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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모든 것의 기본:박리다매_스레드팔로워 4500

by 오인환

유학 후 첫 취업은 소매업계였다. 다이소처럼 잡화를 파는 곳이었다. 스물셋, 운 좋게도 가게 사장의 나이도 스물셋이었다. 물정 모르고 살던 스물셋에 사장과 동거하며 밤낮으로 일했다. 창업 초기에 일하게 된 가게는 승승장구했다. 사장은 말했다. '확장은 얼마든지 할 수 있겠으나, 사람이 없다.'

어리숙한 나이였지만 수완있었다. 가벼운 업무로 시작했으나 나에게도 점차 중한 업무가 부여됐다. 사람을 관리하고 재고를 관리했다. 가게는 1불, 2불 짜리를 파는 곳이었다. 일은 잡무가 많았다. 도둑을 잡거나 고장난 물건을 고치고 재고 파악하고 창고에서 물건을 가져다 채우는 일이었다. 유학 후 마케팅과 매니지먼트를 배웠다. 가게에서 일하는 또래 파트타임 직원은 때로 물었다.

"유학까지하고 왜 이런 일하세요?"

1불, 2불을 취급하고 25센트와 50센트를 맞추는 작은 일이라 하찮게 봤던 모양이다. 흔히 말하는 없어 보이는 일. 먼지 때문에 검게 변한 손과 닳아버린 바지 무릎. 덕지 덕지 붙어 있는 테이프. 2.25불을 2.00불로 깎는 하찮은 일. 역시 겉으로 보이기에 하찮았다. 물건값이 다른 곳보다 쌌다. 고로 이윤은 적고 많이 팔았다. 이윤이 적고 많이 팔기 때문에 할 일은 무지하게 많았다. 비싼 것을 하나 팔면 편한 일을 왜 더 싸게 많이 팔았을까.

하찮은 것들을 파는 회사에서 관리직으로 승진했을 때, 그 하찮음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확인했다. 우리는 고객에게 1불과 2불짜리를 팔았지만 상대 거래처에게 수 만불씩 구매했다. 연간 수십만불씩 거래하는 규모가 됐다. 우리는 거래처에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었다.

"우리가 구매하는 물건에 디스카운트를 해주시오"

우리는 여전히 박리다매했지만 거래처에서 디스카운트를 받음으로써 결과적으로 더 큰 이득을 얻었다.

장사의 기본은 '박리다매'다. 질도 중요하지만 적당한 질에 엄청난 '양'이 필요하다. 속되게 표현이지만 표준어에 속한다기에 과감하게 쓰면 이렇다.

안되면 '양으로 조져라'

안되면 '시간으로 조져라'

안되면 '몸으로 조져라'

뭐든 박리다매다. 그것이 기본이다. 내가 속한 가게는 현지에서 꽤 손꼽히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금도 현재진행중이다. 개인적으로 내 젊은 시절 추억이 담겨진 그 회사가 앞으로 더 승승장구하길 빈다. 그곳에서 엄청난 것을 배웠다. 파트타임 직원들은 하는 일을 우습게 생각했다. 1불과 2불을 우습게 생각했다. 먼지가 묻고 더러운 옷을 입고 하는 일을 우습게 생각했다. 원래 기본을 다지기 위해서는 흙을 묻혀야 한다. 번쩍거리는 백화점이나 아울렛도 그 밑에는 땀냄새와 먼지, 흙으로 시작한다. 달콤한 열매를 얻기 위해선 옷에 묻는 흙을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 안되면 될때까지하고, 그래도 안되면 더 쏟아 넣으면 된다. 징글징글하여 미련조차 남지 않을 만큼 양과 시간과 몸을 갈아 넣었는데도 안된다면, 관련한 단어만 들어도 경기가 나고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까지 해서 안되면 그때 포기하자. 그러면 미련이 생기지 않는다.

엄청난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하니, 뉴턴은 '만유인력'이라 답했다. 만유인력은 모든 것은 서로 끌어 당긴다는 단순한 이론이다. 단, 질량이 작은 것이 큰 쪽으로 끌려간다. 빅뱅으로 터져나온 원자들은 공간을 부유하다가 더 많이 뭉친 원자덩이에 끌려간다. 그것은 다른 원자를 끌어당기고 다시 그것이 다른 원자를 끌어당기는 과정을 150억 광년 간 반복했다. 수소, 헬륨 순서.. 기억이난다.

수헬리베붕탄질산플네나마알규인황염아칼카...

26번째 원소 철까지 점점 융합하고 무거워지고 융합하고 무거워지기를 반복하다가 더이상 융합하지 않는 '철'까지오면 그것은 융합하지 못하고 초신성이 되어 폭발해 버린다. 흩어진 원자는 다시 공간을 부유하며 더 가벼운 것을 끌어당긴다.

질량이 큰 것은 질량이 작은 것을 끌어당긴다. 그래서 끌어당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작업은 '융합'이다. 융합되면 질량이 커진다. 질량이 커지면 끌려온다. 끌려오면 융합된다. 융합되면 질량이 커진다. 질량이 커지면 끌려온다. 모든 것의 기본은 박리다매다.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이 되고 큰 것은 작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로 중간 단계를 생략하겠다는 욕심을 걷어 차 버리고 정도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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