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우울증 꺼져

나는 시간을 탕진했고 이제 시간이 나를 탕진한다

by 오인환

시계 초침이 짤깍 거리는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마침 유튜브는 감성 발라드 음악을 추천했다. 조용한 새벽, 감성적인 음악을 가만히 듣는다. 감성적이 됐다. 지나간 사진들을 살펴본다. 과거를 떠올린다.

후회스러운 일.

잘못한 일들이 떠오른다.


떠올리다보니 문뜩 떠오른다.

'지금은 잘하고 있나.'

생각이 이어졌다. 다시 감상에 젖는다. 가만보니 감상이 아니라 우울이다. 우울의 늪으로 빠지고 있었다.


"아. 주접 싸고 있네."

"저질러 놓은게 한 두 개냐."

정신이 번쩍.


뭔가에 끌려 들어가다가, '번쩍'한다.

만화 '알라딘'에서 '자파'는 주술사다. 자파는 '술탄'에게 최면을 건다. 최면에 걸린 '술탄'은 자신이 뭘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행동을 한다. 눈이 빙빙 돌면서 초점도 없고, 자아도 없이 움직인다. 바로 내 상태가 그랬다. 뭔가에 홀린 듯. 늪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깨버린 것은 온화한 방법이 아니다. 술사의 지팡이를 부수는 방식이다.


'젠장',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쌍욕을 스스로에게 남기고 나만의 방식으로 주술사의 지팡이를 부순다. 거기서 깨어난다. 이렇게 무책임하고 무기력할 수가...

할 것을 산더미 처럼 쌓아 놓고 기껏 한다는 것이 자리에 앉아서 감상에나 빠져 있다니... '웃긴 놈이네'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할게 없으면 빨래라도 개켜라. 되도 않는 우울증에 빠져들지 말고'


싹다 나몰라라 하면서 남에게 폐를 끼치고, 스스로도 갉아 먹는 무능에 나를 던져 둘 수 없다. 다시 번쩍인다. 거기서 빠져 나오니, 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다. 하다못해 자기 몸 하나는 제대로 관리하고 있나. 그마저도 못한다. '할게 없어 가만 있나' 생각해보니 할 것이 수만가지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라면, 명상이라도 하든가...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그게 맞아?'


편하니까 딴생각이 난다. 남한테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그래서. 그렇게 말해주는 '남'이 없다. 그러니 내가 말해야 한다.

"편하니까, 딴생각이 나는 거야."

'뺑이치면 딴생각 못한다.' 쌍팔년도 군대에서나 쓰던 말을 스스로에게 한다. 역시 남한테는 쓸 수 없다.


무능은 위로 받을 권한이 아니라, '나쁜 거'다. 무능은 나쁘다. 무능한 의사는 환자를 죽이고, 무능한 선생은 제자를 어긋나게 하고, 다른 유능한 이들에게 가야할 기회를 빼앗는다. 스스로에게 악다구니하고 나자, 정신이 번쩍든다.


그렇게 버릴 시간이라면 차라리 책이나 읽자. 시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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