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 작은 기적과 또 다른 시험

움직인 손가락

by 하얀 오목눈이

중환자실은

늘 조용했다.


모니터의 삑 소리만이

시간을 알려주는 듯했다.


나는 어머니 곁에 앉아

손을 꼭 잡았다.


“엄마… 제발…”

조용히 속삭였다.


며칠 동안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던 어머니였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계속 기도를 했다.


그때였다.


손끝이 살짝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어?”


나는 놀라서 손을 잡았다.

어머니의 손가락이

조금씩 움직였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숨이 막힐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바로 간호사를 불렀다.

“의사 선생님! 손이 움직여요!”


의사는 서둘러 달려왔다.

“정말이군요… 아주 작은 움직임이지만

좋은 신호입니다.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회복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손을 계속 잡으며

눈물이 흘러 내렸다.


“엄마… 괜찮아. 조금만 더 힘내자.”


의사는 계속 주의를 기울이며 말했다.

“아직은 관찰이 필요합니다.

하루 이틀 안에 모든 게 결정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다행이에요.”


나는 작은 희망을 붙잡았다.

그동안의 걱정과 분노가

조금씩 풀리는 듯했다.


그날 오후,

병원 로비에서 팀장님이 직접 나를 찾아오셨다.


“신입, 조금이라도 쉬어라.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텐데

잠깐만이라도 시간을 가지는 게 좋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네… 감사합니다, 팀장님.”


팀장님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

작게 미소 지었다.

“동료들도 네 곁에 있어.

혼자가 아니야.”


그 말에 조금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그날 저녁,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가해자의 번호가 떠 있었다.


손이 떨렸다.

민수가 옆에서 말했다.

“받지 마…!”


하지만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받아야 한다.”


전화를 받자

낯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신입 씨… 나야.

상황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궁금하지 않아?”


나는 숨을 고르고

단호하게 말했다.

“무슨 말을 하시든 상관없습니다.

저는 어머니와 진실을 지킬 겁니다.”


가해자는 잠시 침묵했다.

그 후 비꼬듯이 말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해라.

하지만 힘들 거다, 준비해라.”


나는 전화기를 귀에서 떼며

한숨을 내쉬었다.


민수가 다가와

손을 내 어깨 위에 올렸다.

“신입… 괜찮아.

우린 네 편이야.”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괜찮아.

엄마가 움직였으니까.

포기할 수 없어.”


그날 밤, 나는 어머니 손을 잡으며

조용히 속으로 다짐했다.


“…이제 조금씩이라도

엄마를 지켜낼 수 있어.

그리고 그 누구도, 그 어떤 권력도

우리 가족을 흔들 수 없어.”


중환자실 안에서

손가락 하나 움직임이

나에게 큰 용기와 결심을 주었다.


분노와 두려움 속에서도

조금씩, 희망이 싹트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21화 — 진실을 향한 외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