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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유럽교양은 왜 배워야 하는가_TAKE OUT

by 오인환

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재주가 열 두 가지면 굶어 죽는다."

시대가 달라졌다. 다방면에 박학다식한 이들이 살아 남는다. 과거에는 다양한 재능과 지식이 있는 사람은 굶어 죽는다고 했다. 알맹이 없고 앞가림을 못하는 사람으로 여겼다. 지금은 아니다. 판단하는 잣대가 과거에 한 가지 였다면 지금은 다양하다는 의미다. 폭넓은 지식이 새로운 생각을 융합하고 다양한 사람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에 와서 굉장한 무기라는 것은 사람들은 안다.

교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그런 것을 의미한다. 교양이란 여러 분야에 일정 수준의 지식과 상식을 갖고 있는 것을 말한다. 특히 음악, 미술, 문학, 역사 등이 그렇다. 이런 교양은 상황과 사람에 대한 이해력을 높여준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전공을 배우기에 앞서 '교양'을 배운다. 대학교 첫 해에 교양을 배움으로써 다른 분야를 전공으로 선택한 사람들과 섞인다. 전공에 앞서 교양을 배우는 이유는 역시 교양의 중요성 때문이다. '음악'이라던지, '미술'이라던지, '기술'이라는 과정들은 초등학교 시절 중요하게 다뤄지다가, 점차 수업 일수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지식이 교양이라는 것을 우리 사회는 이미 알고 있다.

교양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화는 유럽에서 왔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귀족사회다. 이들 상류 계층은 사교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영감을 얻고 사업과 권력을 나누고 확장시켰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대화 능력'이다. 만난 사람과 즐겁게 대화하고 배우고 나누는 과정은 사회 생활의 필수 요소였다.

현대 우리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유럽을 배워야 한다. 유럽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이렇다. 우리의 뿌리가 동쪽에 있어도 실생활 문화는 대체로 유럽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것이 어쩌면 '잉글리쉬 호른'을 닮았다. 클래식 악기 중에 '호른'이라고 있다. 호른은 길기 늘어난 나팔이 안으로 둥글둥글하게 말려져 있는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는 악기다. 이 금관악기는 대체로 '호른'이라고 부르지만 이것의 전체 이름은 '프렌치 호른'이다. 이 호른이 프렌치 호른이라고 불린 이유는 '프랑스'의 역할이 대단히 많이 작용했을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호른이 현대의 모양을 형성하는데 독일의 공로가 더 컸다. 현대 프렌치 호른은 1720년 독일에서 만들어진 신생악기에 속한다. 호른의 정체성은 매우 모호하다. 호른은 동물의 뼈인 혼(horn)에서 나온 말이다. 현대의 호른에 동물의 뼈는 없다. 모양과 재질이 완전히 다른 악기다. 우리도 그렇다. 우리의 뿌리가 한국이라고 하지만 대체로 현대인들은 유럽의 역사에서 더 공감력을 가질 수 있다. 굽이 높은 힐을 신거나 양복을 입는 등. 지금의 우리의 모습을 잘 알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의 역사를 아는 것이 중요해졌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교묘하게 섞여 뿌리와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그것이 호른을 닮았다. '프렌치 호른'은 그나마 납득이 가능한 수준에 있다. 놀라운 것은 '잉글리쉬 호른'이다. 일단 잉글리쉬 호른을 보면 그것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그것을 호른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 외형은 '호른'이 아니라 '클라리넷'을 닮았다. 더욱 재밌는 것은 '호른'은 금관악기인 것에 반해 '잉글리쉬 호른'은 목관 악기다. 더 가관인 것은 이름이다. 잉글리쉬 호른 역시 '영국'과 전혀 관련 없다. 영국은 '잉글리쉬 호른'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다. 이 호른 역시 '독일'인들이 발명하여 사용한 학기다. 이것이 오늘의 우리를 닮았다. 우리는 뿌리를 이야기한다. 유럽을 우리와 다른 곳으로 취급한다. 다만 우리는 5000년 간 틀었던 상투를 틀지 않는다. 피아노 베이스 음악을 듣고 면으로 된 옷을 입는다.

유럽을 이해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의 우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앞서 말한대로 교양이란 사람과 사람을 융합 시키는 매우 좋은 매질이다. 과거의 사람들도 비슷한 교양을 가졌다. 가령 사서오경이나 한시를 읊고 난을 치는 노하우를 이야기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영국 작가 셰익스피어가 왜 영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한 작품만 남기고 방문해 보지 않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열 작품을 남겼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상대의 호기심을 더 자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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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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