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선택한 게 아니라, 나에게 도착했을 뿐이다

제14장 - 뷰파인더 너머에서 발견한 몰입

by 홍다정


[설레는 불안을 택한 이유]

돌이켜보면 그건 이미 만들어진 성향이었다.

뉴욕에서도, 일본에서도, 워킹홀리데이에서도 계속 움직였다.

돈을 모아서 떠났고, 낯선 곳에 나를 던졌다.


세상은 생각보다 넓었고, 내 기준은 생각보다 좁았다. 그래서 선택이 쉬워졌다.

어떤 선택이든, 결국 배우게 된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 기준에는 부모님의 영향도 컸다.


아버지는 늘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해. 대신 네가 책임져라.”

엄마는 항상 같은 말을 했다.

“넌 잘할 거야. 엄마는 알아.”

방식은 달랐지만 두 분 모두 결국 나를 믿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선택이든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게 돌아보니 이미 오래전부터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졸업 후 패션의 세계에서 3년을 보냈다. 하지만 내 안의 에너지는 이미 다른 곳으로 흐르고 있었다.


지독한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 퇴근 후 나를 살린 건 요리였다.


이상하게도 내 식탁의 90%는 늘 일본 음식이었다. 단순히 먹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나는 일본에서의 기억을 다시 꺼내고 있었다. 무엇 하나 대충 만드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버렸다. 한국어 레시피를.

한국 포털 사이트의 레시피로는 갈증이 채워지지 않았다.


야후 재팬을 뒤졌고, 일본인 유튜버들의 영상을 반복해서 봤다.

단어 하나, 표현 하나, 그 안의 미묘한 뉘앙스까지 파고들었다.


내가 원한 건 대중적인 ‘맛있는 맛’이 아니라,

나를 다시 오사카의 골목으로 데려다 줄

그곳의 맛이었다.


[뷰파인더 너머의 나]

유튜브는 그 모든 선택을 보여주는 장치였다.

내 삶을 찍었고, 그걸 다시 편집하면서 처음으로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됐다.


모니터 속의 나는 낯설었다. 하지만 유독 칼을 쥐고 재료를 다듬는 장면에서 영상의 호흡이 길어졌다.

편집점(Cut)을 잡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순간들.


옷을 고를 때보다, 접시 위에 음식을 놓는 내 손끝이 훨씬 더 섬세하고 집요했다.

나는 카메라를 통해 내가 무엇에 진짜로 설레는지 역으로 배우고 있었다.


억지로 만든 모습이 아니라, 설명할 필요 없는 몰입.

그냥, 진짜였다.


이걸 계속하면 어떻게 될까. 그 순간, 머릿속이 멈추지 않았다.


처음으로

내 미래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요리를 선택한 게 아니라, 나에게 도착했을 뿐이다]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다만, 그걸 인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돌아보면 나는 늘 같은 것을 보고 있었다.


사람, 공간, 그리고 시간.
그걸 표현하는 방식만 바뀌고 있었을 뿐이다.
그때는 몰랐다. 이 모든 선택들이 결국 하나로 모이게 될 줄은.


결국 요리를 선택한 게 아니라,

나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방식에 도착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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