 가볍게 쓸 때는 손이 잘 움직이는데,
정말 잘 쓰고 싶을 때는
커서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서게 된다.
단어 하나를 고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문장을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결국 아무 말도 못 한 채 파일을 닫아버린 날도 많다.
왜일까.
실력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떨림은 진심이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은
사실 이런 말과 닮아 있다.
“이번엔 대충 넘기고 싶지 않아.”
“이 글에는 나를 숨기고 싶지 않아.”
“혹시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면 좋겠어.”
그러니 손이 떨리는 게 이상하지 않다.
그건 실패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너무 솔직해질까 봐 무서워서다.
잘 쓰고 싶은 글일수록
우리는 평가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 평가의 본질은
‘글의 완성도’보다
‘나의 마음이 얼마나 드러났는가’에 가깝다.
그래서 망설이게 된다.
이 문장을 쓰면
내가 너무 드러나는 건 아닐까.
이 이야기를 하면
나만 이렇게 느낀다는 게 들키는 건 아닐까.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은
글을 꾸미고 싶은 욕심이 아니라,
글에 진짜 나를 얹고 싶다는 욕망이다.
그 욕망이 커질수록
우리는 더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 나는 요즘
잘 쓰고 싶어질수록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본다.
“지금 떨리는 건,
못 써서가 아니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서야.”
이 말을 해주면
조금 숨이 쉬어진다.
글이란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감히 꺼내기 어려운 마음을
한 문장씩 세상에 내놓는 일이니까.
잘 쓰고 싶을수록 떨린다면
그건 오히려
글을 진지하게 대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니 그 떨림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 떨림은
당신의 글이
아직 살아 있다는 신호니까.
오늘도 나는
잘 쓰고 싶어서 멈춰 섰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그 멈춤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글이 나에게
“조금만 더 솔직해도 괜찮아”라고
말 걸어오는 순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