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통과한 사람들

토마스 제인과 앨런 웨이크를 보며

by 한동수

〈앨런 웨이크〉를 떠올릴 때

이상하게도 나는

주인공인 앨런만큼이나

토마스 제인에게 오래 머물게 된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위치에 서 있지만,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그들의 공통점


앨런과 토마스 제인은

모두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둘 다

한 번은

이야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잃어봤다.


앨런은

글을 잃었고,

토마스 제인은

사람을 잃었다.


그 상실은

어둠이 되어

그들 곁에 남았다.


도망치지 않았다는 점


둘의 가장 큰 공통점은

도망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앨런은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결국 다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토마스 제인은

이미 끝나버린 이야기임을 알면서도

어둠 속에 남는다.


그건 용기라기보다

책임에 가까운 태도였다.


토마스 제인이 했던 말


토마스 제인의 말 중

유독 오래 남는 문장이 있다.


“어둠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이야기를 쓰려 하지 마라.”


그 말은

경고처럼 들렸지만,

위로에 가까웠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왜 내가

밝은 이야기보다

늘 흔들리는 사람,

어둠을 지난 인물들을 쓰고 싶어 하는지.


그건

어둠을 모른 채 쓰는 글이

나에게는

너무 가볍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토마스 제인은

앨런의 미래 같았고


앨런은

토마스 제인의 과거 같았다.


한 사람은

아직 돌아올 수 있었고,

한 사람은

이미 남아 있기로 선택했다.


그 교차점에서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의

가장 솔직한 얼굴을 봤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닮고 싶었다


완벽한 작가가 아니라,

도망치지 않는 작가.


빛을 말하기 전에

어둠을 지나온 사람.


토마스 제인처럼

이미 잃어본 사람의 말로,

앨런처럼

아직 쓰기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으로.


지금의 나에게 남은 것


이제 나는

글을 쓰면서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나는 이 어둠을

이해한 채 쓰고 있는가.”


그 질문 덕분에

글은 느리지만,

조금 더 진짜에 가까워진다.


아마도

그게

토마스 제인과 앨런 웨이크가

내게 남겨준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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