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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90일 밤의 우주

좋은 배를 만들게 하고 싶다면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by 오인환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미니블랙홀'이 존재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말에 따르면 '미니블랙홀'의 질량은 에베레스트보다 무겁고 크기는 원자보다 작다. 혹여 '미니블랙홀'이 증발하거나 폭발하면 전파 신호를 방출할 것으로 봤고 그 신호를 통해 빅뱅과 초기 우주, 블랙홀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이 이론을 호주 전파 천문학자인 '존 오설리번'은 흥미롭게 지켜봤다. 이어 이 전파 신호를 관측하고자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잡음과 신호 왜곡을 제거해야 했다. 결국 오설리번 박사는 미니 블랙홀 관측에 실패했지다. 다만 이 기술이 무선 네트워크 통신 기술에 적용될 것이라 봤다. 당시 무선 네트워크에는 큰 문제가 있었는데 가구나 벽에 전파가 반사되어 신호가 왜곡되는 것이다. 오설리번 박사는 데이터를 한 번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개의 작은 신호 조각으로 나누고 여러 차례 복제하여 병렬로 전송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기술이 오늘날 무선 통신 표준 기술인 와이파이가 됐다.

스티븐 호킹이라는 영국 이론 물리학자의 가설을 호주 전파 공학자가 넘겨 받아 실생활에서 아주 쓸모 있는 새로운 기술로 재탄생했다. 대체로 천문학자들은 망원경에 눈을 박고 천체를 관측하는 직업으로 안다. 다만 실제 천문학자는 눈을 박고 천체를 관측하지 않는다. 보다 규모 있는 관측도구로 별을 올려다 보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바라본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관련 분야에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것에 반해 천체물리학자 대부분은 우주를 나가보지 않고 우주의 전문가가 된다. 사회와 동떨어진 무언가를 탐구하는 듯 하지만 그 기술은 생활 속에 아주 치밀하게 스며들어 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증명하고 과거와 미래라는 시간, 먼 거리에 대해 예측하는 일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과학은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은 아니다. 다만 확률을 계산하고 대비하는 학문이다. 가령 인공위성이 떨어지지 않고 지구 궤도를 돌기 위해 얼만큼의 연료가 필요하고 그 높이와 무게는 얼마나 둬야 하는지 계산한다. 역시 미래를 예견하진 않지만 실패 확률을 줄인다. 물리학은 실행 중 얻게 될 실패를 종이와 모니터로 대신하니 시간과 비용 면에서 경제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나폴레옹이 이탈리아를 점령하고 독일로 나아갈 때 일이다. 나폴레옹 군은 강 넘어 독일군의 진지로 포를 쏘았다. 다만 나폴레옹 군이 쏜 포탄은 독일 군 진지로 떨어지지 않고 강으로 떨어지거나 진지를 넘어가곤 했다. 이에 대해 포병대장에게 묻자, 포병대장은 강폭을 알 수 없어 정확히 포를 쏘기 힘들다고 했다. 이에 나폴레옹은 어떻게 했을까. 직접 강을 건나 강의 폭을 재었을까. 아니다. 나폴레옹은 직각삼각형의 합동조건을 이용하여 강폭을 알아냈다. 이처럼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물리학'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우주선을 지구에서 화성으로 보낸다고 해보자. 몇 번의 우주선을 쏴보고 실패를 경험해야만 할까. 아니다. 화성으로 가기 위해서 물리학자들은 '스윙바이'라는 기술을 생각해 냈다. 단순히 연료를 이용하여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와 화성 사이에 있는 행성들의 중력을 이용하여 던져지는 것이다. 이 과정을 이용하기 위해 행성의 공전과 자전 주기를 파악해야하고 그 각도를 계산해야 한다. 출발 전 이렇게 완전한 행성 간 초고속도로를 확인하면 비용과 시간적인 측면에서 크게 이득을 볼 수 있다. 천체물리학은 수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의 집합체다.

우주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회는 꽤 경제적인 이들이 늘어난다. 반드시 해야 할 실패를 종이 위에 하고 나폴레옹과 같이 건너보지 않은 강의 폭을 재며 스티브 호킹 박사의 이론으로 시작된 '와이파이' 기술의 영감도 얻게 된다. 이런 이들이 많아지는 과정은 엄청나게 많은 교육이 아니다. 우주에 대한 관심이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공군장교였던 '생텍쥐페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튼튼하고 좋은 배를 만들게 하고 싶다면, 먼저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누구나 인간은 하늘을 올려다보면 몽상에 잠긴다. 넓은 우주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갖고 있다. 대체로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살지만 그것에 대한 강렬한 동경심은 어릴수록 더 많은 것을 하도록 한다. 매일 밤 아주 잠시라도 '창백한 푸른점' 지구에서 복작거리는 일에서 벗어나 넓고 큰 세상에 동경심을 갖는다면 단순히 과학, 수학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미에서 더 많은 깨달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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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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