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이타현 미야하라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여느 농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외관을 갖고 있다. 이 마을에는 아스팔트 도로가 마을을 가로지르고 있어 접근성도 나쁘지 않다. 이 마을에 살고 있는 니시 야스코 씨는 한 달에 한 두번 병원 정기 검진을 위해, 혹은 2주치의 식료품을 구입하기 위해 읍내로 나간다. 니시 야스코 씨의 이야기를 한 이유는 그가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마을의 유일한 주민이다. 2015년에서 2019년 총 4년간 주민이 0명이 되어 소멸된 마을은 일본 전국적으로 164곳이다. 앞으로 이 속도는 더욱 가속화 될 예정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일본의 안타까운 실정이 아니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 우리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충남 서천군 시초면 봉선리, 이곳 전체 주민은 95명이다. 이중 절반 이상인 52명은 60대 이상이고 4~50대는 23명이다. 이 봉선리는 백제인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낸 '천제단'이 처음으로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처럼 가까운 미래에 소멸을 맞이할 마을은 우리나라에만 1067곳이나 된다. 일본이 흔들린다. 어린 시절부터 일본은 독특한 나라였다. 어린 시절, 일본의 위상은 엄청났다. 어른들은 '일제'를 곧 '명품'으로 인식했고 어른들은 일본제국의 만행을 욕하는 동시에 현대 일본인의 선진의식을 부러워 했다. 그 오묘한 국가가 내가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했던 곳이다. 첫 인상은 그랬다. '질서, 청결, 예의' 어른들에게 들었던 일본의 이미지가 그대로 있었다. 대한민국과 일본을 견주는 것은 어느 분야든 웃음거리가 될 만한 일이었다. 시간이 흘렀다. 천지가 개벽한 듯 하다. 일본은 저렴한 여행지 중 하나가 됐고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는 뉴스 기사는 적지 않게 나온다. 내가 어린시절 어른들과 내가 가졌던 일본에 대한 열등감 혹은 컴플렉스는 현재 청소년들에게는 없다.
언제부터 이렇게 일본이 가난해지기 시작했을까.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의 경제 위기를 보고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용어를 썼다. 그러나 2010년이 지나도 일본의 경기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2020년도 벌써 3년이나 흘렀다. 일본이 잃어버렸다는 그 시기는 20년을 지나, 30년, 40년을 훌쩍 넘었다. 이 정도라면 '잃어버렸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 맞는가 싶다. 일본이 경제 호황 시절보다 더 긴 불황 시절이라면 '잃어버렸다'는 표현이 다소 어색하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일본 국민의 1인당 GDP는 칠레나 터키 보다 적었다. 어쨌건 두 세대 만에 일본이 엄청난 경제 성장을 통해 미국을 위협하는 경제 대국으로 오른 것은 사실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 일본은 이미 엄청난 경제 대국이었기에 내 또래가 갖는 일본에 대한 환상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최근 나이 어린 친구들과 대화를 해보면 일본에 대한 인식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대체적으로 나이 어린 친구들은 일본인에 대한 감정 인식이 나쁘지 않으며 되려 무감각하다는 느낌마저도 든다. 삶의 질에서 어느 나라와 굳이 비교해 볼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일본의 미래는 더 어둡다고 본다. 일본의 미래가 더 어두워질 것이라는 예상은 '역사적 감정'이 아니라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전 세계가, 특히 미국이 돈을 찍어내는 '양적완화'를 앞다투어 하기 전까지,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한다는 생각은 터무니 없었다. 그것은 지금은 조금만 경제에 관심을 가져도 자주 듣게 되는 '양적완화'지만 일본 경제를 부양하겠다며 시작했던 '양적완화'는 언발에 오줌누기 같았다. 경제를 부양하는 방법치고 유래가 없는 방법이었다. 당시 일본을 다시 부활하겠다는 아베 신조 총리는 '아베노믹스'라는 용어를 만들어 일본 경제 부활을 확신했다. 아베의 야심찬 경기 부양책은 아베의 세가지 화살이라는 이름으로 신문에 오르내렸다.
'양적완화', '재정지출확대', '기업 체질 개선'. 이미 마이너스 금리인 일본이 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돈을 찍어내는 일 밖에 없었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과 경기 부양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일은 크게 기준금리 조절, 지급 준비율 조절, 재할인율 조절이다. 여기서 일본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넋놓고 시장의 흐름을 지켜봐야 하는 꼴이 된 것이다. 이때 아베는 무제한적으로 돈을 찍어 시장에 푸는 '양적완화'를 시작했다. 엔화가 풀리면 엔화가치가 떨어져, 수출이 살아나고 기업 수익이 높아지면 체질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다만 이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논리다. 준기축통화라는 엔화의 지위를 이용하여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다. 이런 양적완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성장에 큰 발판이 되기도 했다. 과거 일본 은행이 발행한 자금의 반 이상은 국제 금융 시장으로 흘러갔다.이 자금의 다수가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는데 중국은 낮은 비용으로 일본 은행이 공급한 자금을 운용했다. 일본의 민간 은행이 중국에 직접 투자나 융자를 한 적은 업지만 중국은 국제 금융시장이라는 중개거점을 이용하여 달러채를 발행하고 투자금을 마련하여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 투자했다. 결국 2021년 9월 말까지 일본 은행 자금은 488조엔, 일본 대외금융채권은 524조엔 이 늘었다. 반면 중국의 대외금융채무는 232조 엔 늘었다. 일본 중앙은 경제적으로 돈을 찍어내는 일 말고는 시장에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다. 거른데 위험한 것은 일본 중앙은행의 일본 국채 보유율은 50%가 넘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이 있다. 일본 중앙은행은 도쿄 증시를 부양하기 위해 주식을 매입한다. 특이한 일이다. 일본은행의 상장지수펀드 보유액은 도쿄증시 1부 시총의 4%인 24조원에 해당된다. 일본은행은 신탁은행을 통해 니케이와 도쿄증시 1부종목 지수인 토빅스를 사들이는데 중앙은행이 직접 시장에 개입하여 대주주가 되는 상황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그동안 일본은행은 ETF 매입을 늘려온 효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34개사의 기업에 10% 이상을 보유 중이다. 이는 자유 시장 법칙을 크게 흔들어 놓는다. 일본 은행이 대주주인 회사들은 경영 감시의 우려가 있고 기업의 가치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 또한 시장에 참여 중인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의 이런 투자 성향을 믿고 단기 투자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일본 경제의 가장 큰 위기는 더 이상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손을 써도 역사상 있어 본 적 없는 특이한 방식을 꾸준하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언발의 오줌누기로 곪은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지연시키는 일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미래는 아주 어둡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일본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도 어렴풋 보여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