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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Feb 13. 2024

[소설] 답을 원하지 않는 물음_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160페이지의 얇은 소설이다. 1959년 작품으로 '프랑수아즈 사강'의 24세 작품이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집필했음에도 감정 표현이 훌륭하다. 비교적 어린 나이라는 수식어는 소설의 특징을 보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소설 속 감정은 단순 감정으로 그치지 않는다. 주인공 '폴'은 39세 여자 주인공으로 6년 사귄 남자친구 '로제'와 '시몽'이라는 25살의 잘생긴 변호사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 갈등에 '나이'는 꽤 중요한 핵심이다.

 소설의 큰 뼈대를 말하자면 이렇다. 39세 여성인 '폴'은 '로제'와 연인 사이다. '폴'은 몇 번의 이혼을 경험한 여성으로 이후 로제와 꽤 오랜 연인사이가 된다. 이들의 관계는 꽤 편안한 상태로 '폴'은 '로제'가 없는 시간을 익숙해지고, 외로움의 감정에 익숙해진다. 반대로 '로제'는 이미 익숙해진 '폴'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일과 새로운 인연에 대한 갈망을 갖는다.

 개인적으로 '폴'은 남자의 이름, '로제'는 여자의 이름이라고 여겼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남자와 여자를 헷갈리곤 했다. 이 소설은 은연중 남녀에 대해 사회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말하고자 하는 듯 보였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폴은 14세 연하의 잘생긴 남성과 감정이 생겨난다. 폴은 자신의 남자친구인 '로제'와의 관계 때문에, 이 잘생긴 남자 시몽과 깊은 관계로 이어지는 것에 죄책감을 가진다. 반면 로제의 경우 꽤 어린 다른 여성과 육체적, 정신적 관계를 가지면서 자책감을 갖지 않는다.

 그러고보면,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여성과 남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분명 존재하는 듯 보인다. 어린 여성을 만나는 남성을 보는 시각, 어린 남성을 만나는 여성을 보는 시각, 그 나이 차이가 무려 열 네살이나 난다면 사회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 볼 것인가.

 설령 진실이 무어가 됐던 사회가 바라보는 편견은 여전하다. 마음이 편한 연인 관계인 '폴'과 '로제'는 그 편안하고 소원해진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었다. 흔히 우리 속담에 '다 잡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간혹 구애가 끝난 '남성'이 '여성'에게 하는 비유로 사용된다. 이 비유가 정확히 들어 맞듯, 로제는 폴을 편안하게 대한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안식처로 그녀를 생각한다.

 폴의 경우는 다르다. 그녀는 관계에 대한 빈자리를 크게 느낀다. 혼자 남겨지는 외로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이렇게 오랜 연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있으니, 서로가 서로가 아닌 새로운 연인을 만들며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다르게 한다. '로제'는 젋고 예쁜 여성과 만남을 하며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여기지만, '폴'은 잘생기고 멋진 남성과의 만남에 대해 꽤 묵직한 존재감을 부여한다.

 소설의 중반부에 잘생긴 시몽이라는 남자가 폴에게 구애를 시작한다. 시몽의 구애는 또렷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에게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 포인트는 '브람스를 좋아하느냐'는 질문부터다.

 실제로 '요하네스 브람스'는 결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클라라 슈만'이라는 여성을 사랑했다. 안타깝게도 '클라라 슈만'은 로베르트 슈만이라는 동료의 아내였다. 그녀는 역시 브람즈보다 14살이나 많은 연상이었다. 결국 누군가의 아내인 연상의 연인을 사랑하는 '브람스'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으로 상대의 마음을 떠본다.

 작가는 책의 제목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같이 물음표를 던지지 않는다. 작가가 강조한 것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같이 점점점이 반드시 필요하다. 왜 그럴까. 아마 브람스를 좋아하느냐는 물음이 답을 구하는 물음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의 복잡한 삼각 혹은 사각 관계는 소설이 이어지며 깔끔하게 정리되진 않았지만 그들이 겪는 다양한 감정은 소설을 읽는 내내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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