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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Feb 12. 2024

[일상] 쌍둥이 캐리커쳐_정지란 작가

 설연휴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른다. 집에서 한 시간도 넘게 걸리는 '뽀로로테마파크'를 이틀 연속으로 무려 두 번이나 다녀왔다. 사진 상 하루처럼 보이지만 실은 두번이다. 

하율이와 한번, 다율이와 한번.

 첫날 하율이는 할머니와 집에 있는게 더 좋단다. 고로 다율이랑 단둘이 데이트를 했다. '뽀로로테마파크'에서 그림도 그리고 쿠기 만들었다. 탈 것도 탔다. 돌아올 때는 커다란 토끼 솜사탕도 먹었다. 만족스러웠던 다율이는 몇 번이나 재밌다고 노래를 불렀다.

 할머니댁에 돌아간 후, 다율이는 신났던 하루를 연설했다. 가만히 듣던 하율이는 갑자기 주먹으로 아빠를 마구 때린다. 가만보니 울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다음날, 할머니께 다율이를 맡겼고 하율이와 다시 한번 '뽀로로테마파크'를 다녀 오기로 했다.

 연휴기간 해야 할 목록 리스트를 짜두었지만, 뽀로로를 보느라 손도 못댔다. 똑같이 생긴 아이 둘과 똑같은 하루를 똑같이 두 번 보냈다. 같은 공연을 보고, 같은 쿠키를 만들고 같은 농담을 했다.

 가만 보면 태어나서 이렇게 떨어져 본 건, 처음이지 않았을까. 아이를 항상 '세트'처럼 대했지, 일대일로 시간을 보내 본 적이 없다. 그간 둘이기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주지 못했던 눈빛도 꽤 넉넉히 준 것 같다.

 사실 하율이가 '뽀로로테마파크'를 간절하게 원했던 건 '캐리커쳐' 때문이다. 다율이가 액자에 가져온 캐리커쳐가 너무 부러웠던 모양이다. 하율이는 입구에서 입장료를 결제할 때 부터, 캐리커쳐 이야기 뿐이다. 나갈 때 그려야 하다고 하자, 들어오자 마자 나간다고 난리다.

 어쨌건 그래도 꾹 참고 시간을 보냈다. 이후 캐리커쳐를 그려 주시던 작가 선생님께 갔다  아이를 그려주시며 아이도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주셨다. 원래 그림을 좋아하던 아이들이 자신의 그림을 액자와 받아와 몇 번이나 자랑했다. 선생님께서 너무 친절하셔서 명함을 찍어 왔다. 집에서 찾아보니 '정지란 작가'님으로 내가 읽었던 책 몇 편의 표지 디자인도 하신 분이셨다.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와 액자에 있는 자기 얼굴을 몇 번이나 봤다.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2024년 2월 12일 월요일.

 아이와 함께 했던 길고 길었던 연휴가 드디어 끝나간다. 아이가 잠에 들고 글을 쓰고 시계를 살피니, 

밤 11시 20분.

생각해보니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다. 글을 마치고 간단히 야식을 하고 잠에 들면 긴 연휴가 끝나고 일상 시작이다.

 연휴보다 일상이 더 기다려지는 건 기분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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