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뒤에도, 나는 다시 일을 찾았다

포기하지 않기로 한 사람의 다음 선택

by 한동수

산재 이후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몸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지만,

현실은

그만큼 기다려주지 않았다.


쉬고 싶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숨만 쉬고 싶은 날도 많았다.


하지만 스무 살의 나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병원비도,

생활비도,

시간도

전부 계산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일을 찾기 시작했다.


솔직히 두려웠다.

‘다시 다치면 어쩌지?’

‘내 몸이 버틸 수 있을까?’

‘이제 누가 나를 써줄까?’


이력서를 쓰면서도

손이 자주 멈췄다.


경력보다 먼저 떠오른 건

다친 발목이었고,

할 수 있는 일보다

못 할 것들이 먼저 생각났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


나는

완벽한 회복을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대신

지금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무거운 걸 들지 않아도 되는 일,

오래 서 있지 않아도 되는 일,

몸에 무리가 덜 가는 일부터

조심스럽게 골랐다.


일을 구한다는 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다시 세상으로 나가는 연습 같았다.


첫 출근 날,

나는 남들보다

내 몸을 더 자주 살폈다.


아프지 않은지,

무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괜찮은 척하지는 않는지.


예전처럼

참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된 건

그때의 내가 얻은 변화였다.


버텨낸다는 건

이를 악물고 견디는 게 아니라,

넘어지지 않기 위해

속도를 조절하는 일이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 시기의 나는

대단하지 않았다.


눈부신 성취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자랑할 이야기도 없었다.


다만

하루를 끝까지 살아냈다는 것,

그것만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오늘도 잘 버텼다.”

“오늘은 여기까지로 충분하다.”


그 말들이

나를 다시 다음 날로 데려갔다.


산재 이후의 나는

이전보다 느려졌지만,

이전보다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다.


다친 경험이

나를 약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건 오해였다.


나는 그 시간을 지나며

무너진 사람이 아니라,

조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고,

자기 몸과 마음을

함부로 쓰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다시 일을 구했다는 건

그저 생계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나를 삶 쪽으로

한 발 더 옮긴 결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때의 나를 떠올리며 말한다.


“넘어졌어도,

너는 다시 일어섰다.

그걸로 충분히 잘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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