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생각] 1+1이 2가 아닌 이유_다양한 분야의 책을

by 오인환

그것이 이상했다. 산소(O₂)는 친화성 물질이고 수소(H₂)는 인화성 물질인데, 둘을 결합한 물은 왜 불을 끄는데 사용될까? 어린 시절 호기심이었다. 불이 잘 붙는 산소와 폭발력을 갖는 수소의 결합이 불을 싸늘하게 식히는 성질로 변하는 까닭 말이다. 나중에 알게 된 이유는 '화학결합' 때문이었다. 단순히 분자 간의 결합이 아니었다. 산소와 수소는 모두 불에 잘 탄다. 다만, 물(H₂O)이 그렇지 않은 이유는 이 두 분자의 특성과 결합 방식 때문이었다. 앞서 말했지만, 이 주된 특성은 '화학적 결합'이다. 1 더하기 1이 2이라는 논리는 절대 진리처럼 보인다. 다만, 결코 그렇지 않다. 언디까지나 조건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 1 더히기 1은 7이 되거나 48이 될 수도 있다. 결합은 단순 덧셈의 형태로만 결정짓지 않는다. 물은 산소와 수소의 단순 결합이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물질로의 변화다. 모든 분자에는 각각의 전자가 있다. 다만 산소는 화학적 특성상 매우 높은 '전자친화도'를 가진다. 다시 말해서, 산소는 전자를 끌어들이려는 능력이 매우 강하다. 이것이 우리가 산소를 산화제로 사용하는 이유다. 산소는 다른 분자에 있는 전자를 빼앗아 산화시킨다. 반대로 수소는 '환원성 물질'이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면, 수소는 전재를 내어주는 성질이 강하다. 결국 너무 주려는 자와, 너무 받으려는 자가 아주 적절하게 결합한 안정적인 상태가 '물'이다. 수소는 산화되고, 산소는 환원된다. 이 화학반응에서 산소는 전자를 얻고 수소는 전자를 잃는다. 다만 이 두 레고블록이 정확하게 맞아지면서 이것은 안정적인 상태로 변화된다. 이 둘은 어떻게 불을 끄는 역할로 바뀌어 졌을까?

물은 강한 극성을 가진다. 이것이 무슨 말인고하면, 서로 강하게 결합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이로인해 물은 상온에서 액체상태로 유지된다. 또한 물의 특징으로는 높은 '비등점'과 '열 용량'을 가졌다는 것이다. '비등점'이란 액체가 기체로 될 때의 변화 온도를 말하고, '열 용량'이란 물질을 1도 증가시키기 위한 열량을 말한다. 물은 다시 말해서 이런 큰 열 용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양의 열을 흡수하거나 방출할 수 있게 된다. 고로 물은 높은 온도의 어떤 것을 만나면 열을 흡수해버린다. 고로 물은 쉽게 불에 타지 않고 오히려 불을 끄는데 사용된다.

이렇게 1더하기 1이 2가 되지 않는 경우는 너무 다양하다. 유럽에서 예술과 과학, 문학, 철학은 서로 각기 발전됐다. 다만 이런 다양한 분야의 발전이 융합되는 시가가 있다. 바로 '르네상스'다. 이 시기에는 예술과 과학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예술가들이 과학적 방법을 도입하고 과학자들이 예술적 감각을 활용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 분야들은 서로 교차하고 결합하면서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열었다. 르네상스의 융합은 단순한 학문적 진보가 아니다. 이는 인간 이해의 근본적 변화를 불러왔다. 다양한 학문의 융합이 결국은 '인간 이해'라는 근본의 틀을 변화시켰다는 것이 수소와 산소가 '물'이 된 바와 닮았다. 아주 찰떡 같이 주고 받으며 하나로 결합하는데에는 '경계의 모호화'가 있다. 수소와 산소가 전자를 주고 받는 것처럼 예술가들은 과학적 방법을 도입했고, 자연의 실제와 더욱 가까운 작품을 만들었다. 또한 과학자들은 예술적 감각을 통해 실험하고 발견 범위를 넓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그는 단순한 예술을 넘어 인체 해부, 역학, 지질학 등의 광범위한 지식을 통합했다. 이런 융합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다른 두 개를 결합하여 세상에 없는 새로운 모방품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예술, 과학,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결합은 역시 새로운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낳는다. 단순히 지식이 1 더하기 1의 형식으로 커지는 것이 아니라, 폭발적인 확장성을 가지고 완전히 다른 각도로 세상을 바라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산업혁명 또한 비슷한 예다. 산업혁명은 '기술'과 '사회'가 융합한 사건이다.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단순히 인간은 기계를 도입하여 생산방법을 바꾼 것이 아니다. 모종의 결합은 단리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복리로 성장한다. 산업혁명은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고, 경제 시스템과 인간 생활 방식 자체를 재편성했다. 이런 변화는 기술과 사회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상호작용하는 웅합의 증거다. 기술과 사회는 서로 모호해지며 경계를 흐리고 서로 자신의 전자를 주고 받았다. 그로 아주 안정적인 '물'과 같은 상태로 변화했다. 우리 사회가 농업에 의존하며 대부분 수공업에 기반을 두고 있던 사회에서 증기기관의 기술은 대량생산 가능한 공장 시스템을 등장시켰다. 이는 경제와 사회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생산성이 높아진 이후 다시 이 것은 경제 구조와 사회 계층에 변화를 불러왔다. 고로 산업혁명이 단순히 기술적 발전에 국한된 혁명이라고 부를 수 없다. 산업혁명은 근본적으로 기술과 사회의 긴물한 융합을 통해 인간의 삶과 생각 자체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고로 우리는 노동방식을 바꾸었고 도시화를 형성했으며 교육과 건강, 교통 등 다양한 부분에서 완전히 이전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우리의 삶에서 '융합'은 아주 중요하다. 머릿속에 단순히 '인문학 도서'를 하나 집어 넣는 것은 그저 1인 상태로 존재하겠지만, 그 위로 '문화', '예술', '종교', '과학'을 집어 넣는다면 이것들의 화학변화는 어떤 식으로 작동할지 알 수 없다. 고로 앞으로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융합'이다. 어떤 것과 섞이는 것이 가장 최고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우리가 해야 할 최선의 선택은 다양한 도서를 읽고 여러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IMG_4850.jpg?type=w580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계발] '알아차림'_반응하지 않는 연습 실전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