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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an 28. 2024

[역사] 일본의 근대사 왜곡은 언제 시작되는가_역사에서

1894년, 한반도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건 셋이 동시에 벌어진다. '동학농민운동, 갑오개혁, 청일전쟁이 그렇다. 이는 임계점까지 차오르던 역사의 카르마가 터져 나온 시점으로, 잠재된 역사의 흐름이 가시적으로 보인 시작한 사건들이다.

 개인적으로 '역사'는 '한 사람'의 악행이나, '한 사건'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역사의 변곡점에는 '사람'과 '사건'이 존재하지만, '흐름'이 그것을 주도한다고 생각한다. 물이 흘러가는 것은 흐름을 주도하는 강력한 '물방울'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흐르게 하는 몇가지 법칙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는 어떤 시점에는 흐름을 바꾸고, 어떤 흐름에는 다시 흐름을 바꾼다. 여기에는 '지정학적 위치', '인구 구조', '태양의 흑점활동에 따른 지구 기온의 변화' 혹은 '자연재해' 등도 포함된다.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혹은 큰 흐름을 설명하기 위해, 때로 우리는 '한 사람'과 '사건'에 집중하지만, 그 또한 흐름상 파생된 현상이지, 그것이 역사의 흐름을 주도한다고 여기진 않는다. 그 역사의 인과관계를 따지고 들며, 여러 사건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줄기를 찾아가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재밌다. 또한 정치, 외교, 경제에서 피할 수 없는 '역사왜곡'이라는 해석은 어떻게 발생하며 그것에게 꼬리를 내어준 사건은 어떤 인과관계가 다양하게 섞여 있는지 알아야 한다. 

 우치다 영사의 조선 상황보고를 보면 조선 내부 정치의 무능이 여실히 보여진다.

 "이 나라 내정을 관찰해보니, 중앙 정부를 비롯해 모든 행정기관이 실로 부패의 극점에 다해 민력의 곤폐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침상에 빠져 있습니다. 정치의 실권은 항상 국왕 또는 왕비의 근친인 몇개의 문벌 가문에 귀속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습니다. 각 가문이 서로 권력을 경쟁하고 그 경쟁에서 각각 자기 집안의 이익을 도모하기에 급급할 뿐 국가의 안위와 왕실의 영욕은 안중에 없습니다."

 주한일본공사관기록에서 일본 영사가 바라 본 조선은 부정하고 부패하며 무능했다. 조선의 쇄락하는 시점을 어디서부터로 정의해야 하고, 일본의 야욕을 어디서부터 정의해야 할까. 알 수 없다. 꽤 오랜시간 다양한 사건, 다양한 카르마가 쌓여 있다가 터져 나온 순간은 아마 1894년 그즈음이지 않을까 싶다.

 조선 후기 특정 가문은 집권하여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나라를 매국한 행위자 몇몇도 역사를 바꿨다 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은 역사를 너무 단순화한 일일 뿐이다. 조선 멸망이라는 한 사건이 벌어지기 위해 다양한 내외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조선 뿐만아니다. 1차 세계대전 후의 독일국민은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당을 지지했다. 나치의 프로파간다와 대중 조작이 독일국민을 세뇌시켰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도부의 명령으로 역사가 흘러갔다기에는 구성원 개개인의 도덕적 윤리적 책임도 분명 존재한다. 역사의 흐름은 작은 흐름이 쌓여 커다란 사건으로 발현된다.

 역사는 때로 정치적 소수의 의지로 주도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결국, 구성원의 집단적 의지가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프랑스 대혁명은 귀족과 왕정에 국민의 불만이 폭발한 사건이다. 이 혁명은 전체 정치에 국민들의 거부감이 오랜 기간 쌓여 온 결과물이다. 자유, 평등, 박애라는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열망은 일부가 아닌 흐름이 만든 결과물이다. 다수는 언제나 강력한 힘을 갖는다. 발휘하고 발현한다.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은 결국 쌓여 있다가 결정적 사건을 만들어낸다. 구성원의 책임과 참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일본의 근대사 왜곡은 일본 근현대 정치의 일방적인 행위로 보여 질 수 있다. 다만, 이를 견제하는 쪽의 세력이 더 강하다면 일방적으로 이또한 행해질 수는 없다. 모든 것은 힘의 균형 아래 이루어진다. 즉, '역사'는 여타 '사회과학'과는 달리 해석의 여지가 훨씬 큰 학문이다. 과거의 위치와 관계, 상황 뿐만아니라, 그것을 해석하는 '현재의 위치, 관계, 상황을 대변한다. 그 사건들이 발생한 맥락과 후대에 끼친 영향을 고려하여, 해석자가 능동적으로 해석하는 일이며, 단순히 과거의 연대기를 나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해석의 폭이 넓은 학문이며 그런 의미에서 왜곡은 어느나라에나 존재한다. 다만 그것이 현재 진행형일 때, 우리가 그것을 견재하기 위해 어떤 자세와 인지를 해야하는지 무척 중요하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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