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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발] 후발주자가 역전승하는 이유_슬로우 스타터

by 오인환

'토끼와 거북이'에서 거북이가 승리한 것은 더 빠르기 때문이 아니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토끼는 상대가 거북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거북이는 상대가 토끼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이 토끼를 게으르게 하고 거북이를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불리함을 아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성취한다. 반어적이지만 느리게 출발하면 더 빠르게 도달한다. 마감날짜가 가까울수록 엄청난 집중력은 발휘된다. 시험일이 다가오면 공부량은 더 많아진다. 자신이 늦었다는 조급함은 채찍이 되어 게으른 엉덩이를 내려 칠 것이다.

시련과 역경은 성장을 돕는다. 장애를 마주칠 때마다 숨겨진 약점은 불쑥 나온다. 꽁꽁 숨겨진 약점은 장애를 만나야만 확인할 수 있다. 약점을 확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련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이긴 전쟁에서는 이긴 원인에서 배우고 진 전쟁에서는 진 원인에서 배운다. 승리한 이는 자신이 토끼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진 이는 자신이 거북이라는 사실을 자각한다. 장작 위에 누워서 쓸개의 쓴 맛을 보며 패배를 곱씹는다. '자이가르닉 효과'가 있다. 마치지 못한 일일 수록 마음속에서 더 오래 지속되는 것이다. 미완성은 마음속 어딘가에서 불편함과 긴장감을 주며 잊지 않도록 해준다. 꿈과 미래를 위해 나아가라는 말보다는 와신상담(臥薪嘗膽), 결초보은(結草報恩), 각골난망(刻骨難忘), 권토중래(捲土重來)처럼 복수든, 은혜든, 실패든, 미완으로 덜 마무리 되면, 사람은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자이가르닉 효과'를 엎고 활활 태운다. 그것은 성장으로 나아간다. 실패의 원인과 성공의 원인에 대한 데이터를 쌓지 못한 얼치기 성공은 반드시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되어 반드시 무너진다.


한나라 시절 위대한 철학가 한비자에는 우연히 토끼 한마리를 발견한 농부의 이야기가 나온다. 농부는 우연히 토끼가 달려가다가 밭 가운데 있는 그루터기에 부딪혀 목이 꺾여 죽는 관경을 본다. 그 뒤로 농부는 밭은 갈지 않고 그루터기나 지키고 앉아 다른 토끼가 또 달려와 죽기를 기다리며 세간의 웃음거리가 된다. 얼치기 성공이 보기 좋은 떡이 되고 때로는 저주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대한 목표를 가진 이들은 때때로 하찮은 것을 하찮게 본다. 자신의 꿈이 워낙 위대하고 화려하기에 하찮은 것을 가볍게 여긴다. 많은 책과 사람을 만나며 바라 본 결과,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위대함은 지루함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위대함을 꿈꾸는 이들은 스펙타클한 무언가를 희망한다. 매일이 새롭고 가슴 뛰는 사건이 벌어지기를 고대한다. 다만 바라보건데, 위대함은 지루하고 반복적이고 시시한 것에서 나온다. 겉보기에 유유히 떠다니는 백조의 자태는 우아함을 상징하지만, 그 아래에서는 수십, 수백 번의 발길질을 하고 있다.

빌게이츠는 말했다.

"공부벌레들에게 잘해두세요. 나중에 그 사람 밑에서 일하게 될수도 있습니다."

영화 '더킹'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권력을 가지고 폼나게 살고 싶던 주인공은 학창시절, 학교 안에서의 힘이 주는 권력의 한계를 본다. 영화의 설정은 주인공이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여 '검사'가 되면서 시작한다. 세계의 정치, 경제를 움직이는 이들의 학창시절은 역시 시시하고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의 결과물이다. 가만히 앉아서 공부나 하던 이들은 역동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곤 한다.


후발 주자가 역전하는 이유는 상대가 토끼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꽤많고 빠르고 능력있는 경쟁자를 곁에 둔 긴장감은 반드시 집중력과 목표의식을 불타게 한다. 더 젊고 능력있는 이들 사이에서 뒤늦게 시작한 이들의 이야기는 책' 슬로우 스타터'를 보면 나온다. '슬로우 스타터'에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후발주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당연히 시작부터 우수했던 이가 독보적으로 치고 나가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야기는 느리지만 목적에 도달한 이들의 이야기다. 목적에 도달하는 방식은 역시 '공부'다.

사람마다 공부법은 있다. 개중 '샷건 공부법'이라는 내용이 있다. '샷건'은 탄약이 산발적으로 퍼져 나가는 무기다. 흔히 산탄총이라고 부른다. 정확도는 적지만 넓게 방사형으로 퍼져 나가며 '아무데나 맞아라'라는 식으로 발사된다. 같은 이유로 전쟁보다는 사냥에서 사용되는 총이다. 이 공부법은 집중적으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폭넓게 반복하는 방식이다. 이 이야기에 공감한다. 이는 내가 해외에서 마케팅, 경영 공부를 할 때 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흰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 넣는다는 느낌으로 책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그림을 그릴 때, 한 번의 붓칠로 완성되지 않는다. 수 백 수 천 번을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색을 입히고 덧칠하고 덧칠하며 그림은 완성된다. 폭넓게 수차례 덧칠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드디어 그림은 완성된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하고 싶은 이들은 과정을 생략하는 극단적인 방식을 선호한다. 그 방법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슬로우 스타터들이 더 빠르게 도달하는 것을 보자면 생략해야 하는 것은 '단순 반복'이라는 지루함이 아니라, 쉽게 도달해야겠다는 '욕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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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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