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만화로 역사를 보면 좋은 점_생강 국사 1

by 오인환


영상은 효과적인 교육 매체다. 이해하기 쉽고 빠르게 전달한다. 중요한 것은 흥미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차트, 그래프, 그림, 애니메이션, 감정, 분위기 등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을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예를 들어보자.


'한 여인이 있다. 오른손을 왼손 위에 포개어 있다. 오른쪽 어깨 뒤로 구불 거리는 길이 보인다. 그녀의 이마는 넓은 편이며 은은한 미소를 짓는다. 그녀를 그린 그림에는 눈썹이 없다.'


감을 잡았겠지만 '모나리자'다. 이 묘사를 따라가다보면 결국 '모나리자'를 떠올린다. 그림 한 장이면 바로 알 수 있는 걸, 글은 한참 설명해야 한다. 그래도 분명하게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고로 비효율적이다. 인간의 뇌는 이미지로 기억한다.


언어는 선이다. 문자는 좌에서 우로, 소리는 앞에서 뒤로 정보가 나열된다. 이것을 '이미지'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선을 면으로 바꾸는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이런 작업은 수동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능동적으로 이뤄진다. 이미지는 '평면적'이다. 추가 작업 없이, 정보가 바로 바로 들어온다. 빠르고 쉽다. 영상은 더 직관적이다. 공간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더 쉽고 더 빠르고 더 재밌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사고'라는 것은 '공간적 정보 뿐만 아니라 시간과 감정을 연결하고 냄새, 촉감, 추상적인 것 등을 복합적으로 떠올리는 작업이다. 인간이 물론 시각 정보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것은 비중이 높다는 것이지 절대적이진 않다.



예를들어보자. A라는 반에 서른 명이 있다고 해보자. 이 중 '김 씨' 성을 가진 사람이 가장 많고, 3명이라고 해보자. 반에는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이 가장 많지만 여전히 절대 다수는 27명이다. '비교적으로 많다'와 '절대적으로 많다'는 것은 다르다. 인간의 기억은 '시각'에 크게 의존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시각 정보만으로 채워지진 않다.



눈을 감으면 정리되지 않은 감정과 잡생각이 허공에 둥둥 떠다닌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 올 공간이란 이처럼 친절하게 비워져 있지 않다. 거기에는 잡생각, 감정 등의 부유물들이 불규칙적으로 떠다닌다. 아주 불친절한 공간이다. 이 불친절한 공간에 정보를 집어 넣기 위해서는 불순물 덩어리를 적당히 이용해야 한다. 혼합해야 한다. 과거의 경험과 연결하고 흥미와 연결해야 한다. 다른 곁가지가 달리면 적당한 중량이 생기며 비로소 묵직하게 내려 앉는다. 고로 이것은 받아들이는 양이 아니라 경험과 시간, 공간, 냄새 등 다각적 부유물과 결합하는 '능동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영상'은 강압적이자 일방적으로 정보를 때려 넣는 작업이다. 정보를 받아 들이기는 쉬우나, 그것이 다른 부유물과 적당히 섞이지 못한다. 이질적인 외부 정보가 과도하게 들어오면 때로 그것을 불러들이거나 새롭게 해석하는데 문제가 생긴다. 고로 학습이라는 것은 '학'이 하나요, '습'이 99인 능동동적 행위다. 한 번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99번을 소화시키는 작업이 훨씬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한상 차려놓는 것보다 떠먹고 소화시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 영상이 잘 자려놓은 밥상이라면 학습이란 그것을 떠먹고 씹고 소화시키는 과정이다. 잘차려진 밥상을 받는 것은 건강 유지 비결이 아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선 먹고 소화하는 능동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동적 능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원초적이다.



영상 매체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고로 문해력은 떨어진다. 읽기, 쓰기와 같은 언어 능력에 손상이 온다. 영상은 급하고 빠르게 입력하는 좋은 수단이지만 소화력을 떨어뜨린다. 소화력이 떨어지면 이후에는 영상 학습에서도 능률이 떨어진다. 결국은 영상매체 학습도 글쟁이들의 영역이 된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 1세대를 공식 행사장에 들고 온 것이 2007년이니까. 2007년생 돼지띠는 태어날 때도 '스마트폰'이 있었다. 영상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된 셈이다. 이후 2005년에는 4G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바야흐로 스트리밍, 동영상의 시대가 열렸다. 다수가 영상 매체에 노출되면서 학습 방식도 바뀌었다. 소화력은 떨어졌는데 잘 차려진 밥상이 끊임없이 오는 환경이 주어진 것이다. 떠먹여 주기 학습 방식이 습관화 되면서 학생들은 글을 읽기 어려워 한다. 이때 가장 적절한 대안은 '만화'다. 만화는 시각적인 요소가 많지만 적잖은 문자가 함께 적혀 있다. 직관적인 평면과 선의 조합으로 문해력을 높이기 충분하다.


외국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인사'를 배운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이 기초이자, 기본이기 때문이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 기초적인 어휘를 먼저 공부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학습능력에 문제가 있거나 지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개 가장 먼저 쉬운 방식으로 하는게 좋다. 영화를 보거나 간단한 음악으로 흥미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공부는 꼭 책상 위에 정자세로 앉아서 딱딱하고 어려운 학습지로 시작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글을 읽기 불편하다면 조금 더 쉬운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영상으로 시작하는 것보다 만화책으로 시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다. 영상매체는 접근까지 너무 많은 유혹이 존재한다. 또한 의식하지 못하고 집중력이 흐트려지는 경우도 있다. 시청자의 집중력과 이해력에 연연해 하지 않고 일방 통행하는 영상보다 어쩌면 만화로 최초의 접근을 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최태성 작가의 '생강 국사'는 앞서 말한 선, 면, 공간을 적절히 배치하여 있다. 독자의 경험을 적절히 상기 시킬 수 있는 유머와 설명도 곁들여져 있다. 영상 매체의 홍수 속에서 비슷한 강의는 유튜브에서 간단한 검색으로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문해력'을 기르는 것이 가장 좋다. 흥미와 문해력을 함께 얻기 위해서 꽤 적절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챕터 뒷편에 요약본과 문제도 수록 되어 있기 때문에 가볍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지만 결코 담고 있는 컨텐츠의 무게가 가볍진 않다. 내신과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도, 역사에 관심이 있는 성인에게도 꽤 즐겁게 읽힐 수 있는 학습지이자, 역사 만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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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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