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밖으로 나가야 한다.
햇볕을 쐐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한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긍정적인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취미생활을 가져야 한다.
이 따위 것들이 어떻게 우울증 극복 방법이 될 수 있나. 표면적인 공감은 얼마나 무서운가 알 수 있다. 우울증의 극복 방법은 전문가와의 상담 및 약물 치료다.
충분한 숙면을 취하는 것은 우울증 극복 방법이 아니다. 충분한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 우울증의 증상인데, 그것을 하지 말라니 모순이다. 불규칙한 습관을 갖는 것도,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어떤 것에 무기력 해지는 것도 모두 우울증의 증상이다. 증상을 하지 말라는 것만큼 허무맹랑한 조언이 있을 수 있나.
고열이 나는 몸살 환자에게 '고열을 내지 마라'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우울증을 질환으로 인식하지 않는 사회가 우리를 병들게 한다. 10대부터 30대까지 우리 사회 구성원을 가장 많이 죽이는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자살은 병이 아니다. 그러나 '우울증'의 증상 중 하나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병 들었다.
최근 뉴스를 켜면 가장 많이 도배되는 이슈는 '출산률'이다. 가임 여성 1명당 출산률이 0.7명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매번 도배된다. 욜로족, MZ세대 특징, 카푸어, 영끌 등 젊은 이들을 비꼬는 신조어가 시시각각 나온다. 배부른 MZ 세대에 대한 빈정거림이 사회적 문화가 됐다. 기성세대는 나약한 젊은 이들의 인내력, 열정 따위가 없다고 한탄한다.
대한민국의 자살자는 언제나 1위를 해왔던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자살을 가장 많이 하는 시대는 MZ 세대다. 그 이전 세대에서 '자살'은 그닥 사회적 이슈가 아니였다. 1983년 한해 동안 총 자살자는 3,471명이 고작이다. 다만 2021년 대한민국의 자살자는 1만3352명이었다. 쉽게 말하면 2021년 겨울 4개월 간 자살한 이가 1983년 총 자살자보다 많다. 이 숫자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는 13만 명이 넘는다. 이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 2기에서 생긴 사망자보다 많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에서는 5년마다 원자폭탄 하나가 투하되는 셈이다.
10대, 20대, 30대, 젊은 세대의 사망 원인중 자살 비율은 거의 50%다. 젊은 세대의 죽음 둘 중 하나는 자살이다. 젊은 세대의 우울증은 왜 방치되는가. 젊은 층에 저렴한 임대 주택을 제공하거나, 강력한 독신세를 부과하겠다는 출산 정책, 다자녀를 출산하면 공용주차장을 무료로 한다는 행정을 보면 젊은이의 우울에 대해 기성세대는 공감하지 못한다.
우울한 이들은 기본적으로 무기력하다. 어떤 욕구나 의욕도 사라진다. 그런 이들이 많아진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정책은 '우울증 해결'이다. 나또한 우울증을 겪은 적 있다. 그것이 '의지'의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겪지 않았다면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울증'이란 심지어 눈앞에 바퀴벌레가 지나가도 손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은 증상이다. 방은 너저분해지고, 무기력해진다. 그것을 사회는 '게으름'이라고 부른다. 어리석게도 젊은이들도 그것을 '게으름' 혹은 '무력함', '무기력', '무능력'으로 받아들인다.
한때, 출판계에서 '반드시 해야하는 시리즈'가 유행했던 적있다. 10대에는 반드시 해야할, 혹은 20대에는 반드시 해야 할, 30대가 되면 반드시 해야 할.. 이런 시리즈가 한참을 인기를 끌다가, 이후에는 '괜찮아' 시리즈가 유행했다. 힐링이나 위로라는 감성적인 키워드가 마케팅이 되면서 젊은이들을 위로 했다. 사회 전체가 번아웃된 시점에서 아직도 '우울증'에 대한 위험성은 아무도 인지하지 못한다.
정신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병식'이다. 스스로 그것이 병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정신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병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 뿐만 아니라 '사회'마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사실 자살률과 출산률을 보면, 국가에서 대대적으로 나서서 국민 정신건강을 챙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젊은 이들에게 '정신을 똑바로 차려라'고 다그치기만 한다.
병에 대한 인지와 인정은 그것에 대한 인식의 전환부터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우울증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이 우울증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시원하게 알리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가볍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와야지 않을까.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