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물류센터에서, 나는 한동안 멈춰 서 있었다

산재 이후, 다시 걷기까지의 기록

by 한동수

그날도

늘 그랬던 밤이었다.


컨베이어 벨트는 쉬지 않았고,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고,

나는 그 흐름 속에서

평소처럼 일하고 있었다.


순간은 정말 짧았다.

미끄러졌고,

발목에 전해진 통증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컸다.


그 자리에서 바로 알았다.

‘이건 괜찮은 정도가 아니다.’


산재라는 단어는

뉴스 속 이야기 같았는데,

그날 밤

내 몸에 붙어버렸다.


병원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던 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픔보다도 불안이었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하지?”

“다시 일할 수 있을까?”

“이 시간은 또 얼마나 길어질까?”


스무 살의 나는

이미 현실에 서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현실이 이렇게 쉽게

나를 멈춰 세울 줄은 몰랐다.


깁스를 한 채

집 안을 오가며

밖을 바라보던 날들이 이어졌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시간에 뒤처진 느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좌절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마음은 자주 무너졌다.


몸이 아프면

생각도 쉽게 약해진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그래도

완전히 주저앉고 싶지는 않았다.


재활은

눈에 띄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

하루하루는 비슷했고,

조금 나아진 것 같다가도

다시 아파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처음으로

‘꾸준함’이라는 걸 배웠다.


대단한 의지가 아니라,

그저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자는 마음.


오늘은 발을 조금 더 디뎌보고,

내일은 조금 더 오래 서보고,

그 다음 날은

다시 천천히 걷는 것.


남들 눈에는

아무 일도 아닌 회복처럼 보였겠지만,

나에게는

하루하루가 선택이었다.


포기할 수도 있었고,

미뤄둘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다시 일어나기를 선택했다.


그 시간은

내 몸만 회복시킨 게 아니었다.


“멈췄다고 끝난 건 아니다.”

“속도가 느려져도, 방향은 유지할 수 있다.”


그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이후로 나는

누군가의 느린 걸음을

쉽게 판단하지 않게 되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각자의 통증과 싸움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류센터의 밤에서

다친 건 발목이었지만,

그 시간을 지나며

나는 오히려

버티는 마음을 얻었다.


지금도 가끔

몸이 아플 때면

그 시절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렇게

혼잣말처럼 말한다.


“그래도 너,

그때 포기하지 않았잖아.”


그 한 번의 선택이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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