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읽을 때, 한 번에 한 권을 읽지 않는다. 한 번에 읽는 책이 꽤나 많다. 이는 내가 영화를 보는 것과도 비슷한 습관 중 하나인데, 나는 보통 한 영화를 보면, 그 영화가 두 번, 세 번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인지를 따져보고, 그러할 가치가 있을 때는 무조건 소장한다. 그리고 그것을 반드시 소장하고, 이 영화 저 영화를 내킬 때마다 원하는 장면을 돌려본다.
우리나라 최고의 보컬로 알려져 있는 가수 '나얼'은 웬만하면, 음악을 다운 않는다. 그는 앨범이나 LP처럼 만질 수 있는 품목으로 소장한다. 음악이나 영상, 글은 디지털화되어, 무형화 되기 쉽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체일 때 느끼는 가치가 다르다는 게 그 이유다. 매우 공감한다.
나는 전자책을 사용하고 있다. Yes24에서 북클럽을 이용한다. 하지만, 전자책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전자책은, 만질 수도 없고, 자녀에게 내 흔적을 물려줄 수도 없다. 우연히, 서재를 구경하다, 문뜩 꽂쳐 있는 제목을 볼 수도 없다. 휘리릭 넘기면서, 빠르게 훑을 수도 없다. 더군다나, 다시 폈을 때, 나의 흔적이 없다. 언제나처럼 새것이다. 내 것이라는 소유욕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는 나와 어떠한 시공간을 함께하지 않는 무형의 산물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어두운 밤에 아이를 재우고, 불을 켜고 책을 볼 수 없을 때, 가볍게 외출해야 할 때, 누군가에게 내가 읽는 책의 정보를 노출되고 싶지 않을 때, 돈을 주고 사기 아까운 책일 때 등등 전자책을 사용한다.
나는 유학 시절, 몇 개의 DVD를 소장하고 있었다. 어떤 날은 괜히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를 보고 싶은 날이 있고, 어떤 날은 괜히 '타이타닉'을 보고 싶을 수도 있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나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항상 있다. 그럴 때, 그 영화를 보면, 몰입감도 좋고, 관련 호기심도 훨씬 더 많이 자극된다. 나는 영화를 한 번에 다 볼 때도 있지만, 원하는 장면만 후딱 보기도 하고 이 영화를 봤다가, 저 영화를 봤다가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산만한 사람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유튜브 영상의 관련 영상처럼, 흐름을 타고, 흘러가게 되어 있다. 타고 타고 흘러가다 보면, 어느덧, 한 시점에 빠지게 되어있다.
내가 책을 읽을 때, 나는 그 책이 소설인지, 자기 계발서인지, 인문학인지, 역사인지에 따라, 그 책을 읽을 시간과 장소가 정해져 있다. 예를 들면, 아침에 출근을 앞두고, 샤워 후에 머리를 말릴 때는, 자기 계발서를 본다. 나는 머리를 말리면서, 거울보다 책에 눈을 더 많이 둔다. 북스탠드로 항상 내가 보던 부분이 펼쳐져 있는 곳에서 나는 매번 자리에 앉아 머리를 말릴 때마다, 가볍게 하루를 준비할 수 있는 자기 계발서를 읽는다.
화장실에서는 짧은 이야깃거리를 본다. 너무 긴 소설을 읽거나, 어려운 책을 읽게 되면, 화장실 이용시간이 길어지게 됨으로, 짧은 이야깃거리를 보는 편이다. 또한, 자기 전에는, 역사나, 인문학처럼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책들을 보는 편이다. 하루를 마무리하고서, 나의 현실을 떠나, 오래된 역사 이야기나 인문학(예를 들면, 코스모스, 총 균 쇠, 사피엔스 등등과 같은) 관련된 서적들을 읽으면, 나의 고단 난 하루 혹은 커다란 스트레스가 얼마나 작은 티끌 같은 존재인지를 알게 된다. 외출 시에는 유학시절 와이프가 선물해준 크레마 샤인(전자책) 하나와, 책 서너 개를 무조건 들고 다닌다. 언제 갑자기 어떤 걸 보고 싶은 감정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집중해서 오랜 시간 책을 읽을 시간이 확보됐을 때는, 소설을 보는 편이다. 아무래도 소설은 나눠서 읽는 것보다 한 번에 진도가 많이 나가야, 흥미가 끊기지 않는 편인 것 같다. 나는 전자책을 볼 때, 그 책을 핸드폰 어플로도 다운로드하여 둔다. 그래서 장거리 운전 시에는 오디오북으로 그 책을 읽는다.
어떤 강박 때문에 책을 한 권 시작하면, 끝을 내야 하거나, 한 번에 한 권만 읽어야 하는 생각을 나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저 내가 가장 읽고 싶은 적기에, 그 책을 펴서 서너 장이라도 읽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읽다 보면, 꽤나 오랫동안 중간 부분 정도만 읽어두고 진도가 나아가지 않는 책들도 있다. 한 달이 지나도록 손을 다시 안 댈 때도 있지만, 어쨌거나 나는 남들에 비해 매일 한 장이라도 넘겨가고 있다.
내가 한 번에 읽는 책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대충 6~7권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따라서, 일주일 동안 한 권도 못 읽다가, 하루에 3권의 마지막 장을 덮는 날도 있고, 누가 무슨 책을 읽고 있냐고 물어볼 때는, 쉽사리 대답 못하지만,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읽고 있다고 대답하기도 한다.
글을 읽다 보면, 누군가는 메모를 해가며 읽으라는 사람도 있고, 또 누군가는 밑줄을 쳐가면서 읽으라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이 마치 제대로 된 독서 방법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나도 밑줄을 치기도 하고, 낙서를 하면서 읽는 책도 있지만, 항상 내 몸에 형광팬이나, 펜이 들려있는 것은 아니고, 걸어가면서 읽을 수도 있고, 무언가를 먹으면서 읽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어떠한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필요하면 밑줄도 그을 수 있고, 낙서도 할 수 있지만, 오직 그것만이 방법은 아니다.
나는 책을 소유하고자 한다. 도서관에서 빌리기보다는 돈을 주고 사려는 편이다. 웬만해서는 중고책보다는 새책으로 사고자 한다. 그것은 앞서 말한 데로, 내가 소유할 수 있는 실재인가의 문제이기도 하고, 그것이 나와 공간과 시간을 함께한 흔적은 남겨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읽고 서재에 넣어둔 책은, 와이프가 읽기도 한다. 따라서 나는 와이프나 내 아이에게 읽었으면 좋을 것 같은 책들을 먼저 스스로 읽어둔다. 그리고 서재에 넣어둔다. 이것은 10년이 넘고, 20년이 넘어서, 아이들과 나와 와이프가 함께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상식을 가진 공동체 게 되게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한 달에 책을 40~50만 원가량 구매하는 것 같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Yes24에서 가장 구매를 많이 하고, 동네 서점이나 이마트에서도 가끔 구매한다. 그렇게 구매하는 곳이 산발적이기 때문에 얼마만큼의 책을 구매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렇게 많이 사다 보니, 나의 서재에는 내가 읽은 책만큼이나, 읽지 못한 책들도 많다.
누군가는 사놓은 책도 안 읽었는데, 자꾸 새책을 사놓으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대답할 수 있다.
'어느 배가 많이 고픈 날이나, 출출한 날..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이미 먹은 음식만 있다면, 얼마나 속상할까?'
어느 시간이 천천히 가는 주말, 나의 서재, 즉 냉장고 문을 열면, 나의 냉장고에는 맛있는(먹을) 음식이 가득 담겨 있다. 나는 나의 서재에 서서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하는 재미를 위해 항상 내가 좋아할 만한 읽지 않은 책들을 재겨둔다.
부자가 되려고 책을 읽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배우기 위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 읽는 것도 아니고, 아이의 교육을 위해 읽는 것도 아니다. 나는 다른 이유에서 읽는다. 책을 읽을 때, 나는 시공간을 초월한다. '드라이'라는 소설을 읽을 때는, 미국의 한 도시에서 인류 종말을 함께 체험했고, '사피엔스'를 읽을 때는 작가가 이끌어주는 리드에 따라 인류의 시작과 현재까지의 흐름을 함께 타고 왔다. '키스 휴스턴'의 '책의 책'을 읽을 때는, 동 서양을 오가며, 인쇄와 책에 관련한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곳에서의 사람들을 함께 만난다. 우리는 남들보다 우월해지기 위해 부자가 되려고 하기도 하고, 풍족함을 느끼기 위해 돈을 벌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모든 감정은 우리가 현실이라고 말하는 곳에서도 있지만, '책 안'에서도 모두 존재한다. 그것을 간접체험이나 경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화 '매트릭스'처럼,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우리는 정말로 구분할 수 있는가?
나는 영어 원서도 꽤나 많이 사놓고 읽는다. 나는 다른 유학생들처럼, 영어를 사용하는 업종에서 일하고 있지는 않지만(어쩌면, 불평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나에게 영어는, 내가 해외에서 공부한 영어는 이렇게, 내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의 독자들이 갖게 될 보편적 감성을 함께 공유할 수 있게 해 줬다.
목적을 두고, 노력하는 행위는 분명, 그 목표에 도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흥미가 되기 쉽지 않고, 지치기 마련이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다만, 시공간 여행을 위해서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독서의 매력에 빠져서, 나와 함께 다양한 소통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