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책] 결국 출간을 해 버렸구나.._세이노의 가르

by 오인환

'혼자만 알고 알고 싶어 리뷰하지 않은 유일한 책'이라는 부제로 포스팅을 했었다. '세이노의 가르침'. 실제로 이 책은 출간되지 않은 책이었고 아는 사람끼리 어둠의 경로에서 제본을 사고 파는 형식으로 거래됐다. 혹은 인터넷 상에서 PDF 파일로 돌아다니던 책이다. 이 책을 만난 건 꽤 오래 전이다. 책을 만나고 아주 오랫동안 실제로 리뷰도, 언급도 하지 않았다. 추천 또한 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실제로 혼자만 알고 싶었던 이기심이 1번이고, 정식 출간하지 않은 책이라는 변명이 2번이었다. 이제는 서점에서 떡하니 베스트셀러 위치에 올라와 있는 책을 보고도 몇 번을 외면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기도 하지만 혼자만 알고 싶던 책이 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에 배알이 꼴려서 일지 모른다.

신제주 '북앤북스 서점'이 새롭게 오픈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책들 중 베스트셀러 칸에 있던 '세이노의 가르침'을 몇 번이나 외면하다가 결국 들고 나왔다. 가만 생각해보니 최근 서점에 많이 들리지 못했다. 일주일이면 최소 서너번은 서점을 들리곤 했는데, 너무 바쁜 일정 탓에 서점을 들리지 못했다. 출간했다는 소식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이 서점에 정돈된 모습은 처음 보게 됐다. 서점에서 몇 번을 들고 놓길 반복하다가 다음 날 출근 전에 책을 집고 나왔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다. 현재 읽어야 할 책들이 산더미처럼 많기에 당분간 넘겨보지는 못할 예정이다. 이미 읽은 책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재독하고 싶다는 욕망이 타올랐다. 바쁜 일상 중 겨우 짬을 내던 독서시간을 다시 불태울 열정이 솟았다.

이렇게 바빠도 되나 싶다. 근 3일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에는 창작소설을 올렸다. 누군가는 바쁜 일상 중 소설을 집필해 연재하는 것에 대단하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바쁜 일상을 쪼개 연재하는 소설은 아니다. 현재 3회까지 올린 이 소설은 이미 완결을 지어놓은 소설이다. 밤 11시가 가까이 되면 이미 작성된 소설을 올렸다. 도무지 일상의 짬이 나오지 않기에 글을 쓸 수도 없지만 책을 읽을 시간이 도무지 나지 않았다. 하는 일이 대략 정돈된다. 정돈되면 아마 나는 다음 일정을 왕창 잡아 놓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움직이는 방식이기도 했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엔진의 방식은 피스톤 운동이다. 터트리는 힘을 사용하지만 폭발이 연쇄적이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지 줄어드는 것 없이 확장만 된다면 자동차는 움직이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폭발적으로 몰아치다가, 정돈하고 다시 몰아치다가 정돈하길 반복하는 일이다.

예전 TV에서 주호민 작가의 인터뷰를 본 적 있다. 주호민 작가는 자신의 만화를 연재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도대체 다음 회에 이야기를 어떻게 풀까'하는 호기심이 드는 상태로 넘어가는 스토리에 대한 호기심이다. 이에 주호민 작가는 말했다.

"내일의 나에게 넘기는 거죠."

그렇다. 철저하게 계획하고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극적인 이야기를 집필하고 '에잇!'하고 내일의 나에게 넘겨버린다. 그것을 넘겨버린 내일의 나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그것을 해결해 나간다. 애초에 감당하기 벅찬 것들을 감당해 나갈수록 성장한다. 이처럼 무책임하게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넘기는 일은 주호민 작가를 성장시켰을 것이라 생가한다.

스케줄을 짤 때, 어떤 제안을 받아드릴 때, 될 수 있다면 'YES맨'이 되고자 한다. 코끼리 어플리케이션에 녹음을 할 때도, 강연을 부탁 받을 때도, 출간 제안을 받을 때도 어지간 하면 'YES!'하고 기분 좋게 받아드린다. 자아를 분리시키는 일을 나는 좋아한다. 스케줄을 작성하는 자아와 행동하는 자아를 분리하면 꽤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일단 '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모두 받아 드린다. '내일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하고 일정을 '내가 하지 않을 것 처럼 짠다.' 그러면 다음의 나는, 내가 내린 스케줄에 의해 움직인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와 일상을 버텨내고 나면 새로운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조금 정돈이 될 쯤하면, 희한하게도 일은 '이때다!' 싶어 몰아친다. 출판사 마케터분들이 도서 리뷰를 제안해 주신다. 대충 표지를 살피고 내용을 훑다가 네이버 검색으로 다른 이들의 리뷰나 참고하여 글을 써도 된다. 다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 반드시 완독 후에 글을 쓴다. 이유는 그렇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책을 홍보해주고 줘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그 책이 나에게 온전하게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시간이 허무맹랑할 정도로 부족한 일정에도 나는 5분과 10분을 쪼개어 책을 읽는다. 그러다보면 일정을 다 소화하고, 다음 몰아쳐 올 일정 직전에 약간의 공간이 남는데 그 때 마음놓고 진도를 나가기도 한다. 모쪼록 읽지도 않을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을 구매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끝 없이 늘어지는 것보다, 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때, 나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겨우 움직이는 인간이다. 그것을 깨닳았다. 저질러 놓으면 어쨌던 수습을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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