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서 더 솔직해지는 시간
공채 성우 대본을 들고
집에서 혼자 연습하는 시간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처음엔
소리 내어 읽는 것조차 어색했고,
벽에 부딪히는 내 목소리가
괜히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혼자라서 더 솔직해지는 시간
학원에서가 아니라
아무도 없는 방에서
대본을 읽다 보니
내 부족함이 더 또렷하게 보였다.
감정이 얕은 부분,
힘이 과하게 들어간 부분,
의미를 놓친 문장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걸 발견하는 시간이
좌절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 여기서 더 나아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복이 만들어 주는 변화
같은 대본을
여러 번, 여러 방식으로 읽다 보면
처음엔 전혀 느껴지지 않던 감정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올라온다.
억지로 연기하려 할 때보다
문장을 이해하려 애쓸 때
목소리가 더 편해진다는 것도 알게 됐다.
연습은
단번에 달라지는 마법이 아니라
조금씩 방향을 바로잡아 주는 과정이라는 걸
이 시간들이 알려줬다.
잘하고 싶을수록, 천천히
집에서 연습하다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조급함이 조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다그치기보다
붙잡아 주는 쪽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완벽한 결과보다
매일 대본을 펼치는 나 자신이
더 중요해졌다.
혼자 하는 연습이 남긴 것
아직 부족하고,
아직 서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매일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집에서 혼자 읽는 이 대본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기가 아니라
내가 나를 믿기 위해 쌓는 시간이다.
그래서 오늘도
다시 한 번 대본을 넘긴다.
조용히, 꾸준히,
포기하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