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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다독가일수록멍청하다?

by 오인환

지금 읽고 있는 '주가 급등 사유 없음'을 완독하고 나면 읽어야 할 책 리스트이다. 얼마 전, '다독가'일수록 '멍청하다'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다독가'는 자신의 무지와 열등감을 덮기 위해 블로그와 SNS에 "나 XX 권이나 읽은 사람이야!!'라고 허세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고상하다고 느끼는 일이 일반적인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단지 책을 많이 읽는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해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다시 가만히 생각해 보자니 그의 직설이 일부 나에게도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나의 무지와 열등감을 덮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기반성도 해본다.

사실 우리가 알다시피 책을 많이 읽어야 할 것이라고 말할 것 같은 소크라테스나 장자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되려 말하곤 했다. 소크라테스는 문자로 읽는 것보다 이야기를 직접 들어야 한다고 말했고, 장자는 읽기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독서는 위험하다고 했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하고 성공과 독서량과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꽤 반대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책을 읽는 행위는 요리를 하기 위해 '칼을 가는 행위'와 같다. 결국 그 칼을 뽑아 요리를 하지 않는다면 '칼을 가는 행위'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위이다. 되려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있다고 자기만족만 하면서 훌륭한 요리 한 접시 만들지 못하는 꼴이다.

비슷한 예로 가수 신해철 님은 '자격증을 따지 마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자격증'을 따는 행위로 스스로 만족감을 느껴버리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활용되지 않은 지식은 쓰레기나 다름없다. '1일 1식'의 책을 읽고서는 1일 1식을 도전해보기도 하고, '영어 읽기 독서법'의 책을 읽으면 원서 읽기를 도전해봐야 한다. 그저 1일 1독를 목표로 설정했으니 빨리 얇고 쉬운 책 한 권 읽고 '완독 리스트'에 집어넣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것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완독 한 책이 꼭 머릿속에 남아 있다는 법도 없다. 그렇다고 필사를 하거나 밑 줄을 긋거나 독후감을 쓴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비슷하다. 우리는 '헤르만 에빙하우스'의 이론대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망각하고 만다. 불과 어제 있었던 일조차 기억하지 못하는데 수 달 전 읽었던 책이 머리에 남아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변명을 해보자면, 망각할 것조차 없는 상태보다 꾸준하게 망각되는 상태가 조금이라도 낫다고 해야 할까? 인간은 창조성이 없다. 인간은 모방의 동물이다. 자신이 창조했다고 믿는 어떤 것들도 결국에는 수많은 경험과 영향에 의해 만들어진 복합적인 모방체 들일뿐이다. 뉴턴의 만유인력은 케플러가 있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고 케플러, 아인슈타인, 뉴턴, 모차르트들도 결국은 누군가를 의식과 무의식적으로 모방하면서 만들어 낼 분이다. 서로 좋던 좋지 않던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인간에게 '모방'의 제일 첫 번째 요소는 '소통'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문자로 읽고 나면 아주 미세하게 무의식 어디엔가 그 이야기의 출처를 잊는다 하여도 나의 일부가 된다. 그것들이 다른 어떤 것과 섞였을 때 만들어지는 '창조 능력'이 중요하긴 하다.

책을 읽는 이유가 자신의 열등감을 감춘다는 이야기는 얼핏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스스로 바보라는 것을 알고 공부하는 모습은 자신이 머리가 좋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천재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열등감은 원래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스스로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생각했다. '나는 그런가 아니야!'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그러한지', '그러하지 않은지'는 자기 보호본능을 제외하고 얼마나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원래 세상은 '타고난' 사람들에 의해서 이끌려 나가는 법이다.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분야에서 노력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엄청난 능력을 부여받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사회에서 묻혀 지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런 천재들이 노력을 했을 때는 감이 우리 같은 둔재가 노력한다고 따라잡을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역사 속 천재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책'에 담아두었고 그것을 모방할 방법은 독서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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