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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Feb 24. 2023

[인문] 중독은 어떻게 거대한 사업이 되는가_음식중독

 옛날 초나라의 한 상인이 말했다.

 "이 방패는 어떤 걸로도 뚫을 수 없습니다."

판매 중인 방패가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이어 상인은 '창'을 꺼내든다.

"이 창은 무엇이든 뚫을 수 있습니다."

 뭐든 뚫을 수 있는 창과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는 방패를 우리는 모순(矛盾)이라고 한다. '모순'은 논리가 맞지 않는 상황에 쓰는 고사성어다. 

 우리는 여기서 '논리의 모순'에 집중하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그의 직업이 '상인'이라는 점이다. 상인의 비즈니스는 어떻게 됐는가?  '논리의 모순'과 '사업 성공유무'는 별개의 문제다. 모순에 빠졌다는 것이 '비즈니스'의 실패를 의미하진 않는다. 아주 높은 확률로 상인은 큰 수익을 얻었을 것이다. 

 초나라 상인의 일화로 누군가는 '모순'을 배우겠지만, 누군가는 '비즈니스 방식'을 배운다. 상인은 어쨌건 창과 방패를 모두 팔았다. '모순'을 깨우친 이들도 있다. 그들은 언제나 소수다. 다수의 사람은 필요에 따라 무엇이든 뚫는 창 혹은 무엇이든 막는 방패를 구매할 것이다. 어쩌면 그 둘 다 구매할지도 모른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 마케팅 전략이란 말인가.

 식품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 중 하나다. '밀'로 만든 음식을 더 많이 소비시키기 위해, 산업은 '콜라'를 개발했다. 콜라는 소화제였다. 소화제를 더 많이 찾게 하기 위해 산업은 설탕을 집어 넣었다. 설탕에 중독된 사람들이 비만해지자, 산업은  '다이어트 콜라'를 출시한다. 다이어트 콜라라는 또 다른 메뉴가 개발되자,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모순'은 그렇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블루오션의 재료다.

 개량된 토마토가 덜 달면, 설탕을 첨가하여 당을 올리고 보관기간을 늘릴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캐찹은 사람을 비대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비대해지자, 하인즈는 '다이어트 시장'을 개척한다.

 모순은 언제나 새로운 산업을 개척한다. 석유하면 떠오르는 곳은 중동이다. 중동에는 '친환경'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다. 친환경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자, '전기차', '풍력발전', '배터리' 등 다양한 신사업 시장이 우후죽순으로 성장했다. 모순을 이용하여 시장을 확장하는 것은 사업적으로 꽤 똑똑한 방식이다.

 '모순'은 논리에서 나쁘지만, 사업에서는 좋다. 이런 결론에 다다른다. 보편적인 시각으로 '나쁘다'에 속하는 것 중 사업에서 좋은 것은 또 무엇이 있을까. '중독'이 있다. 중독은 사회적으로 '좋다'고 할 수 없지만, 사업적으로 꽤 성공적인 전략이다.

 '드라마 중독', '게임 중독', '쇼핑 중독', '스마트폰 중독'. 사업이 확대되려면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그것에 이끌려야 한다. 드라마는 가장 결정적인 타이밍에 '다음회'로 넘어간다. 게임은 즉각적인 '보상'으로 쾌락을 만들어 낸다. 이처럼 '중독'은 사업에 있어서 몹시 중요하다. 컨텐츠 산업, 게임 산업, IT산업에 비례하게 중독자들이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있다.

 아편 전쟁에서 영국이 중국으로 '아편'을 팔았을 때, 사람들은 영국의 '비도덕성'을 욕했다. 다만 시선을 다르게 해보자. 앞선 '초나라 상인'의 이야기처럼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을 바꿔보자. 아편이 중국으로 넘여간 것은 '영국 동인도 회사'였으며 이 또한 '비즈니스'였다.

 미국의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 드라마 중독을 야기하고 아이폰은 전 세계에 스마트폰 중독을 야기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비즈니스의 성공'이라고 보인다. 이유야 어찌됐건 당시 청나라의 아편 판매는 성공적이었다. 당시 청나라로 아편을 판매하던 상인은 '영국 동인도 회사'뿐만 아니었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의 외조부는 청나라 주강 지역에서 10년간 아편 장사를 하여 큰 돈을 벌었다. 그는 상인이었고 아편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지만 '주류(술) 산업'과 비슷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그는 상인으로서 아편 사업이 공정하고 정당하며, 합리적이라고 여겼다.

 결론에와서 '아편'은 불법이고 '술'은 합법이 됐지만, '중독'은 정의하기에 따라 다르다. 애초에 '모순'과 '중독'은 비즈니스에서 꽤 중요한 항목이다. 이것은 음식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음식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산업이기 때문이다.

 편의성과 저렴한 가격, 다양성은 소비자의 자유의지를 무너뜨리는 중요한 요인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옷을 팔 수 있을까. 사업가라면 '모델'이나 '연예인'을 통해 '유행'이라는 마케팅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음식이라면 사업가는 해당 음식이 어린 시절 기억을 자극하도록 향수에 호소해야 한다.

 산업은 판매를 유도하고 중독시키며 모순의 시장을 열어야 한다. 여기는 당연히 '개발', '연구'라는 이름이 쓰인다. 인간은 실제로 냄새로 빈대를 찾을 수 없지만 10미터나 떨어진 잔디 위에 초콜릿 향을 쫒을 수 있다. 이는 2006년 버클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값이다.

 성공하는 삼겹살 집은 문을 열어 냄새를 밖으로 나가도록 하거나, 야외 테이블을 설치하여 후각을 자극해야 한다. 이것은 TV에서도 자주 알려주는 경영 전략이다. 우리는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로써 적절한 마케팅을 배운다.

 내가 사용할 때는 마케팅 전략이던 것들이, 소비자가 되면 꽤 불공정한 음모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쨌건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더 잘파는 전략을 생각해 보듯, 거대 식품산업의 공룡들도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산다.

 미디어에 노출을 시키고 향수를 자극하고 중독시키는 일들은 그들이 사용하는 것처럼 우리도 희망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는 얼마나 자유의지를 가지고 음식을 대하고 있는가. 마케팅이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가 선택하는 선택들은 얼마나 자유의지를 갖고 있는가. 우리는 정말 먹고 싶기 때문에 먹는 것인가.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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