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아직 방 안은 어두웠다.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잠깐 그대로 누워 있었다.
몸이 이상했다.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확실한 건 하나였다.
온몸이 무거웠다.
팔을 조금 들어보았다.
어깨가 찌릿했다.
“아…”
작게 신음이 나왔다.
어제 박스를 얼마나 들었는지
몸이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허리가 뻐근했다.
침대에서 발을 내리는데
다리가 잠깐 굳은 것처럼 움직였다.
잠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어제 일을 떠올렸다.
거대한 창고.
끊임없이 쌓이던 박스.
팀장의 목소리.
그리고 창고 한가운데서 터졌던 싸움.
‘오늘 또 가야 하지…’
나는 깊게 숨을 한번 쉬었다.
시계를 봤다.
06:02
조금 늦으면 바로 눈치가 보일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 준비를 했다.
아침은 대충 빵 하나로 끝냈다.
입맛이 별로 없었다.
집을 나서자 공기가 차가웠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에는 이미 몇 명이 서 있었다.
나는 그 사람들을 슬쩍 봤다.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어제 창고에서 봤던 얼굴도 몇 명 보였다.
그들은 조용히 서 있었다.
아무도 크게 말하지 않았다.
버스가 도착했다.
사람들이 천천히 올라탔다.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몸을 등받이에 기대었다.
버스가 출발했다.
창밖 풍경이 지나갔다.
하지만 오늘은 어제보다 더 조용했다.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눈을 감고 있었다.
누군가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누군가는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다들 이렇게 출근하는 거구나.’
물류센터 정류장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건물은 어제와 똑같이 서 있었다.
거대한 회색 건물.
트럭들이 이미 줄지어 서 있었다.
나는 건물을 잠깐 올려다봤다.
어제보다 더 익숙해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조금 더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탈의실에 들어가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하품을 했고
어떤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말했다.
“살아왔네.”
나는 돌아봤다.
민수였다.
나는 웃었다.
“어떻게든요.”
민수가 내 어깨를 보더니 말했다.
“몸 괜찮아?”
나는 잠깐 고민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했다.
“좀 아파요.”
민수가 웃었다.
“정상이다.”
나는 웃으며 물었다.
“민수 형도 그랬어요?”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한 달은 그랬어.”
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
“한 달이요?”
민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몸이 적응해야 돼.”
그 말이 조금 무겁게 들렸다.
우리는 같이 창고로 걸어갔다.
문이 열리자
익숙한 소리가 다시 들렸다.
삐— 삐—
지게차 경고음.
삑.
스캐너 소리.
그리고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
팀장은 이미 와 있었다.
그는 작업 구역을 둘러보고 있었다.
우리가 가까이 가자
그가 말했다.
“어제 신입.”
나는 순간 멈췄다.
“네.”
팀장이 나를 한번 보더니 말했다.
“오늘 속도 좀 맞춰.”
나는 바로 대답했다.
“네.”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저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트럭 곧 들어온다.”
사람들이 각자 자리로 흩어졌다.
나는 어제 했던 자리로 갔다.
파렛트 위에는 이미 박스들이 쌓여 있었다.
나는 장갑을 끼고 박스를 들었다.
어깨가 바로 반응했다.
찌릿.
나는 잠깐 얼굴을 찡그렸다.
민수가 옆에서 말했다.
“오늘은 더 많을 거야.”
나는 놀라서 물었다.
“왜요?”
민수는 창고 입구를 가리켰다.
트럭 문이 열리고 있었다.
안에는 박스들이 가득했다.
정말 가득.
나는 잠깐 말을 잃었다.
민수가 말했다.
“월요일이거든.”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아.”
그 순간 팀장의 목소리가 울렸다.
“입고 준비!”
지게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스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스캐너를 들었다.
바코드를 찾았다.
삑.
어제보다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몸이 완전히 따라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계속 움직였다.
박스를 들고
걸어가고
내려놓고
다시 돌아왔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땀이 등 뒤로 흐르기 시작했다.
창고 안 공기가 점점 뜨거워졌다.
그때였다.
어제 싸움을 했던 그 형이
내 옆으로 왔다.
그는 나를 보더니 말했다.
“둘째 날이네.”
나는 웃었다.
“네.”
그는 박스를 하나 들면서 말했다.
“오늘이 진짜 시작이다.”
나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웃으며 물었다.
“어제도 힘들었는데요.”
그 형은 고개를 저었다.
“어제는 맛보기야.”
그리고 창고 입구를 가리켰다.
트럭이 또 한 대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오늘은…”
그리고 말을 잠깐 멈췄다.
“사람들도 예민해질 거다.”
나는 왜 그런지 몰랐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나는 그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