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밀리면 소리가 커진다
트럭 문이 열리자마자
박스들이 쏟아지듯 내려오기 시작했다.
지게차가 빠르게 움직였다.
삐— 삐—
경고음이 창고 안을 계속 울렸다.
나는 잠깐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어제도 트럭이 들어왔지만
오늘은 느낌이 달랐다.
박스 양이 눈에 띄게 많았다.
파렛트 하나가 내려오면
바로 다음 파렛트가 따라왔다.
팀장이 큰 소리로 말했다.
“속도 맞춰!”
사람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나는 장갑을 고쳐 끼고 박스를 들었다.
어깨가 다시 욱신거렸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바코드를 찾았다.
삑.
그리고 빠르게 걸었다.
지정된 구역에 박스를 내려놓고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몇 번 왕복을 하고 나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박스가 쌓이는 속도가
사람들이 옮기는 속도보다 빨랐다.
파렛트 주변에 박스들이
점점 높게 쌓이기 시작했다.
누군가 말했다.
“밀린다!”
그 순간 팀장이 돌아봤다.
“왜 밀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더 빠르게 움직였다.
나는 박스를 하나 더 들었다.
손이 조금 미끄러졌다.
박스를 다시 잡았다.
심장이 조금 빨리 뛰고 있었다.
‘천천히 하면 욕먹고…’
‘빨리 하면 실수하고…’
나는 바코드를 찍었다.
삑.
그리고 걸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말했다.
“신입!”
나는 깜짝 놀라 돌아봤다.
팀장이었다.
“거기!”
그는 내 앞에 쌓인 박스를 가리켰다.
“그거 먼저 빼!”
나는 바로 박스를 들었다.
하지만 위에 있는 박스가
조금 불안하게 흔들렸다.
순간 나는 멈칫했다.
그때 팀장이 말했다.
“뭐 해!”
나는 급하게 박스를 잡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위에 쌓여 있던 작은 박스 하나가
옆으로 떨어졌다.
툭.
그리고 바닥으로 굴러갔다.
창고가 잠깐 조용해졌다.
팀장이 나를 봤다.
나는 얼어붙었다.
“죄송합니다.”
말이 자동으로 나왔다.
팀장이 바닥에 떨어진 박스를 보더니 말했다.
“그래서 천천히 하라는 거야.”
나는 순간 멍해졌다.
아까는 속도를 맞추라고 했는데
지금은 천천히 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을 할 수는 없었다.
팀장은 박스를 발로 툭 밀었다.
“주워.”
나는 바로 박스를 주웠다.
다행히 박스는 찌그러지지 않았다.
민수가 옆에서 말했다.
“괜찮아.”
나는 작게 대답했다.
“네…”
하지만 얼굴이 조금 뜨거웠다.
주변 사람들이 잠깐 나를 봤다가
다시 일을 했다.
나는 다시 박스를 들었다.
그때 아까 싸웠던 그 형이 말했다.
“처음엔 다 떨어뜨려.”
나는 웃으려고 했다.
“그래도…”
그 형은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첫날에 세 개 떨어뜨렸어.”
민수가 웃었다.
“형은 지금도 떨어뜨리잖아.”
그 형이 말했다.
“야.”
하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나는 조금 마음이 풀렸다.
그때였다.
창고 입구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야 거기!”
나는 고개를 들었다.
다른 팀 직원이었다.
그는 우리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거 왜 여기까지 밀렸어!”
팀장이 돌아봤다.
“뭐가!”
그 직원이 파렛트를 가리켰다.
“이거 우리 구역 넘어왔잖아!”
팀장이 걸어갔다.
두 사람 사이 거리가 가까워졌다.
나는 어제 봤던 장면이 떠올랐다.
민수가 작게 말했다.
“…또 시작이다.”
팀장이 말했다.
“지금 바쁜 거 안 보여?”
그 직원도 지지 않았다.
“그래도 구역은 지켜야지!”
팀장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네가 가져가!”
순간 주변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어제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로 팀이 달랐다.
그 직원이 말했다.
“왜 우리가 치워!”
팀장이 말했다.
“그럼 놔둬!”
둘 사이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사람들이 또 조용해졌다.
나는 박스를 들고 그대로 서 있었다.
민수가 말했다.
“일 계속해.”
나는 다시 움직였다.
하지만 귀는 계속 그쪽으로 향해 있었다.
“야!”
“왜!”
순간 누군가가 파렛트를 세게 밀었다.
바퀴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났다.
그때였다.
지게차 하나가 갑자기 멈췄다.
삐—!
긴 경고음이 울렸다.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그쪽을 봤다.
지게차 기사였다.
그가 소리쳤다.
“거기 싸우면 위험해!”
창고 안이 잠깐 완전히 조용해졌다.
팀장과 그 직원도 말을 멈췄다.
지게차 기사가 다시 말했다.
“사람 치이면 어쩌려고 그래!”
그 말은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
몇 초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일해.”
그리고 돌아섰다.
다른 직원도 더 말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삑.
스캐너 소리.
삐— 삐—
지게차 경고음.
모든 것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느끼고 있었다.
이 창고에서는
박스보다
속도보다
사람의 감정이 먼저 밀리면
그때부터
목소리가 커진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