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윤재광의 책. 글 참 예술적으로 잘쓴다. 기대감 없이 시작했다가 끝나는 줄 모랐다. 인간의 생에 대한 욕망을 다룬 작품. 소설은 현대와 과거를 교차 반복하며 진행하다가 중간 어느지점에서 만난다.
진시황도 소망했던 영생의 욕망. 그것을 소설은 흥미롭게 풀었다. 진시황도 영생을 꿈꿨다. 진시황이 얼마나 영생을 꿈꿨는지는 '제주'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헤맬 때, 그의 사자였던 '서복'은 한반도 남쪽 제주까지 찾아왔다. 서복은 당시 정방폭보에 정박하고 한라산에 올라 불로초를 구했다. 그탓에 '서귀포'는 '서귀'라는 이름을 가졌다. 영원히 살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의 꿈 중 하나다. 하늘을 날거나, 영원히 사는 욕망은 고로 여러 방식으로 만날 수 있다. 그닥 특별한 소재는 아니다. 흔한 소재지만 소설가 '윤재광'은 수려한 문체로 이야기를 전개 한다. 독서를 마치고 난 뒤, 그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려 했더니, 2021년에 출간된 두 권의 책이 전부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조선 어느 시대 쯤, 서삼이라는 인물이 있다. 인물은 물건을 움치는데 도가 튼 인물이다. 언젠가 값비싼 비녀를 훔쳐 어머니를 드린다. 이 문제로 그의 어머니는 곤장을 맞고 얼마 뒤에는 죽는다. 도둑질로 삶을 연명하던 그는 우연히 한 노승을 만난다. 노승이 전한 말에 서삼은 번뜩인다. 노승의 말은 이렇다.
사람은 날 때, 혼을 갖고 태어난다. 하나는 머리, 다른 하나는 마음이 그렇다. 다만 가끔 혼이 셋인 사람이 날 때가 있는데 서삼의 혼이 셋이라는 것이다. 서삼의 다른 하나의 혼은 '자혼'이라는 놈으로 '쥐'처럼 남의 물건을 탐하고 훔쳐 남을 곪게 만든다. 서삼은 자신도 모르게 어미의 뱃속에서 형제의 혼을 훔쳤다. 그렇게 그의 삶은 날 때부터 일반적이지 않았다.
소설의 두 번째 주인공이 등장한다. 소설의 두 번 째 주인공은 그 시대적 배경이 현대다. 지호는 여섯 살 된 아이다. 그는 의사인 아버지 '진우'와 교육학을 전공한 어머니 '희령' 사이에 영특한 아들이다. 영특함은 차고 넘쳐 '천재'의 면모를 갖춘다. 이런 지호에 관한 설명은 '서삼'의 이야기와 교차 서술된다. 도대체 이야기를 어떻게 풀려고 이처럼 두 시대적 배경을 동시에 끌고 가나 싶다.
여기서부터는 약간의 스포가 하나만 하겠다.
두 시대적 배경은 따로 진행되지면 막바지에 들어가며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 남의 혼을 훔쳐 영생하는 '서삼'이 현대에 이르러 '지호'를 만난다.
더 읽을 다른 독자를 위해 더 이상의 스포는 하지 않겠다.
영원히 죽지 않고 산다는 것에는 여러 관점이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불교에서는 영원히 사는 것은 없다. 불교에서는 영원히 살 것이라는 것을 하나의 '상'으로 규정하여 그것이 존재하지 못한다고 못 박았다. 반대로 기독교는 다르다. 기독교에서는 영원한 삶이 존재한다. 기독교에서의 영생은 말 그대로 영원한 생명을 의미한다. 여기서 생명은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지만, 육체를 벗어난 뒤에 이어지는 세계까지 포함한다. 두 뿌리를 끝까지 이어보면 사실 둘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긴 하다. 영생에 대해 생각하기에 이 두 관점은 모두 '육체를 벗어난 영생'을 말한다.
굳이 고대 성인들의 말씀을 빌리지 않더라도 죽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육체는 언젠가 모두 썪어 다른 어떤 것으로 변해간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을 '영' 혹은 '혼', '얼'이라 한다. 소설을 쓴 '윤재광' 작가는 대체로 이런 세계에 관심이 많은 듯 보였다. 책은 매우 쉽게 읽히며 또한 실제로 빨리 읽혀지기도 했다. 바쁜 일상을 살면서 흘러 버리는 아무 의미 없는 생에서 '영생'을 바라는 못난 욕심을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