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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Feb 04. 2024

[생각] 버리지 못하는 것들_안 쓰면 똥이다





 버리지 못한 것이 쌓여간다. 정리되지 못한 인간관계, 잊어야 할 기억, 받았던 상처. 그런 것들이 깨끗하게 떨어지지 않고 남는다. 왜 그런가 했더니, 그게 성향이었다. 혹은 습관, 생활 방법이었다.



 왜 있는지 모를 치약 뚜껑이 보관되어 있다. 헤어스프레이 캡, 새로 산 책 띠지.


버렸어야 할 것들이 쌓여 있다. 가지려고 한 건 아니다. 그냥 그러다보니 그렇게 됐다. 배달 음식의 나무젓가락, 지저분한 충전선, 나오지 않거나 고장난 필기구.


 그런 것들이 자리를 하나 둘 씩 차지하더니, 공간을 좀먹고 정신을 좀먹는다. 점점 목을 조여 온다. 왜 버리지 못했을까. 하나씩 버린다. 하나씩 버리면 이상하게 두 개씩 늘어난다. 두 개씩 버리면 네 개씩 된다.


 스마트폰 바꿀 때 옮겨지는 전화번호가 수천개다. 지난 거래처, 이전 동료, 잠깐 만나고 헤어진 인연들.



 10년 간 안부도 묻지 않은 사이들이 쌓여있다. 그들의 프로필 업데이트 되면 연락처 목록은 지저분해진다. 수 천의 목록 중 필요한 사람을 찾는다. 불필요한 것이 필요한 것을 가린다.



 20년 전에 샀던 옷이 있다. 그닥 비싼 옷은 아니다. 한 끼 값비싼 배달 음식비 밖에 되지 않다. 그 옷을 버리지 못한다. '멀쩡한 걸 왜 버려'라는 고집으로 버리지 못한다. 수 십 벌은 된다. 옷은 20년 간, 단 한 번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그치만 버리지 못한다.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이고 쌓이는데, 머릿속도 다르지 않다. 진즉 없어져야 할 것들이 남아 있다. 그것은 갈고리처럼 가슴에 콱 박혔다. 시간은 나를 끌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그것은 나를 붙잡는다. 단단히 박혀 늘어진다. 거머리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악착 같이 달라 붙는다. 시간이 끌고 간 자리는 긴 두렁이 남는다. 그 생채기가 지저분하게 딸려온다. 그런데 그것을 놓지 못한다.



 '어떻게 놓을 수 있죠'


 '어떻게 놓을 수 있죠'



빌고 다짐하고 자책하는데 어느날 누가 말했다.



'놓으면 놓는거지. 방법을 하는 방법을 또 물으면 어쩌누'



 놓아야 하면 놓으면 그만이다. 방법은 없다. 그냥 놓는 것이다. 쥐고 있던 수 백개의 갈고리 끈이 나를 바라본다. 놓치 말아 달라고 아련한 눈빛을 보낸다. 마음이 약해진다. 그러나 그것을 차갑게 놓아 버리고 뒤를 돌아봤다.  가려진 수 백의 두렁들이 생채기를 내며 나를 쫒아오고 있었다. 앞을 내다봤다. 갈 길은 삼만리인데, 이딴 쓰레기들을 이고지고 가고 있었구나. 가만 보니 그 놓지 못하는 소중한 것들.



 무엇인가 살펴본다.


치약 뚜껑, 스프레이캡, 책 띠지, 고장난 샤프연필 뚜껑, 


그냥 하찮고 쓰레기 같은 것들이다.


 연락하지 않는 인맥, 만나지 않는 인연들


 버리긴 아깝고 갖기는 값어치 없는 10원짜리를 가득 채우느라 주머니가 가득차다. 그것을 버러야 소중한 것들이 들어찬다.



 '멀쩡하면 뭐하누, 안 쓰면 쓰레기'인 것을...


누군가 그랬다. 



황금은 때로 한 공기 밥보다 하찮을 때가 있다고. 


그렇다.


안쓰면 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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