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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우리 사회는 미래를 어떻게 맞이하고 있나

by 오인환

재난이란 본래 예측하기 어렵다. 불가피한 사건이다. 다만 이것이 주기적으로 발생한다면 그것은 우연이나 일탈이 아니다. 국가 시스템의 부재다. 잦은 지진이나 화산 활동에도 환경을 발판 삼아, 더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한 나라도 많다. 비교적 안전한 지대에 살면서 더 많은 사건 사고가 있다면 그것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에 가깝다.

다리가 붕괴되거나 백화점이 무너지거나 배가 가라앉는 다양한 재난은 '사회 시스템'의 어딘가에 오류가 있음을 말한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현명하지만, '소 잃은 후'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다만 우리 사회는 일단 잃어버린 것은 덮어두고 '덧됨'을 계속 해왔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어린 시절, 여름만 되면 '이재민, 수재민 돕기' 캠페인을 벌였다. 집과 시설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TV에 항상 나왔다. ARS 전화로 천 원 씩 기부를 하는 일이 거의 '문화'처럼 되어 갔다. TV에는 방에 들어찬 물을 바구니로 퍼내는 장면이 나왔다. 누군가는 모든 것을 잃었다며 통곡하곤 했다. 그것이 일반적이라 점차 시스템처럼 느껴졌다. 다음해에도 같은 장면을 반복하고 TV를 보면서 ARS로 전화기부를 하는 이상한 문화 말이다. 국가 역할의 부재가 시스템이 되면, 흐르는 물고는 그것을 향해 흐른다. 그 물길은 더 깊어지고 빨라진다. 그 다음 해에도 그럴 것이 뻔했다. 그것은 내성이 되어 다음해가 되을 때, 그것이 연례행사처럼 이어졌다. 특별히 이상지 않았다. 비가오면 누군가는 피해를 보고, 피해를 보지 않은 이들은 돕는 독특한 시스템. 그러던 것이 어느 새 그것이 사라졌다. 국가 경제가 발전하고 재난 관리 및 대응 체계가 개선된 결과일지 모른다. 결국 시스템이 갖춰지자, 사회는 더 적은 비용으로 장기적인 이들을 얻었다. 국가는 기반 시설과 공공 인프라를 개선했다. 댐이나 제방, 하수도 시스템 건설을 개량했다. 건축법과 도시계획 기준을 새로이 도입했다. 그런 이유로 지금은 예전만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국가의 역할은 그렇다. 국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해야 한다. 직접 물을 퍼다가 날라 줄 것이 아니라, 물고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그것이 잘 흐를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줄기를 흐르는 것은 '물'의 역할이다. 시스템 구축에서 국가의 역할은 그렇게 중요하다. 국가는 누가 통제를 할 것인지, 무엇이 우선인지 규율과 규칙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하나의 해결책을 만들 수 있도록 중재하고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중증 외상 센터라는 곳은 특별하다. 이는 대규모 재난이나 사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곳은 다른 어떤 것보다 신속한 대응을 필요로 한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요구한다.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취합하여 하나의 일관적인 의견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시말해, 중증 외상센터는 다양한 전문 분야 의료팀이 협렵하여 환자를 치료한다. 그것은 사회가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축소판을 닮았다. 위기의 상황에 하나의 해결책을 위해 신속, 정확하게 의사전달하고 목적달성을 하는 시스템말이다. 각 상황은 환자 상태와 의료장비 시설의 복잡성 때문에 어려워진다. 이런 문제 해결 능력은 시스템 발전의 상징이다. 중증 외상 센터는 다학제적 협력의 본보기다. 외과, 내과, 신경과 등 다양한 전문 분야의 의사들이 협업하여 환자 치료에 임한다. 복잡한 의료 요구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여기에 사람을 다루는 일을 포함한다. 업무 중, 가장 강도 높은 업무는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사람을 대한다는 말이 '인체'를 '의료 행위'로 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말한다. 어떤 업종에서도 가장 고단한 것이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문제 해결 능력은 규모와 상관없이 중요하다. 일상의 도전을 대처하는 가벼운 일부터 시작해서 직장에서의 일, 국가에서 일에서 모두 중요하다. 대부분의 성장은 이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쉽게 말해, 다양한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 볼수록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개인에게 대응해보면, '자기성찰'을 닮았다. 우리 사회에는 과연 시스템에 애한 '성찰'이 존재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증외상센터는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대규모 재난 등에서 환자를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기관이다. 쉽게 말해, 앞서 말한 사건 사고는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마치 미래의 안전에 대해 '확률적 배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고란 누구에게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확률적으로 그것이 발생할 여지가 적다고 판단하기에, 임시 방면으로 '덧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를 보면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 해결 능력'이 아직은 꽤 허술하다. 이것은 '중증외상센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시선으로 미래를 대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는 간결하고 쉬운 문체다. 이는 교수가 '김훈 작가'의 필체를 좋아해서 사용했다고 한다. 단순히 문체 뿐만 아니라 인간적 감정과 결합한 의료인으로써의 소명에 대한 기술이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외상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과 도전이 우리 삶을 닮았다. 사람을 대하면서 만나게 되는 어렵고 복잡한 속내도 살펴보자면 어떤 직업이던 사람사는 모양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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