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 인프제의 머릿속은 어떻게 작동되나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by 오인환


오지랖이 넓다. 쓸데 없는 생각이 많다. 현실보다 이상을 추구한다. 일상적인 대화보다는 심오하고 철학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일상에서 대체로 입을 다문다. 살아 있는 옆사람보다 누군가가 혼자 사색한 글을 읽는 것이 더 공감된다. 현실에서 대체로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준다. 고민을 들어주면 그 감정이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그것이 나가지 못하고 좌뇌와 우뇌의 구석구석을 훑고 마치 자기 일처럼 착각한다. 스타벅스의 종이빨대가 지구 환경을 구하는데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한다. 그들이 건내는 리유저블 컵이 진정 환경을 위한 것인지, 다시 그곳을 찾게 하는 마케팅적인 요소인지 그 진심에 골똘하게 생각한다. 비록 그것이 나의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집요하게 캐묻고 스스로의 답을 내놓는다. 글을 쓰면 글이 어려워진다. 말을 하면 말이 겉돈다. 생각하면 생각이 깊어진다. 글을 쉽게 쓰고 싶고 말을 간결하게 하고 싶오 생각을 단순하게 하고 싶다. 그런 욕망이 끊임없이 내면과 부딪치며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 좌절한다.


'나는 왜 이런 사람인가'


그 고민이 한참이 이어진다. 친한 누군가의 전화가 온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감정은 각 시간마다 고요함과 요동침의 파동을 갖는다. 그 주파수에 맞는 행동과 생각을 하고 싶다. 갑작스럽게 걸려 온 전화가 나만의 감정을 헤집고 다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방해금지 모드로 스마트폰을 변경하고 쌓여 있는 미확인 메시지를 내 감정이 용납하는 시간에 확인한다. 그것들이 나의 영역으로 침범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장벽을 쌓는다. 갑작스러운 불청격을 싫어한다.


"어. 미안해. 뭐 좀 하느라 이제 확인했어."


'여보세요'보다 먼저 하는 인사다.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누군가는 '그려려니'한다. 극도로 외로움을 느껴도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저절로 진짜들만 진득하게 쌓여간다. 그들은 소중하지만 그래도 내 영역을 침범해 올 수 없다.



"지금 잠깐 볼 수 있을까?"


특별하게 하는 일이 없어도 배꼽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불편함이 머리끝까지 차오른다. 일단 거절하고 본다. 나중에 연락을 준다고 일러준다. 잊지 못하고 '언제 연락을 주면 될까' 고민한다. 연락을 먼저 준 것은 고맙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거절하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한다. '왜 지금 보자고 했을까', '왜 잠깐 보자고 했을까', '왜 하필 나에게 전화를 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 전화를 한다.


"그래. 어디야? 지금 갈께."


그 귀찮은 내부의 목소리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그냥 나가기로 결정한다. 대충 차려입고 나간다. 그러나 그냥 연락했다는 이야기에 허탈함을 느낀다. '그냥 잡담이구나.' 그래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깜빡 거리는 스마트폰의 배터리 표기처럼 '뇌용량 방전'을 알리는 신호들이 여기저기서 온다. 집으로 들어온다. 분명 즐거웠으나 후회가 밀려온다. 이런 비생산적인 대화였으면 그냥 집에서 쉴 것을...


최대한 편한 옷을 갈아입는다. 스마트폰 SNS를 켠다. 너무 많은 정보가 눈으로 쏟아져 온다. 꺼버린다. 생각은 SNS의 유해함으로 이어진다. 저것은 뇌에 어떤 작용을 할까. 저것을 사용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까. 흔히 말하는 쓸데 없는 생각이 머리를 마구 어지럽힌다. 영화를 보기로 한다. 넷플릭스 영화를 켠다. 새로운 영화를 시작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예전에 봤던 영화 중 흥미롭게 봤던 영화를 선택한다. 마음이 놓인다. 나 스스로의 검증이 끝난 영화를 켠다. 이미 몇차례 본 영화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본다.



"감독은 이 장면을 만들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배우는 이 역할을 찍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배역은 당시 무슨 생각이 었을까?"


배우 얼굴에 나타난 미세한 근육 떨림, 머릿카락 흔들림까지 모두 포착하여 의미를 부여한다.


"지나가는 역할을 하던 엑스트라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불현듯, 예전에 봤던 '프렌즈'라는 시트콤이 떠오른다. 거기에 비중이 작은 배우를 하나 떠올린다. '건터'라는 카페 주인이 떠올랐다. 그의 이름을 검색해본다.


'James Michale Taylor' 이것이 '건터'라는 배역을 맡은 배우의 이름이었다. 그는 수 년 전에도 그의 이름을 비슷한 경로로 검색했다. 그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 기억이 났다. 그가 우연히 지나가는 배역인 '건터' 역을 했다가 정식 배우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스토리가 궁금했다. 조금을 더 검색해보니, 2021년 5월 전립선암 투병 중 그가 사망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아. 그럴 줄 알았으면 예전 인스타그램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도 달았으면..."


그의 인생에 대해 궁금했다. 30년이나 된 성공한 시트콤에 출연한 그의 이후 삶에 대해 알기 쉽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끈다. 한 참을 멍하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대체로 비현실적이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다시 그것의 꼬리를 생각이 물었다. 그 생각은 꼬리를 내밀고 다음 생각에게 여지를 주고 있었다. 그것을 걷어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쓸데 없는 생각. 그것을 없애고 싶다. 단순하게 살고 싶다. 단순하게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부러워하다 내 안에 있는 가장 단순하고 냉철한 그 어떤 자아를 꺼내어 다시 MBTI 검사를 해본다. 최대한 외향적이고 최대한 냉철하고, 최대한 비계획적인 자신의 모습으로 검사를 한다. 결과가 나온다.


또...


INFJ...


침울해진다. 그러나 비슷한 유형이 세계 1퍼센트나 있다. 스스로의 불쌍함을 잊고 그들이 참 불쌍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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