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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파리 한 마리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바꾼 사건

파리효과

by 오인환

파리 한 마리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바꾼 사건이 있다. 1982년 4월 26일. 경상남도 의령군에서 우순경 배 위로 파리 한 마리가 앉았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바뀌었다.

전말은 이렇다. 4월 26일, 우순경은 저녁 근무를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점심을 거니 차려먹고 낮잠을 잤다. 낮잠에 한참 빠져 있는 동안 함께 살던 여자친구가 우순경 배 위에 올려져 있는 파리 한 마리를 보게 된다. 여자친구는 파리를 잡기 위해 우순경의 배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이것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바뀌는 시작점이다. 우순경은 단잠에 깬다. 이 일로 여자친구와 우순경은 다툼을 시작한다. 마무리하지 못한 다툼을 뒤로 하고 그는 오후 4시에 자신이 일하는 관할 지서로 간다. 화는 꺼지지 않았다. 오후 7시가 되서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화는 주체되지 않았다. 여자친구의 얼굴을 보자 화는 더 치밀어 올랐다. 주체하지 못한 화로 그는 여자친구를 폭행했다. 여자친구가 이로인해 코피가 쏟아졌다. 여자친구의 친척 언니가 이를 보게 된다. 언니는 뛰어들어와 이 다툼을 말린다. 다툼을 말리는 언니를 우순경은 폭행한다. 상황은 점점 커져 갔다. 다툼 소리가 커지자, 동네에서 사람들이 몰려 왔다. 동네 사람들은 정도가 지나친 우순경을 나무란다. 그 상황이 불편한 우순경은 다시 집을 나선다. 우순경은 다시 관할 지서로 향했다. 관할 지서에는 육군 방위병이 있었다. 방위병들과 소주를 마시던 우순경은 오후에 있던 불쾌한 일을 술로 삭히고 있었다. 그때였다. 누나가 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 여자친구의 남동생이 우순경을 찾아 온 것이다. 이렇게 우순경과 여자친구의 남동생은 다툼이 벌어졌다.


우순경은 주체하지 못하는 화를 결국 터트렸다. 처음 그는 카빈총을 장전했다. 이에 함께 술을 마시던 방위병들이 우순경을 말렸다. 그러자 우순경은 방위병을 향해 총을 쐈다. 상황은 이후 벌어졌다. 방위병들이 물러나자 그는 예비군 무기고로 가서 M2 카빈 두 자루와 실탄 144발, 수류탄 8개를 탈취했다. 이로부터 사건이 시작된다.

밤 9시 40분, 지서를 빠져나와 만난 스물 여섯 살 젊은 남자에게 총을 발포했다. 다시 재래시장으로 가서 마을 주민 3명을 사살했다. 지금과 같이 전화로 언제 어디나 연락을 하던 시기는 아니다. 우순경은 바로 통신을 차단하기로 한다. 교환원으로 전화 연결을 하던 시기였다.

사건 시작 5분 후 우체국으로 가서 여성 교환원 두 명과 집배원 한 명에 총을 발사해 사살한다. 이중 스물 세살 여성 교환원 하나가 숨지기 직전에 마을 이장집과 코드를 연결해 두어 겨우 주민이 신고할 수 있게 됐다.

사건 시작 20분 뒤, 그는 압곡리 매실부락으로가서 총기를 난사하여 6명을 사살했다.

30분 뒤, 운계리 시장으로 달려간 우순경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을 찾는다. 그 곳에 수류탄을 투척한다. 여기서 주민 7명이 살해된다.

사건 시작 70분 뒤, 그는 평촌리 상갓집에 들린다. 상갓집으로 들어간 그는 부의금을 내고 문상객들과 함께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다 다시 흥분하게 된 그의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이에 상주의 친척이 주의를 주자, 이 자리에서 상주 일가족과 문상객 열 두명을 사살한다. 상갓집을 나오고 불이 켜진 집마다 찾아 들어가 총을 난사하며 스물 세명을 사망케 한다.

다음 날 새벽. 우범곤은 알고 지내던 지인의 집으로 들어간다. 그 집에는 다섯 가족이 살고 있었다. 이들을 모두 깨우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수류탄 두 발을 터트려 자신을 포함해 4명은 그 자리에서 폭사한다.


이 사건으로 주민 예순 두명이 사망하고 서른 세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다. 그 뿐만 아니라 관련 책임자가 줄줄이 사퇴한다. 특히 당시 내무부 장관이 사퇴하면서 그 후임으로 정치 초임자가 장관직에 오르게 되는데 장관직에 오른지 만 1년이 지난 뒤 88 서울 올림픽 조직 위원장을, 3년 뒤에는 민주정의당에서 12대 초선 국회의원을 맡고 5년 뒤에 13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다. 노태우다. 파리 한 마리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바꿨다는 이야기는 충분히 비약이지만 만약 4월 26일 12시 경에 우순경 가슴 위에 파리가 앉아 있지 않았더라면 이후에 지금의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나비효과라는 것은 별것 아닌 듯 하지만 개인의 인생과 집단의 운명을 바꾸고 때로는 역사의 흐름이 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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