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책 한 권을 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완벽한 책을 내려다 한 권의 책도 내지 못하는 것보다는 불 완벽한 책을 내며 발전해 나가는 것이 좋다. 이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내가 낸 책이 벌써 3권이다. 부족한 부분이 많은 책들이지만 아마 꾸준하게 읽고 있는 독자라면 작가의 발전과정을 함께 볼 수 있는 좋은 일이지 않을까 싶다. 원래 인간은 듣기보다 말하기를 더 좋아하는 동물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사실은 작가보다 독자가 더 위대한 선생인 경우가 많다. 그런 선생을 만나기 위해선 꾸준한 책을 내고 피드백을 받는 곳이 좋다.
추사 김정희의 추사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간다. 그밖에 피카소 또한 초년 작품과 말년 작품의 차이가 크다. 완벽한 한 권을 내는 일은 어쩌면 단 한 발의 총알로 전쟁을 종결짓겠다는 마음가짐과도 같다. 그처럼 글쓰기의 벽이 높아서도 안된다. 사대부만 글을 읽고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오만함은 조선을 깨치지 못한 나라로 만들었다. 1880년대 초반 문부성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 일본의 문맹률은 40%에 달한다. 이는 프랑스나 영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당시 조선의 문맹률은 일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히라가나나 가타가나보다 훨씬 위대한 한글이라는 발명품을 갖고 있으며 사용하지 않는 대가를 나라를 팔아 갚은 샘이다. '조선 대일본 양국 맹약'에서 조선이 일본에 수정 요청을 했던 유일한 내용은 "어째서 일본에만 '대'를 이름 앞에 썼느냐다." 이런 요청에 일본은 흔쾌히 '대조선 대일본 양국 맹약'으로 수정하고 조약을 마무리 지었다. 이 것이 단순 '문해력' 때문이라고 설명할 순 없지만, 국가가 하는 조약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었다면, 이 땅에 비극이 일어날 가능성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