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노력보다 '유전자'가 더 중요하다

by 오인환

남성형 탈모의 경우, 유전적 요인이 80%에 육박한다. 키는 60에서 80%다. 비만은 40에서 70%가 유전적 요인이며 '피부색', '눈 색', '모발 유형' 등의 신체적 특성의 대부분도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이처럼 우리는 어떤 부분에서는 '유전자'의 역할을 인정하면서 어떤 부분에서는 '유전자'보다 '노력'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당연컨데 유전적 요인은 노력보다 중요하다. 식물과 동물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다윈의 자연선택에 따르면 환경에 잘 적응한 특성을 가진 개체가 번식할 기회를 더 많이 갖는다. 즉 앞선 개체에서 더 나은 유전자를 이어 받은 쪽이 훨씬 환경에 적응하기 쉽고 번식하기 쉽다. 이 특성은 세대를 거듭하며 더 흔하게 나타난다.

원래 기린의 조상은 다양한 길이의 목을 가졌었다. 다만 이들이 살던 환경에서는 높은 나무의 잎이 주요 먹이원이었다. 목이 긴 기린들은 높은 나무의 잎을 쉽게 먹을 수 있었다. 이들은 더 많은 먹이를 섭취하고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반면 목이 짧은 기린들은 높은 곳의 먹이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고로 살아남을 확률은 더 낮았다. '반드시' 그렇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확률적'으로 그렇다.

결국, 목이 긴 기린들은 더 많은 자식을 낳는다. 이 자식들은 그 유전적 특성을 물려준다. 고로 세대를 거칠수록 기린 전체의 목 길이가 길어진다. 목이 긴 기린이 더 많은 자손을 남기는 과정은 세대를 거쳐 반복한다. 결국 기린 종 전체는 긴 목을 가진 종으로 발전한다. 자연선택에 따르면 '목이 길수록 생존력'이 높아진다. 여기에는 '목을 길게 빼서 먹이를 먹으려는 노력'보다 '유전적 영향'이 훨씬 크게 작동한다. 또한 아무리 노력하여 조금더 긴 목을 갖게 된다 하더라도, '획득된 특성'은 유전되지 않는다. 후천적 노력이나 경험에 의한 변화는 '획득된 특성'이다. 가령 아버지가 열심히 운동을 하여 근육질의 몸을 가져도 이는 유전적 변화가 아니라 '신체 반응'일 뿐이다. 고로 이 특성은 자식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우리가 물려 줄 수 있는 것은 물려 받은 것에 국한된다. 물론 '후성유성학' 대한 추가적인 연구도 있다. 다만 원칙적으로 후천적 노력에 의한 변화는 유전되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노력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그것은 정답이 아니다. 특히 인간의 성취에 관해서 유전자의 역할은 노력보다 결정적이다.

유전자는 신체적, 정신적 특성을 크게 결정한다. 가령 운동선수들 중에도 유전적으로 특정 스포츠에 더 적합한 개체가 있다. 마라톤 선수와 단거리 달리기 선수의 근육 구성, 심폐 능력은 분명 유전적 차이가 있다. 이러한 조건은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지적 능력과 학습 능력도 유전자의 영향이 크다. IQ나 특정 학문의 재능은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교육과 노력, 환경도 중요하다. 다만 유전적 소질 없이 최고 수준에 도달할 수는 없다. 가령 수학이나 음악의 경우에는 대게 그 천재성이 타고나는 경우가 많다. 유전자의 영향이 크다고 하여 노력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다이어트 시 소모되는 에너지를 보면 이런 불공평함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운동을 통해 체중을 조절할 수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 인간의 몸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요인은 '운동'이 아니라, '기초대사량'이다. 대부분의 성인은 에너지 소모의 60에서 75%가 기초대사로 소모된다. 쉽게 말해 호흡을하고, 혈액순환을하고, 체온을 유지하거나, 세포활동을 하는 기본 활동으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쓴다. 전체 에너지 소모에서 운동에너지가 사용되는 비율은 25~40%에 그친다. 다만 기초대사가 적은 사람이라면 운동을 통해 충분히 그것을 소모시킬 수 있겠지만, 타고 난다는 것은 분명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감정 조절과 성격 또한 유전적 요인에 의해 상당수 결정된다. 유전적 소인을 가진 이들은 특정 감정적 반응이나 성격적 특성을 보일 확률이 높다. 이것은 개인의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치고, 대인관계와 학업능력에서도 그 영향을 끼친다. 이것은 단순한 노력으로 변화하기 쉽지 않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환경적 요인과 개인의 노력도 중요한 요인이다. 다만 유전자의 중요성을 과소 평가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일이다. 유전자와 노력은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으며 둘중 어느 하나만으로 인간의 능력과 성취를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유전자의 역할이 크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가 인간의 다양성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계가 되기도 하는데, 우리 사회 환경의 변화가 빠르고 다양하기 때문에 미래 세대에 어떤 유전인지가 더 우성인자가 될 지는 알 수 없다. 어제의 우성인자가 오늘의 열성인자가 되고, 어제의 열성인자가 오늘의 우성인자가 된다. 또한 어떤 분야에서 열성인자가 다른 분야에서 우성인자가 되고, 어떤 분야의 우성인자가, 어떤 분야의 열성인자가 된다. 고로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노력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적합한 환경을 찾아 그 유전인자에 날개를 달아 줄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의 학업성취도가 낮거나, 운동신경이 부족하다면, 그것은 나무랄것이 아니라, 적합한 환경을 찾아주지 못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또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둘 뿐만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 즉 운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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