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규칙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는 '충남상회'라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는 먹는테이프, 빼빼로, 칸초, 아폴로 등을 팔았다. 일주일 용돈 500원이 충분했던 이유는 먹는테이프 50원, 빼빼로 100원, 칸초 200원, 아폴로 100원이라서 그랬다. 애들 아빠가 된 지금, 아이들이 마트에서 빼빼로를 집어들면 심장이 '쿵' 내려 앉는다.
'이게 1,000원이야?'
돌이켜보니 내가 먹던 시절과 아이가 먹던 시절의 차이가 30년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30년이 지난 지금 10배가 됐다.
생각한다.
딱 하루만 어린시절로 갔다 올 수 있다면, 빼빼로를 한 1억원 쯤 사와야겠다.
그리고 팔겠다.
아! 아니다. 썪지만 않는다면 그 빼빼로를 30년 뒤에 팔아야겠다. 그때 쯤이면 빼빼로 하나가 1만원은 하고 있지 않을까.
누구나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만 모두가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용 당하기만 한다. 실제로 시장은 돈을 항상 풀고 있으며 시장에 돈이 많아질수록 화폐가치는 떨어진다.
그것은 '가능성'이 아니라, '무조건' 이다.
나 어린 시절 먹었던 과자 중에 그때보다 값이 싸진 과자는 없다.
주식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안다.
'식품주'는 주식 종목 중 가장 안정적 수익을 보장한다.
가장 보수적인 산업인데도 1000%라는 숫자가 붙는다.
30년 전에는 신라면이 200원, 자장면이 650원, 영화 입장료 3,500원이었다. 대형마트에가서 카트를 꽉 채우면 어머니는 초록색 지폐 한 장을 건내며 말씀하셨다.
"너무 많이 샀네."
즉, 자본주의 원리에 따라 화폐가치는 무조건 떨어진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은 무조건 비싸지며 앞으로의 인생에서 가장 저렴한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역사 관련 책을 읽다보면, 나름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생긴다. 미술관련 책을 읽다보면 미술에 관한 시각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경제 관련 책을 읽다보니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생긴다.
경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다. 고로 경제 책을 읽는 건 너무 즐겁다. '신민철' 작가의 '돈의 규칙'을 읽다. 그의 책을 읽고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내가 가진 철학을 만들었던 수 많은 이야기들을 한 번 상기시킨다.
감히 이 책에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이다. 책은 초보들이 읽을 수 있도록 가독성있게 쓰였다. 평소 관심 많은 이들이 읽으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책이다.
요즘은 '빚투'라는 말이 있다. 빚내서 투자한다는 의미다. MZ세대에게 따끔한 훈계를 하는 윗세대의 조언이 메스컴에 잔뜩 등장했다. 다만, 나는 요즘 희화화되고 있는 MZ세대를 믿는다.
역사는 항상 후대가 맞았다. 1971년까지 스위스에는 '여성참정권'이 없었다. 심지어 프랑스도 여성 참정권이 생긴 것은 1946년 이후이며, 1995년까지 미국 미시시피주에서는 노예제도가 합법이었다.
당시에도 윗세대들은 아래세대의 세태를 못마땅해하고 있었으리라.
무리한 '빚투'는 물론 지양해야 할 부분이지만 자본주의는 '레버리지'를 통해 작동된다. 현금을 쥐고 있어야만 돈이라고 믿는다면 돈은 빠르게 굴러가지 않는다. 교환수단인 화폐는 단지 표면적인 물질일 뿐, 돈은 관념이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모나리자의 가격은 1조 760억이란다. 그것은 그저 관념일 뿐이다. 만약 빌 게이츠가 2조에 사겠다고 말하고, 워렌버핏이 3조에 사겠다고 말하면, 모나리자의 가격은 3조가 된다.
그 누구도 돈을 찍지 않고 돈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다. 이렇게 만들어진 허상의 돈을 그가 출금하여 '현금화'한다면, 현실 시장에서 현금은 그만큼 줄어든다. 고로 자본주의는 현금을 가질수록 불리한 게임이기도 하다.
미국과 일본은 세계 최대 채무국이며 세계 거대 기업이라는 곳도 전부 채무로 운영된다. 빚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경매를 보면 지극히 자본주의가 보인다. 수요와 공급이 오로지 그것의 가격을 결정한다. '원가'나 '노력'은 중요하지 않다. 윗세대에서 우리가 배우는 것은 대부분 이렇다. '원가', '노력', '현금'. 다만 이것은 자본주의와 거리가 멀다.
자본주의는 이렇다. 크리스마스날 가수에게 노래를 부탁한다
'가수가 부른 노래에 대한 값을 지불하시오.'
A: 나는 500원이 적당하겠어.
B: 나는 2만원이 적당하겠어.
C: 나는 800만원 정도가 적당하겠어.
가수는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가. 그것이 가격이다. 시작은 '가수의 노력'과 '원금'을 구매하지 않는다. 가치에 대한 기대치를 구매한다.
빼빼로의 원가나 직원의 노고는 가격에 들어가지 않는다. 시장에서 가격은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나 인간에는 종류가 워낙 많기에, 가치에 투자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고로 현명한 사람은 가치에 투자한다.
빼빼로는 실제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30년 후에 10배가 뛰었다. 빼빼로의 미래가치는 인플레이션에 의해 자동으로 생겨난다. 투자는 미래가치에 투자하는 일이며, 빼빼로보다 열심히 일할 곳에 찾는 일이다.
자주 언급하는 종목이 있다. '강원랜드'와 '존 디어'다. 이 두 종목의 가치를 나는 높게 평가한다. 안정적이며 최소한 화폐가치 이상의 수익을 만들어낼 것이라 확신한다. 단기 투자가 아니라, 장기 투자자에게 불경기는 절호의 바겐세일 기간이다.
누군가는 30% 할인하는 물건에 지갑을 열고, 누군가는 30% 할인하는 자산에 지갑을 연다. 이 둘은 근본적으로 같지만, 전자는 미래에 비싸게 되팔 수 없고, 후자는 미래에 비싸게 되팔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은 책이다. 책을 읽던 도 중 '신민철' 작가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인스타그램을 팔로워 했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