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발] 인간의 두뇌가 5G로 진화해 가는 과정
독서와 기록은 왜 중요한가?
객체 하나가 생존하고 사라져 가는 기간을 '세대'라고 한다. 동물이라고 부르는 여러 객체는 한 세대를 살면서 쌓아 둔 정보와 노하우를 다음 세대로 전하지 않는다. 기껏 해봐야 이런 정보들은 아주 일부가 전해지고 나머지 일부는 '뇌'라고 하는 신체 기관의 부패와 함께 사라진다. 정보라고 말하는 여러 가지 기록과 기억들은 수 차례의 실패와 축척된 시간, 사건에 대한 데이터다. 말한대로 보통 동물 한 세대의 방대한 데이터는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다음 세대는 전 세대가 얻었던 똑같은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 똑같은 시간과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즉, 리셋 후 재시작됨이 수 세대에 걸쳐 이루어진다.
인간이 체계적인 문자라는 것을 발명하게 된 것은 기원전 1200년 전, 중국에서 부터다. 그 전에는 당연히 동물과 같이 세대로 지식 이동이 힘들었다. 70만 년 전, 구석기는 쉽게 설명해서 돌멩이를 깨어 부서다가 생기는 날카로운 부분을 도구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1만 년 전쯤, 어떤 한 인간이 돌을 갈면, 더욱 날카로워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돌을 갈면 더 날카로운 도구가 된다는 단순한 논리를 우리 조상은 자그마치 69만 년이나 걸렸다.
구석기시대가 65만 년이 흘러서 인간의 최초의 기록이 발견되었다. 이는 그림 형태를 띠고 있었다. 이 기록으로 인간은 구석기를 탈피하여 신석기로 넘어간다. 간단한 정보인 '돌을 갈다'의 혁명이 기록에 의해 다음 세대로 전해졌다. 신석기시대는 이후 1만 년이나 지속되었다.
기원전 2000년쯤, 중국에서 최초의 체계적 문자가 발견되었다. 이제 인류는 그림 형태가 아닌 추상적인 형태 또한 모두 기록할 수 있었다. 인류는 구리와 주석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 '청동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사실은 기록으로써 다음 세대로 전달했다.
105년쯤, 중국에 채륜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종이를 발명했다. 인류는 자신의 기록을 돌이나 거북이 등껍질, 대나무 따위의 딱딱하고 기록하기 어려우며 들고 다니기 어려운 매체에서 벗어나 종이라는 신문물위에 기록할 수 있었다. 무겁고 값비싼 재료가 아닌 가볍고 휴대 가능하며 언제나 쉽게 기록 가능한 재료를 발견했다. 종이 위에 기록이 시작되고 철기 시대로 넘어가는 데는 2000년도 걸리지 않았다.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는 속도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철기라는 획기적인 발명품을 발견한 지 1500년 후에 인류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그 뒤로 400년 뒤, 인간을 달에 보냈으며, 50년 만에 컴퓨터를 만들어내고 20년 만에 스마트폰을 만들었다. 지금의 기록은 종이보다 쉽다.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신호이로 구석기 시대에 뭉툭한 돌로 동굴 벽면을 긁어대는 것 보다 고상하게 기록할 수 있다. 누구든 화장실이나 침실에서도 기록하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육체적 기관 안에 머물러 있던 뇌가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외부로 확장해 나갔다.
우리의 뇌는 생물학적 뇌에서 동굴 벽으로 넓어지고, 종이와 컴퓨터로 확장됐다. 지금은 5g의 속도를 타고 전 세계를 휘젓는다. 이젠 육체적인 능력을 초월하여 기술발전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전 세계가 인터넷망을 통해 공유되는 한 나의 커다란 뇌를 갖게 되었다. 정보전달의 속도는 최대속도가 20Gbps에 달하고 일반 LTE에 비해서 280배나 빠른 수준으로 정보공유가 가능하다. 우리의 두뇌는 생물학적 진화의 속도를 뛰어넘어간다. 기록과 독서는 인간의 뇌를 확장시키고 타 종들보다 획기적인 저장력과 확장성을 만들어 주었다. 그것이 독서를 해야 할 이유이다.
500년 전 이순신 장군의 생각과 감정이 나의 뇌 속으로 그대로 이식되고, 수많은 천재와 철학자들, 그저 스치는 다양한 타인의 철학이 나의 뇌 속으로 이식된다 어떤 수술도 없이 차곡차곡 쌓인다. 인간의 간접 수명과 감정, 지식이 폭발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뇌가 나에게 이식이 되면서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복리 작용이 스스로의 생각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된다. 그 복합체는 나를 스치고 다음 인간에게 전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