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전게임인 '테트리스' 끝판을 깬 13세 소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가만 돌이켜보면, 나도 그 나이 정도에 '테트리스'를 좋아했다. 테트리스는 1985년 소련의 프로그래머인 알렉세이 파지노프가 만든 퍼즐 게임이다. 그런데 그 이름이 왜 '테트리스'인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 가만히 보면 테트리스의 불록은 모두 4개의 작은 유닛으로 구성된다. 작은 유닛이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 정사각형 모양, 긴 모양, 기억 모양 등이 된다. '테트리스'의 이름이 '테트리스'인 이유는 이를 구성하는 작은 유닛 4개 때문이다. 그리스어 접두사 'Tetra'는 '4개'라는 의미를 가진다.
물체가 한 바퀴 돌면, 그것을 '주기' 혹은 '바퀴'라고 한다. 영어로는 Cycle이다. 이런 바퀴가 두 개 있으면 Bicycle 이다. 즉, 자전거다. 만약 세발 자전가가 무어냐 묻는다면 답은 간단하다. Tricycle이다. 그렇다면 각도, 즉 Angle이 3개면 무엇일까. 바로 트라이앵글, 삼각형이 된다.
다시 말하면, 영어에서 두 개는 '바이', 세 개는 '트라이', 네 개는 '테트라'다. 영어를 공부할 때, 어원으로 공부를 하면 이처럼 파생되는 다양한 말의 뿌리를 알아 낼 수 있다. 말이 나온 김에 그리스어 몇가지를 더 살펴보자.
하나는 모노
둘은 바이
셋은 트라이
넷은 테트라
다섯은 펜타
여섯은 헥사
일곱은 헵타
여덟은 옥타
아홉은 노나
열은 데카
고로 레일이 하나 밖에 없는 기차은 모노레일, 혼자 하는 말은 모놀로그, 독점하는 것을 모노폴리, 독재를 모노크라시라고 한다.
2개 국어를 하는 것은 바이링궐이라고 하고 1년에 두번 발생하는 일을 바이애뉴얼이라 한다. 미국 육군본부는 오각형 모양이라 펜타곤이라 부르고 발이 여덟개 있는 수중 동물은 옥토퍼스다. 10년을 디케이드라고 하고 열종목으로 구성된 운동 경기는 데카슬론이다.
영어에 대해 말했다. 다만 이들은 그리스어 접두사다. 영어를 공부하는데 왜 그리스어를 알아야 할까. 안타깝지만,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그리스어만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프랑스어나 독일어도 섞여 있고, 라틴어나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네덜란드어 심지어 아랍어도 섞여 있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에게 한 대학생이 물었다. 번역 기술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언어학습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말이다. 이에 마윈은 답했다.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세계를 더 잘 이해하고 다르게 생각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이다. 실제로 언어를 공부하다보면 단순히 '번역기술'이 아니라, 그 문화가 담고 있는 '역사'와 '사상'도 알 수 있다. 또한 언어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해당 언어로 쓰여진 수많은 글을 읽어야 한다. 그것은 배경지식과 이해력, 문해력을 키우고 단순한 의사소통과 학습의 의미를 넘어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동아시아 삼국에 비해 유럽은 문화와 역사의 공통분모가 많다. 비교적 넓은 바다와 강, 산맥을 가진 동양과 다르게, 유럽은 과거부터 민족 간의 이동이 활발했다. 와중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섞이고 영향을 주고 받았다. 실제로 로마제국 당시에는 로마가 대부분의 유럽을 지배했으며, 나폴레옹 시대에는 프랑스가 유럽 대부분을 정복했다. 그런 이유로 '유럽'의 문화는 다양하게 섞여 있다. 이후 유럽은 '제국주의'로 전 세계적인 영향을 끼쳤다. 현대 사회는 생활양식이 대부분 유럽에서 기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는 종교와 무관하게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개종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 스스로 아시아에 살지만 유럽 중심의 세계관과 가치체계가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으면서, 간혹 우리의 전통 문화와 역사보다는 유럽의 역사와 문화에서 더큰 동질감을 느낄 때가 많다. '하멜표류기'를 보면 외국인의 눈으로 본 '우리'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보는 '과거 조선인'의 모습을 더 이국적으로 보게 된다. 교육, 예술, 문학, 정치적 이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럽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유럽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와 감정의 연결이 더 깊어진다. '유럽의 문화'와 '역사'는 어떤 면에서 보건데, 지금의 우리를 더 잘 이해하게 하는지 모른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