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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Feb 17. 2024

[생각] 진정한 진가는 평시가 아니라 특수한 상황에서





 군입대를 하면 4주간 훈련을 받는다. 제식과 사격, 화생방, 수류탄 투척 등이다. 수류탄 투척에 대한 훈련을 배울 때 들었던 생각이 있다. 너무 당연한 걸 배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수류탄을 투척할 때, 한쪽 손으로는 수류탄을 쥐고, 다른 손으로 안전핀을 뽑는다. 안전핀을 제거하면 던지려는 방향으로 손을 뻗고 수류탄을 던진다. 던지는 동작은 구분 동작으로 구분한다. 이것을 몇 번의 연속동작으로 연습한다. 무지한 나로써 수류탄 던지는 동작이 돌을 던지는 동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왜 그렇게 연습을 하는가.



 이유는 일반적인 상황이 아닐 때, 당연한 것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112에는 불이 났다는 전화가 온다고 한다. 인간의 두뇌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위험에 노출 됐을 때,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 이때는 가장 중요한 정보조차 떠올리지 못한다. 고로 대부분의 사람은 급한 상황에서 112와 119를 구분하지 못한다. '긴급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가장 익숙한 번호를 누르는 것이다. 훈련과 연습이란 일반인 상황이 아니라, 특수한 상황에 대한 대비다.



 사람은 거의 그렇다.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상황이 사람을 만든다. 물론 본디 사람마다 본성은 있다. 다만 이 본성은 그 사람을 둘러싼 상황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고, 다시 그것이 평판을 만들 뿐이다. 고로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범죄자가 될 수 있고, 아무리 악한 사람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가만 살펴보면, 주변에 꽤 괜찮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법적문제'를 겪는 경우가 있다.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자만 찰나의 유혹, 잠시의 방황, 깜빡하는 순간, 잠깐의 무지가 '악'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의도치 않게 선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가령 과거 자신의 방황과 실수를 바탕으로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다던지, 그런 영감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교도소에 가면 억울한 사람이 많다. 대부분 '악의'가 아닌 다른 이유로 '범법'을 저지른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훈련'과 '연습'이다. 사람은 특수한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인 선택을 한다.



 수류탄 던지는 방법은 굉장히 단순하다. 그러나 전쟁과 같이 매우 긴급한 상황에 실수를 한다면 어떤 상황이 생기는가. 핀이 뽑히지 않은 수류탄이 상대 진영으로 떨어진다. 사용하지 않은 수류탄이 안전하게 배송되면 상대는 그 폭발물을 이쪽 진영으로 던지지 않을 것인가.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기 위해, 어쩌면 지금 당장은 의미가 없는 행동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진가는 평시가 아니라 특수한 상황에서 발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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