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역사는 유목민족과 농경민족의 패권 다툼이었다. 농경민족은 커다란 공동체를 이루고 막대한 부를 쌓았다. 정착하고 자리잡고 문화적 번영을 하는 이룬다. 덩치가 크고 잃을 것이 많다. 비옥한 토지를 선점한다. 나아가기 보다 지키는 것을 우선시 한다. 대체로 분업이 잘 되어 있다.
유목민족은 반대다. 대체로 기민하게 움직인다. 척박한 땅에 거주한다. 덩치가 작고 잃을 것이 없다. 지키는 것보다 나아가는 것을 우선시한다. 대체로 분업보다는 개인이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유목민족은 몽골이나 여진이 있다. 이들은 정착하지 못하고 약탈을 일삼았다. 대체로 가난했고 전문적 능력도 갖추지 않았다. 날아가는 새처럼 최대한 몸집을 가볍게 해야 했다. 언제든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수 있도록 중요한 것이 아니면 덜어 냈다. 이들의 특징은 '기동력'과 '자유', '다재다능'이다. 몽골족은 이민족의 침략에 재빠르게 도망 다녔다. 활동을 위해 소지품을 최소화했다. 중요한 무언가를 제외하면 모두 버려야 했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본능적으로 파악해야 했다. 이는 본질 파악 능력을 향상 시켰다. 한 곳에 머무르다보면 불필요한 잡동사니가 쌓인다. 살아가며 꼭 필요한 것들을 쌓아 두다보면 무엇이 중요한지 결국 모른다.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잃을 것이 많은 농경민족과 잃을 것 없는 유목민족의 결정적 차이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초원을 유랑하는 유목 민족도 있지만 바다를 유랑하는 유목 민족도 있다. 대체로 일본이나 영국과 같은 섬나라가 그렇다. 이들은 떠돌아 다니다가 약탈을 했다. 스스로 음식을 지어 먹었고 전쟁에도 참여했다. 농사를 짓거나 사냥도 하기도 했다. 전문 분야를 나누지 않고 개인의 여러 분야에 다재다능해야 했다. 세계를 보면 농경민족들이 번영하다가 쇠퇴와 부패가 시작하면 잽싸게 유목민족들이 패권을 앗아갔다. 몽골, 일본, 영국, 여진 등 갑자기 세계사에 중심으로 우뚝 서버린다. 경제에서도 이와 같다. 덩치가 커지면 기동성이 줄어든다. 지나치게 커저버린 덩치 때문에 줄어든 기동성을 '프리랜서'들은 잽싸게 채워나간다. 공무원이나 대기업보다 더 선호 되는 것이 '유튜버'라는 직업이다. 커다란 덩치는 소속감과 안정감을 주지만 사람들은 자유를 담보로 내놓아야 했다. 어느 순간부터 커다란 공동체가 지나치게 둔해지고 비합리적이게 되면 사람들은 권태감을 느낀다. 그리고 스스로 유목민족처럼 자유롭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잽싸게 유목민들이 패권의 자리를 채워나간다. 지금 현재가 그 과도기라 보여진다. '디지털노마드', '경제적 자유'. 이런 것들이 유행했다. 사람들은 소속감보다는 개인의 정체성을 중요시 생각했다. 경제와 사회, 문화분야에서 '인플루언서', 즉 유목민들이 떠오른 것이다. 이들은 농경민족의 자리를 빠르게 꿰찬다. TV를 켜면 대형 유튜버들이 나온다. 이들은 스스로 연출가이자 음향감독이고 카메라 감독이자 출연자이자 작가이고, 편집자이기도 하다. 혼자서 모든 역량을 다 해낸다.
사람들이 '유목민'에 대한 환상을 갖는 이유다. 이들은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한다. 스스로 컨텐츠를 제작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기도 한다. 이런 유목민에게 가장 큰 원동력은 사실 '결핍'과 '불안'이다. 초기에 제대로 자리를 잡은 이들의 경우, 공동체가 지시한 업무를 처리하기 바쁘다. 대체로 인플루언서들의 상당수는 항상 겉돌다가 기회를 발견한다. '도서 인플루언서' '안예진' 작가는 '꿈꾸는 유목민'이라는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한다. 그녀의 이름에 따라 그녀는 '유목민'을 꿈꾼다. 유목민처럼 그녀는 안정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도전'과 '자유'를 희망한다. 그녀가 이처럼 유목민을 지향하면서 꿈을 꾸는 것은 어쩌면 현대 많은 사람들도 원하는 삶이지 않을까 싶다.
'경제적 자유'라는 말이 유행했다. '돈'에 대해 조금 자유로운 사고를 하고 사는 삶을 말한다. '농경민족'에게는 사실 '경제적 자유'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대박'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꾸준하고 보장된 수확물만 존재할 뿐이다. 유목민의 경우는 다르다. 이들은 기회를 틈타 높은 기동성으로 커다란 성장을 할 때가 있다. 대체로 이들은 꾸준하지는 못해도 경제적 자유를 얻을 만큼의 기회가 충분하게 있고 흔히 말하는 '대박'의 꿈도 가질 수 있다.
주식투자에 실패하거나 자유롭게 여러 나라를 여행하거나 여러 지적 호기심을 탐구하는 것으로 보아 '안예진 작가'의 삶은 유목민을 닮았다. 내 성향도 비슷하다. 역사, 경제, 양자역학, 풍수지리, 관상, 필체, 뇌과학, 동양철학, 소설, 서양철학, 종교, 미술, 음악, 뭐든 상관 없다. 닥치는 대로 읽는다. 그렇게 읽다보니 얻는 게 많다. 개인이 여러가지 일에 다재다능해야 한다는 '유목민의 특성'에도 맞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다보니 어떤 것을 볼 때, 다면적이게 보인다. 가령 현대미술을 보면서 역사와 기술이 떠오른다. '사진기'가 발명되면서 서양미술은 사실적인 그림에 권태를 느끼고 일본에서 찾은 '자포니즘'이 성장한다 던지. 노자를 읽으면서 양자역학과 닮은 부분을 찾아 본 다던지. 국부론과 종의 기원을 섞어 생각해 본다던지.
현상과 사물이 기존에 알고 있던 '관념'이 아닌 다각화된 시선으로 보게 된다. 그것은 분명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게 하고 그것이 다른 선택들을 하게 한다고 믿는다.
네이버 '도서인플루언서', '논술 부분 엑스퍼트'로 나 또한 등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그것이 크게 대단한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내가 스스로 많은 것을 얻는 부분이라면 지식적인 부분이다. 분명 농경으로 남들이 곡간을 채워가는 기간에, 여러 분야에 지식을 채워 놓고 있다고 본다.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고 훔쳐갈수도 없는 멈추지 않는 샘물을 내부에 만든다고 본다. 그것은 언젠가 화수분이 되어 채우고도 넘칠 것이다. 개인적 소통은 없지만 책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그런 신뢰가 있다. 단순히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는 기술'을 떠나, '저 사람의 머릿속에는 얼마나 많은 지식들이 녹아져 있을까' 떠올리면, 이들의 미래가 기대되고 때로는 때로는 자극받기도 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