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세계 사이에서
햇빛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어느 날이었다.
학교의 일상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점심시간
“딩동댕동—”
종이 울렸다.
학생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실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다가온 그녀
나는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려던 순간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야.”
유나였다.
건네는 손
그녀는
작은 가방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뭐야?”
열어본 순간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정성스럽게 담긴
도시락이 있었다.
정갈한 모습
하얀 밥.
계란말이.
작게 자른 소시지.
그리고
색감이 예쁜 반찬들.
보기만 해도
정성이 느껴졌다.
놀람
“…이거.”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네가 만든 거야?”
당연하다는 듯
유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누가 만들어주냐.”
질문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먹어보고 말해.”
“맛있는지.”
한 입
나는
젓가락을 들었다.
계란말이를
하나 집었다.
그리고
입에 넣었다.
순간
부드럽게 풀리는 식감.
은은한 단맛.
딱 좋게 맞춰진 간.
나는
잠깐 멈췄다.
진심
“…맛있다.”
그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미소
유나는
그 말을 듣고
활짝 웃었다.
“다행이다.”
약속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럼 앞으로 매일 만들어줄게.”
당황
“…매일?”
나는
놀라서 물었다.
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어차피 같이 먹을 거잖아.”
새로운 일상
그날 이후로
점심시간이 되면
우리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
바람이 부는 곳.
하늘이
가깝게 느껴지는 공간.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했다.
함께
우리는
나란히 앉아
도시락을 펼쳤다.
반복되는 시간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
같이 웃고.
같이 먹고.
작은 행복
별거 아닌 일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이상하게도 소중했다.
자연스러운 대화
“이거 어때?”
“오늘은 좀 짜지 않아?”
“아니, 딱 좋아.”
그런
사소한 대화들.
쌓여가는 기억
나는
느끼고 있었다.
이 시간이
내가 원했던
‘평범한 삶’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현실
병실.
하얀 벽.
기계 소리.
어머니
어머니는
내 옆에 앉아 계셨다.
손을
꼭 잡은 채.
눈물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일어나…”
작게
중얼거리셨다.
“제발…”
반복되는 말
그 한마디를
계속.
계속.
동료들
문 앞에는
동료들이 서 있었다.
민수도 있었다.
막아선 사람들
복도 끝.
가해자가
다가오려 했다.
차단
“여기 못 들어갑니다.”
민수가
앞을 막았다.
긴장
공기가
팽팽해졌다.
가해자는
표정을 굳혔다.
단호함
“돌아가세요.”
“여긴 올 데 아닙니다.”
동료들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가해자
그는
더 이상 다가오지 못했다.
그저
서서
병실 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또 다른 움직임
한편
다른 동료들은
움직이고 있었다.
제보
언론사에
연락을 넣었다.
사건의 진실.
가해자의 태도.
모든 것을.
퍼져가는 이야기
이야기는
점점 퍼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알기 시작했다.
다시
옥상.
밝은 햇빛.
도시락.
대비
두 세계는
너무 달랐다.
하나는
따뜻했고
하나는
차가웠다.
아무것도 모른 채
나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웃고 있었다.
유나
유나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용히.
한마디
“맛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리고
그녀는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에는
어딘가
알 수 없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
이어지는 시간
도시락을 나누며
나는 생각했다.
이 시간이
조금만 더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어딘가에서
현실은
조용히
나를 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