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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지구를 구하고 싶으면 다이어트부터해라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by 오인환

재활용 화장지 1킬로그램은 3000만 리터의 물을 기준치 이상으로 오염시킬 수 있다. 탄화수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환경을 위해서라면 화장실에서 뒷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부터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한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전 세계에서 3300만 톤의 탄소가 매년 배출된다. 이를 두당 나누면 매년 4킬로그램 이상의 탄소를 지구인 한명이 꾸준히 배출하는 것과 같다. 뿐만 아니다. 스마트폰을 한대 생산할 때마다 60킬로그램이 넘는 이산화탄소가 발생된다. 스마트폰으로 10분 짜리 영상을 시청하면 2000와트짜리 전기 오븐을 5분간 최대출력으로 가열하는 정도의 전력이 소비된다. 또한 구글 검색을 한번 할 때마다 0.2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 대체로 구글은 1분당 380만 건의 검색이 이루어지기도 한다.이것은 1분당 760톤의 이산화탄소가 검색으로 배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체로 환경을 위해 친환경 제품을 인터넷으로 발품삼아 찾고 구매하여 사용한다는 것은 이런 역설을 낳는다. 인간은 살아 숨을 쉬는 자체뿐만 아니라 활동하는 모든 순간 에너지를 만들고 탄소를 배출한다. 고로 인간이 지구를 위해서 그나마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을 최대한 덜 쉬는 일이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조깅이나 운동, 스포츠는 아예 해서는 안된다. 호흡은 최대한 얕게 하고 묽고 미지근한 야채 수프로 하루에 딱 한끼만 식사해야 한다. 환경을 위한다는 착각은 적잖은 모순을 남긴다는 것이다. 조금 타협한다고 해도 환경을 위한다면 스마트폰을 버리고 책을 무지하게 많이 봐야 한다. 사실 누구도 말하지 않지만 환경의 최대 적은 '인구증가'다. 고로 인구 좀 줄어야 환경이 산다. 아이를 최대한 낳지 않고 최대한 적게 숨쉬다가 최대한 빨리 죽는 것이 환경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다만 우리는 환경과 삶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고자 한다. 다만 극단적인 환경옹호는 이처럼 많은 모순을 낳는다.

탄소 배출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하고 개인자가용 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까. 아니다. 진정 환경을 위한다면 계단 대신에 엘리베이터를 타야한다. 걷는 것보다 킥보드를 이용하는 것이 에너지 효율면에서 좋다. 장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다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하여 타고 다녀야 한다. 풍족할수록 탄소배출량은 많아진다. 고로 소비를 적게할 뿐만 아니라 생산도 적게 해야 한다. 노동을 최소화하고 생산량을 줄여 특별하게 가난해질수록 탄소발자국은 적어진다. 비행기 이용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여행이나 관광은 최대한 해서는 안된다. 대체로 반려견 한 마리당 연평균 2.5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 반려견이 섭취할 육류를 따지면 연간 2톤의 이산화탄소가 더 배출된다. 고로 지구를 위한다면 탄소배출량이 연간 0.1톤 밖에 배출하지 않는 '카나리아'를 키우는 것이 좋다. 대체로 인간은 어떤 기준으로 애착을 하는 동물에게는 포근하고 안락한 사료와 장난감을 구매해 주고 다른 동물은 도살공장에 가둬 키운 뒤 조리하고 식탁 접시 위에 올려 놓는다. 이것이 모순이라는 것은 인간 스스로도 알고 있다. 미국 심리학자 멜리니아 조이의 저서 '왜 우리는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육류 공장을 일상에서 보지 못하는 이유는 이것들이 대체로 눈에 띄지 않는 외딴곳에 위차하고 있으며 입구에서 입장이 허락되지 않고, 육류를 운반하는 트럭은 봉인되어 아무 표시 없이 돌아다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애초에 인간은 자신들의 모순을 알고 있다. 고로 대체로 눈을 가리고 스스로의 악함을 모른 척 할 뿐이다.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것은 이렇게 모순을 낳는다. 대체로 남들보다 도덕적이라고 믿는 이들은 자신의 미덕을 뽐내기 위해 남들에게 죄책감을 강요하고 불필요한 공포심을 조장한다. 그것에 모순이 있다는 것은 사실 조금만 더 살펴보면 알 수 있다. 2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계적으로 '쓰레기'라는 말은 사용되지 않았다. 국어 '쓰레기'라는 어원은 '부스러기'에서 '스러기'가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사용 폐기물과는 거리가 멀다. 대체로 바닥에 떨어진 먼지나 각질 등의 잘게 부스러진 것들을 말한다. 그것은 환경과 관련 없는 어휘였다. 그것이 폐기물로써 환경과 연관이 지어진 것은 100년이 조금 넘는다. 그간 인간은 사용 폐기물을 폐기하지 않고 모두 사용했다. 현재 쓰레기로 분류되는 것들의 대부분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말한다. 다만 플라스틱 폐기물은 정말 인류가 만들어낸 죄악일까. 유럽인의 기준으로 93%의 사람들이 소변에서 플라스틱병과 같은 제품에 포함되는 비스페놀 성분이 검출됐다. 호주 뉴캐슬대학교에서는 '신용카드 한 장'이라는 연구를 했다. 이 연구에서 우리는 매주 신용카드 한 장의 무게와 같은 5g의 플라스틱을 섭취한단다. 또한 매년 1000만 톤이 넘는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가면서 2050년이 되면 바다에는 어류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전망이다. 그렇다고 플라스틱은 과연 죄악일까. 실제 플라스틱이 '사망'에 이르게 한 인류보다 플라스틱으로 '생존'하게 된 인류가 훨씬 많다. 플라스틱은 가격이 저렴하고 변형이 쉽다. 플라스틱 등장 이전에 인류는 비슷한 물질을 얻기 위해, 고래를 사냥하여 그 뼈와 수염을 이용했고, 코끼리의 상아나 야생동물의 뼈 혹은 뿔을 사용했다.

인류는 코로나 백신을 위해 '투구게'의 피를 이용했다. 투구게를 산채로 잡고 그것을 묶어 그것의 피를 대량으로 채취한다. 이것들은 인도적인 이유로 다시 자연방생되지만 사실 자연 방생이 아니라 폐기 수준이다. 이들의 20~30%만 생존하고 나머지는 곧 죽는다. 코로나 백신을 위해 우리가 '투구게의 피'를 이용한 이유는 그들의 피에 있는 '헤모시아닌'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고나면 나머지는 그저 폐기해버린다. 한때, 초등학생들이 포켓몬 빵에 들어있는 스티커를 모우기 위해, 빵을 버린다던 뉴스가 떠오른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우리는 틀림없이 그것의 어떤 것을 위해 대량 생산을 할 것이며 나머지는 폐기할 것이다. 다만 최근처럼 환경에 대한 이슈가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이는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이유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장은 이미 극도로 포화상태다. 인간이 소비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생산되며 생산자들은 이 치열한 경쟁의 압력을 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다이어트, 친환경, 관광 등은 최근 산업으로 규모를 키우며 꽤 성장했다.

미국이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패권에 대한 전쟁이 2000년 대 들어서며 시작됐다. 그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는 방식으로 사우디의 안보를 책임지고 원유 결제를 '달러'로만 가능하도록 해왔다. 그러다 셰일 혁명으로 인해 미국에게 '사우디'와 '러시아'가 불필요해지자, 미국은 에너지 독립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유럽, 러시아, 중동, 미국이 각자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행보를 이어간다. 플라스틱은 화학연료 산업의 부산물이다. 99%의 플라스틱은 석유와 가스에서 나오는 화학물질로 생산된다. 고로 자동차 에너지를 '석유'에서 '전기'로 바꾸었다고 친환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석유는 근현대 화학의 기반이다. 그것은 단순이 태워서 에너지원을 얻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화장품, 샴푸, 컴퓨터, 스마트폰, 자동차 등 거의 모든 것에 사용된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이 에너지 패권을 위한 원유의 수요 공급 전쟁을 위해 아마 '친환경'이라는 이슈는 앞으로도 꾸준하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 환경을 위한다는 것은 꼭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이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극단적인 불안감과 죄책감이 만들어낸 환경옹호보다는 조금 더 현명하고 현실적인 친환경의 의미를 갖는 것이 우리와 다음 세대를 위해 중요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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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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