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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게으른 것이 아니라 지친 것_과부하시대

by 오인환

인간의 뇌가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은 정해져 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뇌는 1초에 126바이트 정도만 처리할 수 있다. 이마저 신체적, 정신적으로 최상의 컨디션일 때 그렇다. 외부의 정보량 변화가 인간 진화 속도를 뛰어 넘으면서 대부분의 현대인은 과부화시대 살고 있다. 심지어 잠을 줄여가면서 뇌를 혹사한다. 이들이 혹사하는 대부분의 시간은 대체로 비생산적이다. 그저 화면에서 주는 단편 정보를 파편 단위로 쪼개어 입력한다. 문자 메시지, 광고, 짧은 영상과 글.

과거에 인간에게 주는 정보는 대체로 길었다. 정보와 정보 사이에는 커다란 틈이 있었다. 시간 쪼개기 습관에 대한 예시를 들어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 예시는 호리병 채우기에 대한 예시인데, 커다란 자갈보다는 모래가, 모레 보다는 흙이 더 밀도 있게 호리병을 채운다는 예시다. 그러나 정보의 양이 쪼개 지면서 우리의 정신에는 너무 많은 정보가 우겨 들어간다. 다양한 정보가 우겨 들어가니, 뇌는 빠르게 과부하 상태에 들어간다. 아침 시작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작은 뇌 속으로 정보는 물 밀듯 들어온다. 지난 메시지, 메일, 일정, 납부금 등.

그런 것들은 대상이 과부화상태에 빠져 넉다운 되기 전에 먼저 선택 되고자, 발악한다. 잊지 않고 확인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더욱 자극적인 색깔과 소리를 만든다. 인간은 다른 동물처럼 겨울을 맞이하여 비축한다. 불안은 최대한 비축량을 늘린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은 살이 찌기 쉽고 마트 할인 판매에 쉽게 동요된다. 다가올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최대한 비축하고자 하는 심리를 이용하여 마케터들은 불안을 장려한다. 모두가 불안한 시기. 모두가 불안해 하는 동안 정보는 치열한 경쟁을 하며 우리 뇌속으로 침입한다.

글을 읽어도 글이 읽히지 않고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하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자신의 방향을 찾지 못해, 오른쪽도 왼쪽도 선택하지 못하고 머물러 정체하게 한다. 플라톤은 지금의 우리를 위해 수 천 년 전에 미리 충고라도 하듯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신의 방향을 찾으려면 평범한 일상의 흐름부터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최고의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삶의 단순하다는 것에 있다. 거의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식사를 하며, 같은 사람들을 만난다. 이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단순화하므로써 정보 처리량을 비축해두는 것이다. 고로 매일 결정하는 양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을 미리 잡아두거나, 입을 옷을 미리 정해두거나, 장을 미리 보는 일도 마찬가지다. '결정 피로'라는 것이 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는 말이 있다.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에서는 올바른 결정을 하기 어렵다. 피로가 쌓이면 일반적이지 않은 오판을 하게 된다. 뇌 또한 다른 신체와 다르지 않다. 피로가 쌓이면 질병에 취약해지고 속도는 느려진다. 불안한 인간의 특징은 쉽게 쉬지 못한다. 피곤할 할수록 쉬어야 할 것 같지만 피곤함과 불안함은 전혀 다르다. 불안함은 휴식을 방해하고 수면시간을 줄인다. 이로써 피로감이 쌓인다. 피로감이 쌓이면 인간의 뇌는 외부 정보에 취약해진다. 신체적인 피로감이 쌓였을 때, 바이러스 등 질병에 취약해지는 것과 같다. 정보에 취약해지면 인간은 불안감을 느낀다. 불안감을 느끼면 다시 피곤함을 느낀다. 피곤함을 느끼면 불안감을 느낀다. 그 뫼비우스의 띠가 돌아간다.

불안감으로 가장 먼저 사라진 휴식과 수면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는 아마 음주운전 상태와 비슷할 것이다. 인간의 뇌는 아주 이성적으로 작동하는 것 같지만 대체로 무의식에 지배를 받는다. 무의식은 우리를 움직이는 거의 모든 것을 관장한다. 저도 모르게 행동하고 말하는 모든 것들은 무의식의 영역이다. 사람은 술을 마시면 시야가 줄어들고 인지능력이 떨어진다. 또한 외부적 환경에 대한 반응 속도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우리를 조종하는 것이 무의식인데, 무의식은 보통 수면 시간의 영향을 받는다. 고로 두어 시간만 자고 일상을 사는 것은 거하게 술 한 잔하고 한낯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과 같다. 음주 운전을 하는 이들은 대체로 자신의 운전 실력을 과만하는데 그들이 하는 말은 이렇다.

"괜찮아. 아주 멀쩡해. 이 정도는 할 수 있어."

음주는 외부 정보에 둔감하게 하여 처리할 정보의 양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는 잠시라도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따지고보자면 음주는 담을 수 있는 호리병 자체를 종지잔으로 축소시키기도 한다. 수면부족도 이와 마찬가지다. 외부의 정보가 점차 많아지고 그것으로 공포감을 갖게 되면 인간은 외부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카페인이나 수면 부족, 간단한 영상 시청 등을 하며 정보로부터 도망간다. 마치 밖에는 주차할 곳 장소가 없기 때문에 나가지 조차 않는 것이다. 이는 또다른 작은 단위의 정보를 채우는 명분이 되며 다시 쳇바퀴는 돌아간다. 이런 정보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야하는 것은 일단 스마트폰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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