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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기대수명이 높을수록 출산률은 낮아진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기회로 삼는다면?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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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1960년대 대한민국 평균 수명은 54세다. 2022년의 대한민국 평균 수명은 83세. 반세기 만에 수명이 50%나 증가했다. 저출산은 말이 많지만 장수는 저출산과 크게 연관있다. 이제 재수 없으면 장수하는 시대다. 60세만 되면 장수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환갑잔치'를 열던 시기를 지나, 현대 사회는 이제 100세를 준비해야 한다. 말 그대로 재수 없으면 장수하는 시대다.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의견이 많다. 가령 주거문제, 교육비 문제, 사회적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젊은 이들의 출산률을 낮추고 있다고 말한다. 과연 진실일까. 전쟁 직후인 1960년 대 출산률은 6.1명이다. 과연 그때는 현대 사회가 가진 모든 문제가 해결됐던 시대일까. 그렇지 않다. 1960년 초기에는 아이를 낳던 이들의 기대수명은 60대 였다. 즉, 20대에 아이를 가지면 아이를 독립시키고 난 뒤인 20년 노후 준비만 하면 기대수명까지 살 수 있었다. 현대는 어떨까. 현대의 기대수명은 100세이다. 초산 나이가 많아져서 30대에 아이를 가졌다고 해도 아이가 독립할 때 쯤의 나이는 50대다. 현대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후는 50년이나 되는 초장시간 노후 때문이다. 아무리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주거와 어느정도의 식대가 해결되지 않으면 50대 이후로의 삶을 보장할 수 없다. 저출산의 가장 큰 이유는 고로 '장수'다. 출산률 장려를 위해 국가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주거비 지원, 출산장려금, 육아수당, 아동수당 등 다양한 정책들이 나온다. 2023년 4월 괴산군에서는 출산장려금으로 1억 수령자가 나왔다. 사람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정책은 여타 선진국에서 모두 실패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효과가 미미한 출산장려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장수'라는 사회적 흐름은 피할 수 없다. 대체로 장수하는 국가일수록 출산률은 낮다. 인간의 생산력은 3~40대에 절정을 맞이 하고 노년부터 감소한다. 생산력은 감소는 과거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았지만 현대 사회에 오면서 기술적인 부분으로 해결 가능하다. 대한민국 기대수명은 세계 1위다. 남녀 모두가 세계 1위를 하고 있고 여성의 경우에는 인류 최초로 기대수명이 90세가 넘은 유일한 국가가 되기도 했다. 출산률과 기대수명은 이런 연관성이 있다. 불투명한 미래가 길어질수록 인간의 심리는 불안의 늪에 빠진다. 젊은이들이 불안한 것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다. 현재는 어려움에 빠질수록 생명력이 높아진다. 미래가 어려움에 빠지면 생명력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이처럼 급격하게 높은 이유도 불투명한 미래 때문이지, 암울한 현실 때문은 아니다. 과거의 경우, 혼인이라는 이벤트는 삶의 2분의 1지점에서 이루어진다. 고로 보통 50세 전후의 수명을 가진 이의 경우 20대 혼인을 하면 나머지 절반을 부부 공동체로 살아간다. 반면 현대인의 경우, 여성의 가임기는 생물학적으로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더 당겨진 반면, 이후 부부 공동체로의 삶은 기하급수적으로 더 길어졌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혼인이라는 이벤트 자체를 문화적인 속도에 맞춰 뒤로 미룬다. 생물학적 변화가 사회 문화의 변화를 빠르게 추월하거나, 뒤쳐지면서 인간의 출산률은 고도 산업 국가일수록 줄어든다.



이에 다양한 해결책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출산 장려' 뿐만 아니라, 노인 인력 활용 방안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앞으로 '더' 죽지 않는 사회가 된다. 태어난 이들이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간다. 그러나 과거에 맞춰진 '은퇴', '노년' 시기는 사회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어떤 이들은 한창 사회생활이 가능한 시기에 연금을 받고 은퇴를 한다. 최근 각광 받는 직업들 혹은 과거에 꽤 유망했던 직업들은 노년 이후에도 꾸준히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직업들이다. 은퇴해야 할 나이에 유튜브를 시작하거나, 가진 전문 지식을 가지고 방송, 강연을 다니는 일은 은퇴 이후에도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생산 활동이다. 워렌버핏은 과거 젊은 시절보다 노년 시기에 더 많은 소득을 올린다. 그 밖에 다양한 사람들이 더 많은 소득을 고령 시기에 얻는다. 실제로 고령이라는 것은 직업군에 따라서 혹은 상황에 따라서 반드시 나쁘게 작용하진 않는다. 고령인들은 꽤 많은 자산을 형성한다. 젊은이들은 노동의 역할을, 노인들은 자본의 역할을 담당하며 사회가 전진해 나간다. 과거 고성장 시기는 노동력을 중심으로 자본을 형성하던 시기였다. 고로 젊은 나이가 유리했다. 그러나 이후 고도산업국가의 경우에는 노동력보다는 자본력이 훨씬 더 중요한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앞으로 나오는 다양한 인공 지능과 그 밖의 기술들은 이런 인간의 노화에 맞는 부분을 도와주며 더 급격하게 성장할 것이다.


고령 사회라는 것이 아주 커다란 리스크로 우리 사회에 부담이 될수도 있다. 미래라는 것은 알 수 없다. 다만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이미 고령화 사회가 다가온다는 변하지 않는 사실에 대해 공포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고령화된 사회에서 더 많은 생산력을 만들 수 있도록 사회와 국가 또는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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