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에서 공감을 해버렸다. 몸 짬이 되거나 어떤 미용을 위해서 운동을 하고 싶었던 시기도 분명 있었다. 실제로 그런 명분으로 운동을 했을 때, 나의 배에는 앙상한 식스팩과 초쵀한 안색만이 남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언제 다시 몸이 망가졌는지 알지도 모른 채, 나는 망가진 체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걷는 시간이 짧고 햇볕을 받는 시간도 적으며 건강하지 않은 기름진 음식을 마구 입 속에 쑤셔 넣은 채, 하루하루를 피곤하게 살아가는 듯했다. 예스 24 북클럽 추천도서를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이처럼 제목에 꽂혀있는 책을 발견했다. 순간 나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인류는 뾰족한 송곳니나 발톱이 없이도 육식을 시작했다. 자신보다 수 십 배나 커다란 동물을 잡아먹으며 성장해 온 우리 인류의 무기는 돌도끼나 송곳니가 아니라 체력이었다. 원숭이로 분류되던 우리 조상들이 우연하게 나무 위에서 내려와 땅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4족 보행을 하지 않았다. 2족 보행을 하던 우리는 보행 시 사용하지 않는 양 두 손을 이용해 도구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갑작스럽게 시작한 '탈모(?)'현상에 의해 머리를 비롯한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피부를 틀어막던 털들이 퇴화되었다.
털이 퇴화되자, 인간의 체력은 무한대로 확장되었다. 털에 의해 배출되지 않던 땀은 미끈한 피부 위에서 식으면서 아무리 오래 뛰어도 체온이 쉽게 내려갈 수 있는 현대의 구조를 갖추었다. 인간의 사냥 능력은 매서운 야수와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활동하며 소리와 행동을 통해 야수를 끊임없이 쫒아가며 체력적으로 지치게 만드는 전략적 능력이다. 끝까지 쫒아가다 적이 지쳤을 때, 그때서야 들고 있던 무기를 사냥 물의 목덜미에 꽂아 넣었다. 우리가 역사시간에 배웠던 그런 구석기시대는 짧게 느껴질지라도, 실제 우리 인간의 역사에서 구석기시대는 전체 중 99%를 차지하는 진화 과정 중 절대다수의 시간이다.
이런 인간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갑자기 어느 순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땀도 흘리지 않고 아무런 체력활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하루 종일 생활하다가 차려진 밥상으로 가서 앉는 일이 유일한 운동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의 소화기관을 포함해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진화의 최전선은 '지구력'을 바탕으로 한 운동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우리의 몸은 망가지게 되어 있는 것이다. 늘어난 체력을 통해 육식을 하게 되고 다시 에너지가 온몸의 운동으로 빠져나가며 우리의 두뇌도 진화해 왔다. 아무리 책상 앞에서 문자를 많이 본다 하더라도, 우리의 뇌 진화는 체력 운동으로 길러졌을 뿐, 학습으로 길러지지는 않았다.
이 책은 엄청난 트레이너의 글이 아니다. 평범하게 기자생활을 하던 직장인이 헬스장에서 P.T를 끊고 운동하는 이야기다.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최고가 아니면 '스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굳이 최고가 아니라 하더라도, 누군가의 스승이 되어야 한다. 오늘 운동을 시작했더라도 오늘 운동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내일의 스승이 된다. 우리는 배우고 가르치는 행위에 있어서 완벽함과 같은 '집단적 강박증'을 갖고 있다. 외국인을 만나서 단 한마디도 못하더라도, 내가 문법을 알고 있다면 문법을 모르는 누군가의 스승이 될 수도 있다.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을 몇 달 다녔다 손 치더라도, 손가락을 건반의 어느 위치에 놓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충분한 스승이다.
이 책은 그렇다. 아마추어에게 아마 추아가 스승님이 되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은 하이센스 A5를 통해 읽으면서 자동차에 블루투스를 이용하여 오디오북으로도 읽었다. 책이 많이 어렵지 않고 쉽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보는 느낌이다. 이 책의 작가의 '고영' 님은 지금도 울그락 불그락 한 몸짱은 아니라고 하셨다, 그녀의 몸이 어떤 병원비를 아끼는 느낌으로 운동을 했다는 그녀의 글에서 서울대학교 무슨 과 교수님의 강의가 아닌 내 옆자리 친구의 정리 노트를 본 느낌처럼 가볍고 쉽게 운동에 대해 느껴졌다.
저자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다. 요즘처럼 '여성의 인권'에 관한 관심이 높은 시기, 많은 여성작가들의 글처럼 이 글 또한 건강한 여성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갑자기 난데없는 '여성 우월주의'가 아니라 건강한 여성은 어떤 여성이어야 하는지 그녀의 글을 통해 알게 된다. 다이어트, 운동, 금연은 내일부터 하는 거라던 우스께 소리에 크게 공감하던 나약한 스스로에 대한 자극을 주기 충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