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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Feb 16. 2024

[계발] MZ와 꼰대, 문화를 만드는 리더의 힘_인성의


 20대 초반, 해외 취업 후 관리자 직함을 가졌다. 회사는 '무급휴가' 형식으로 1년 간, 한국에서 정비할 시간을 주었다. 그때, 서울의 모 회사에 취업했다. 해외구매대행 회사였는데 한국에 물정을 모르는 내가 처음으로 취업한 회사였다. 


9시 출근, 5시 퇴근.


계약서에 명시된 출근과 퇴근 시간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출근 시간이 9시 였지만, 모 대리는 나에게 말했다. 


"출근은 9시지만 30분 일찍 나와서 '부장님' 자리에 커피잔을 씻어 주세요"


출근은 9시지만 30분 일찍 나오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당시 내가 살던 곳은 '강남구 논현동' 부근이었다. 회사는 구로구에 위치했다. 8시 30분까지 출근을 하기 위해 이르게 준비해야 했다. '신논현역'에서 '구로디지털단지'까지는 한 시간이 걸렸다. 늦지 않기 위해, 7시 30분에는 최소 지하철을 타야 했다. 씻고 준비하는 시간을 합치면 기상시간은 더 앞당겨진다. 사무실 불을 켜고 부장님 자리에 있는 '커피잔'을 씻는다. 입구와 가장 가까운 자리가 내 자리였다. 그 자리에 앉아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기립하여 인사를 했다. 사람들은 부랴부랴 시간에 맞춰 오느라, 신입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했다. 뻘쭘히 자리에 앉아, 자리를 당기면 곧이어 다른 누군가가 들어와 허둥거렸다. 회사는 '식사제공'을 한다고 했다. 점심시간이 됐다. 드디어 식사 제공을 해주었다. 12시에 단체로 내려가서 식사한다. 그리고 단체로 올라온다. 식사시간은 20분 정도 걸렸다. 식사가 끝나면, 남자 직원들은 옥상으로 올라가 담배를 피웠다. 비흡연자들과 여직원들은 바로 사무실로올라가 자리에 앉았다.


 고요했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들렸다. 그렇다. 점심시간은 20분이었다. 먼저 들어온 여직원들은 먼저 사무실로 들어와 일을 시작했고, 남자 직원들은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신 뒤, 5분에서 10분 뒤에 돌아와 일을 시작했다. 12시 30분에는 모두가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모두가 일하고 있었다. 그렇게 바쁜가. 출근하고 2시간 정도면 회사에서 지시한 업무가 모두 끝났다. 그러면 나머지 시간에 사람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궁금했다.


 나중에 알게 됐다. 사실은 이렇다. 이들은 '네이트온'이라는 메신저에 접속하여 의미 없는 수다를 떨고 있었다. 무표정하고 진지한 얼굴로 앉아 중간중간 전화를 받고 팩스를 보내며 무언가 열중하는 듯 보였지만, 그 심각한 얼구로 모두가 메신저 속에서 'ㅋㅋㅋ'를 남발하고 있었다.


 프로 야구에 관한 이야기, 영화 이야기, 상사 이야기, 단체로 묶어진 메신저 방에서 온갖 유머 사진이 올라갔고 'ㅋㅋㅋ'가 올라갔다.



 '왜 이렇게 뻘짓을 오랜 기간에 걸쳐 하게 하는 것 일까.'


저녁 5시면 퇴근 시간이 됐다. 4시 40분 쯤, 모 대리가 내 자리로 다가왔다.


 "뭐 드시겠어요?"


'롯데리아 메뉴'를 보여주었다.


 "저는 이걸루..."


선택했다. 이제 곧 5시면 퇴근이다. 그러나 내가 고른 메뉴는 오지 않았다. 퇴근할 때 가지고 가라는 것이라고 여겼다. 퇴근 시간이 한 시간이나 지났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


6시 30분. 내가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대리는 내 자리에 종이 봉투를 놓아 주었다. 사람들은 사무실 자리에 앉아 버거를 먹었다. 한 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한 손으로는 감자칩에 캐찹을 발라 집어 먹었다. 손가락을 쪽하고 빨고 대충 티슈로 닦은 후 마우스를 잡았다. 내가 접속한 메신저에는 'ㅋㅋㅋ'가 여전이 남발하고 있었다.



 "다들 뭐하는 거지..."


7시가 됐다. 다들 말수가 줄었다. 2시간이면 해결할 일은 12시간에 나눠하는데 보통 집에가기 2시간 전에 몰아서 하는 모양이다. 이들은 해야 할 일을 최대한으로 천천히 하며 저녁까지 미루다가, 누군가가 업무를 부탁하면 말했다.


 "제가 아직 이 부분을 처리 해야 해서요."


빠르고 효율적인 업무처리는 그곳에서 무능이었다. 8시가 됐다. 부장이 일어났다.


 "먼저 일어 납니다. 천천히 하다 가세요."


'천천히 하다가라...'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빨리 하고 집에 가 보라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하다 가세요'라니... 마치 배려하는 듯 그렇지 않은 말이었다.


 30분이 지나니, 한 대리가 일어났다.


과장이 소리쳤다.


"자리에 앉으세요."


무슨 소린지 어안이 벙벙했다. 군대보다 빡빡한 분위기. 그게 내가 한국의 첫 사회문화였다. 과장은 9시에 퇴근했다. 과장이 퇴근하면 마치 짜기라도 한듯 줄줄이 퇴근 한다. 막내 직원은 대략 10시 반에서 11시 정도에 퇴근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지하철 막차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과장인가, 부장이 택시비를 내준다고 들었다. 집으로가면 12시는 당연히 넘었다. 씻고 잠에 들면 대략 새벽 한 시, 대여섯 시간 잠을 자고 나면 부장 님 커피잔 씻을 시간이다. 이런 황당한 스케줄과 업무 효율에 치가 떨렸다.



 흔히 이것을 MZ세대의 특징이라고 하던가. 다음날, 나는 저녁 메뉴를 권하는 시간에 가방을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무기가 있다. '해외파', '외국물'


사회적 편견이 만들어낸 방어막이다. '유학파' 출신은 칼 같이 퇴근한다는 인식, 유학파 출신은 한국의 서열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생각.


 물론 그것은 일부에게 맞겠지만 그렇지 않다.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는 해외에서 태어난 교포이지만 어른에게 공손하다.


 실제로 영어에 '존댓말'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에게 외국인들은 'Sir'이나 'ma'am'을 존대를 표한다.


 어른에게는 'Hi'나, 'Bye'로 인사하지 않는다. 고로 예의가 없다는 것은 '문화적 차이'가 아니라, '성향'에 가깝다.


 모든 것은 '본질'이 있다. '사람에게도 '본질'이 있다. 그것을 본성이라고 부른다. 본질과 본성은 사람을 이루는 아주 근본적인 것이다. 정신 속에서 존재하는 개성적인 특색. 지문과 같은 것이다. 그것이 본성이다. 이 본성을 영어로 '캐릭터'라고 한다. 다시 말해 그것은 그 사람의 정체성이다.



'인성의 힘'의 원서는 'Character Edge'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인성'을 말하면 떠올리는 것은 대체로 '됨됨이'를 말하지만, '캐리터엣지', 그 보다는 사람의 고유한 본성에 가깝다. 즉 도덕적 결함이나 성격, 인격과 달리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고유함을 말한다. 도서는 개인적으로 원서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를 '번역서'에서 제목에 포함하지 못했다. 도서는 리더의 캐릭터가 집단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설명한다. 고로 자칫 읽기 전에 기대했던 흐름과 사뭇 다를 수 있다. 도서가 말하는 인성은 우리가 말하는 '됨됨이'가 아니라, 고유의 특성을 말한다. 도서의 내용과 다르게 나는 내 어린 시절 서울에서 첫 취업 사례의 이야기를 했다. 리더의 특색은 아래로의 문화를 형성하고 전체의 효율과 능력을 결정한다. 리더의 특색이 효율을 비효율로 만들고, 비효율을 효율로 바꾼다. 능력을 무능으로 바꾸고, 무능을 능력으로 바꾼다. 그것은 여러 사람의 노력이 아니라, 한 사람의 능력 때문에 벌어지는 나비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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