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이유 없는 표적

이유도 없이 괴롭히다

by 하얀 오목눈이

월요일 오후가 되자

창고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아침에는 모두 바빴다.


박스가 쏟아졌고

사람들은 말할 시간도 없이 움직였다.


하지만 오후가 되자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


트럭 간격이 길어졌고

사람들이 잠깐 숨을 고르는 시간이 생겼다.


나는 파렛트 옆에서 박스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제 스캐너를 드는 것도

어제보다 조금 자연스러워졌다.


삑.


바코드를 찍고

박스를 옮겼다.


그때였다.


뒤에서 누군가 말했다.


“신입.”


나는 돌아봤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키가 조금 크고

표정이 굳어 있었다.


“네?”


그는 내 손에 있는 스캐너를 가리켰다.


“그거 그렇게 찍는 거 아니야.”


나는 잠깐 당황했다.


“아… 죄송합니다.”


나는 바코드를 다시 확인했다.


그는 박스를 발로 툭 밀었다.


“거기 말고 이쪽.”


나는 바로 박스를 옮겼다.


“네.”


그는 잠깐 나를 보더니 말했다.


“어제 온 거지?”


“네.”


그는 피식 웃었다.


“티 난다.”


그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돌아가려다 다시 말했다.


“여기 오래 못 버티겠다.”


나는 잠깐 그 말을 듣고 있었다.


그가 멀어지자

민수가 옆으로 왔다.


“누구예요?”


민수는 그 사람을 한번 보더니 말했다.


“저 형?”


“네.”


민수는 잠깐 말을 멈췄다.


“…그냥 신경 쓰지 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잠시 뒤 트럭이 또 들어왔다.


사람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박스를 들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누군가 툭 쳤다.


나는 순간 균형을 잃을 뻔했다.


“어?”


뒤돌아보니

아까 그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말했다.


“길 막고 있잖아.”


나는 바로 비켰다.


“죄송합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


민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부러네.”


나는 놀라서 물었다.


“뭐가요?”


민수는 박스를 들면서 말했다.


“밀친 거.”


나는 잠깐 그 말을 생각했다.


‘일부러…?’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뒤에서 말했다.


“야 신입.”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었다.


두 사람이 같이 서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네?”


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


“이거 좀 옮겨.”


그는 파렛트를 가리켰다.


박스가 꽤 많이 쌓여 있었다.


나는 잠깐 민수를 봤다.


민수는 조금 멀리 있었다.


나는 다시 그 사람을 봤다.


“어디로요?”


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보이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나는 박스를 하나 들었다.


생각보다 무거웠다.


하지만 계속 옮겼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박스가 거의 다 줄어들 때쯤

나는 이상한 걸 느꼈다.


두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냥 나를 보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신입 잘하네.”


다른 사람이 말했다.


“체력은 있네.”


나는 그냥 박스를 하나 더 들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뒤통수에

툭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놀라서 돌아봤다.


작은 박스 하나가

내 발 옆에 떨어져 있었다.


아까 그 사람이었다.


그는 웃고 있었다.


“아 미안.”


하지만 말투는 전혀 미안하지 않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보며 말했다.


“민감하네.”


다른 사람이 웃었다.


“요즘 애들이 그렇다니까.”


나는 그냥 박스를 내려놓았다.


그 순간이었다.


누군가 내 어깨를 밀었다.


이번에는 조금 세게였다.


나는 순간 중심을 잃었다.


“야.”


그 사람 목소리가 가까이 들렸다.


“표정 왜 그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슴이 조금 빨리 뛰고 있었다.


그때였다.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야!”


민수였다.


그는 빠르게 걸어왔다.


“뭐 해요 지금.”


두 사람이 민수를 봤다.


“왜.”


민수는 내 옆에 섰다.


“신입 왜 건드려요.”


그중 한 사람이 피식 웃었다.


“건드리긴 뭘 건드려.”


그리고 말했다.


“장난이지.”


민수는 웃지 않았다.


“장난도 적당히 하세요.”


잠깐 공기가 멈췄다.


그 사람이 말했다.


“너 뭐야.”


민수는 짧게 말했다.


“같은 팀이잖아요.”


몇 초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람이 어깨를 으쓱했다.


“알았어.”


그는 돌아섰다.


다른 사람도 따라갔다.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민수가 말했다.


“괜찮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조금 무서웠다.


민수가 말했다.


“저 형들 원래 저래.”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요?”


민수는 잠깐 그 사람들 쪽을 봤다.


그리고 말했다.


“질투.”


나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질투요?”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팀장이 너한테 말 몇 번 했잖아.”


나는 생각했다.


아까 속도 이야기.


스캐너 이야기.


그 정도였다.


민수가 말했다.


“여긴 그런 거에도 예민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창고 안에서는 여전히

삑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지게차도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느끼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박스보다 먼저


사람의 마음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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