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문장을 놓지 않는 이유
밤이 깊어지면
글을 쓰는 이유가 조금 달라진다.
낮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질 글을 생각했다면,
밤에는
오직 나에게 남길 문장을 쓴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가장 솔직해질 수 있게 만든다.
이 시간의 글은
완성되지 않아도 되고,
잘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거짓이면 안 된다.
그래서 밤에 쓰는 글에는
늘 숨소리가 섞여 있다.
낮에는 삼켰던 마음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생각들,
혼자서만 견뎌왔던 감정들.
밤은
그 모든 걸
문장으로 바꿔도 되는 시간이다.
가끔은
이렇게 쓰는 글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아무도 읽지 않는다면,
아무런 반응도 없다면,
이 문장들은
그저 사라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글을 쓰는 밤을
여러 번 지나오고 나서야
알게 된 게 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글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나를 지키는 쪽으로 남는다.
이 밤의 글들이 있었기에
나는 낮을 버틸 수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괜찮은 척을 하고,
흔들리지 않는 척을 하고,
계속 살아갈 수 있었다.
밤에 쓰는 글은
세상을 설득하려는 글이 아니라,
나를 설득하는 글이다.
“오늘도 버텼다.”
“그래도 아직 쓰고 있다.”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다.”
이 문장들이
다음 날의 나를
조금 덜 외롭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안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밤에 쓴 글이
결국
가장 멀리 간다는 걸.
그 글들은
언젠가
비슷한 밤을 지나온 누군가에게
조용히 닿을 것이다.
혹은
미래의 나에게
가장 먼저 돌아올지도 모른다.
오늘도
아무도 보지 않는 밤에
글을 쓴다.
읽히지 않아도 괜찮다.
이 밤을
나 혼자라도
지나갈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게
글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오래 남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