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와 도착 사이의 얇은 시간
지금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완전히 바닥에 있을 때가 아니라,
거의 다 왔다고
느껴질 때였다는 것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던 시간은
차라리 견딜 만했다.
기대하지 않으면
상처도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씩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불안은
훨씬 날카로워졌다.
혹시 이게 마지막 기회는 아닐까.
여기서 멈추면
다시는 오지 않는 건 아닐까.
그래서 더 조급해졌고,
그래서 더 예민해졌고,
그래서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그 시기에는
글 한 줄에도
내 전부가 걸려 있는 것 같았다.
잘 쓰지 못한 날은
나 자신이
무너지는 날 같았고,
반응이 없는 날은
존재가 지워지는 기분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이미 충분히 멀리 와 있었다.
다만
그 사실을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때까지 와야만
이후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루어지기 직전의 시간은
가장 외롭다.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 지점에서
조용히 떠난다.
나는
우연처럼
그 자리를
지나왔을 뿐이다.
능력이 아니라,
용기라기보다,
그냥
그날도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돌아보니
그 시간이 있었기에
이루어진 이후의 불안도
감당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